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소주 도수는 왜 자꾸 낮아지는 건가요? 소주 판매 가격은 그대로인데 소주 도수를 낮추면 소주 판매량만 늘어 주류회사만 이익을 보는 것 아닌가요? 또 소비자들이 도수가 낮은 술을 더 선호한다는 근거는 있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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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이슬은 지난 1998년 알코올 도수 23도로 처음 선보였습니다. 이후 2001년과 2004년, 2006년 세 차례에 걸쳐 각각 22도, 21도, 20.1도로 알코올 도수를 낮췄습니다. 급기야 2006년 8월 현재의 브랜드인 참이슬 후레쉬를 19.8도로 선보이며 20도 벽을 깼습니다.
이후에도 알코올 도수를 낮추는 작업이 이어졌습니다. 참이슬 후레쉬는 2020년 4월 16.9도로 리뉴얼 출시하면서 주류업계에서 저도주로 평가되는 17도 미만으로 진입하게 됐죠. 현행법상 알코올 도수 17도 미만 주류제품은 TV와 라디오 등에서 정해진 시간에 광고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경쟁사인 롯데칠성(005300)음료의 ‘처음처럼’ 역시 분위기는 비슷합니다. 2006년 알코올 도수 20.1도로 처음 선보인 처음처럼은 2007년 7월 19.5도로 리뉴얼 출시했고 2018년 4월 재차 16.9도로 알코올 도수를 낮췄습니다. 하이트진로의 ‘진로’, 롯데칠성음료의 ‘새로’ 등 다른 주요 소주 제품들은 현재 각각 16도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참이슬 후레쉬가 17도 미만 저도주로 진입한 2020년 당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던 시점이기도 했죠. 여기에 이른바 ‘홈술(집에서 마시는 술)’, ‘혼술(혼자 마시는 술)’ 트렌드가 본격화되며 ‘취하는 음주’보단 ‘즐기는 음주’가 점차 문화로 정착돼 가고 있는 것 역시 소주의 저도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주류 시장은 와인과 하이볼 등 저도수 주종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입니다.
국내 소비자들이 저도수 소주를 선호한다는 직접적 지표는 아직 공개된 건 없습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내부적으로 소비자 선호도 조사를 통해 적정 알코올 도수를 판단하고 있다고 하지만 공개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주요 소주 판매 흐름을 봤을 때 고도수 보다 저도수 소주가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은 간접적 사례들을 접할 수 있기는 합니다. 대표적인 게 롯데칠성음료의 새로입니다. 지난 2022년 9월 국내 주요 소주 제품 가운데 가장 낮은 알코올 도수인 16도로 출시된 새로는 예상 밖 호응을 얻으면서 출시 7개월 여 만인 지난해 4월 1억병의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늘 마시던 걸로’라는 성향이 강한 국내 소주 시장에서 이례적 성과로 꼽히죠.
최근 고물가 시대가 겹치며 이같은 소주의 저도화에 의구심을 품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은데요. 알코올 도수를 낮춰 원가를 절감하는 동시에 소주 판매량을 늘리려는 셈법 아니냐는 비판들이 나옵니다.
소주업체들도 알코올 도수를 0.1도 낮추면 그만큼 주 원재료인 주정을 덜 써도 돼 병당 원가 0.6원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원가인하가 실제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주정 외 감미료 등 첨가물과 공병과 뚜껑 가격, 인건비와 전기료, 인건비 등 제반비용 등 다양한 원가 구성을 고려해야 해서죠. 저도수 소주의 경우 물 비린내가 강해져 감미료나 증류원액을 추가해야 해 또 다른 원가 부담이 발생한다고도 했습니다.
소주 판매량 증감 역시 소비자들의 선택일뿐 소주업체들이 도수를 낮춰 조정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부터 줄곧 90만㎘ 이상을 기록해온 국내 소주 출고량은 2021년 82만6000㎘까지 줄었다가 2022년 86만2000㎘ 수준으로 소폭 반등하며 예전보다 주춤한 모양새를 보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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