[기자수첩]재탕삼탕 국가경쟁력 강화대책

  • 등록 2013-09-04 오후 6:03:59

    수정 2013-09-04 오후 6:03:59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산출하는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의 순위가 불과 1년 만에 6계단이나 떨어졌다. 2004년 29위를 기록한 뒤 우리나라가 받은 최악의 성적표다. 일본(10위), 대만(13위)은 물론, 지난해 25위였던 말레이시아(24위)에도 밀렸다.

순위도 그렇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더 암담하다. 노동시장 효율성 부문에서는 노사협력(132위), 해고비용(120위), 고용과 해고 관행(108위) 3개 항목이 100위권 밖에 포진했다. 금융시장 성숙도 부문에서는 대출의 용이성(118위), 벤처자본의 이용가능성(115위), 은행건전성(113위) 주요 항목평가에서 100위권 밖의 낮은 순위를 차지했다. 이외에도 독과점의 정도(118위), 조세의 범위와 효율성(104위) 항목 등도 100위권 밖으로 밀렸다. 순위가 오른 항목은 거시경제 환경 분야 딱 하나다. 금융이나 노동분야의 경쟁력은 신흥 개발도상국보다 못하다는 얘기다.

정부는 뒷걸음치는 경쟁력 탓에 추궁이 걱정됐는지 심도 깊은 고민을 하기보다 보여주기식 ‘액션’에 급급한 모습이다. 설문조사 기간인 4월 초~ 5월 중순을 전후로 북한 3차 핵실험, 개성공단 북한근로자 철수 같은 북한 리스크가 있었다는 점이 점수가 낮아진 배경이란 군색한 설명을 내놓더니 부랴부랴 대책회의를 열었다.

정부는 주요 국제평가기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노동과 금융시장, 신뢰·청렴·투명성같은 사회자본, 기업경영활동을 포함한 5대 취약분야를 점검하고, 실질적인 제도개선 과제를 발굴하기로 했다. 이미 예전에 수도 없이 우려먹었던 재탕 삼탕 대응책 뿐이다.

사실 후진적인 노사관계와 경쟁력이 떨어지는 금융부문이 우리 경쟁력을 갉아먹는 것은 하루 이틀된 문제는 아니다. 비정규직이 지나치게 늘어나 근로조건이 불안정해지고 양극화가 심화하는 과정에서 해법을 찾기 어려워진 노사 갈등, 실물경제를 원활히 뒷받침하기는커녕 관치와 각종 규제, 예대마진에 기댄 천수답식 경영 탓에 후진상태에서 머물고 있는 금융시장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복잡한 방정식이 필요한 부분이다. 국민적인 공감대와 꾸준한 개선노력이 필요하고, 또 시간이 걸리는 문제기도 하다.

이번 조사가 주로 세계 각국의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이뤄졌다는 한계가 있지만 우리가 체워야할 부분을 정확히 지적한 측면도 많다. 순위가 떨어졌다고 호들갑을 떨기보다, 효과적으로 국가경쟁력을 끌어올릴 길을 모색하는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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