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에이스' CEO들 전진배치…실적 극대화 전력

전략·기획통 요직으로 진출, 최고 기술력 수익으로 연결
  • 등록 2014-11-27 오후 4:42:02

    수정 2014-11-27 오후 7:19:49

[이데일리 박철근 이재호 성문재 기자] 올해 LG그룹의 임원인사에서 가장 눈여겨 봐야 할 대목은 스마트폰 사업을 이끌 새 수장으로 그룹 내 최고 전략가인 조준호 사장을 배치하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시장을 개척한 ‘기획통’ 하현회 사장에게 그룹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겼다는 것이다.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력은 충분히 갖춘 만큼 내년부터 이를 활용한 수익 창출에 박차를 가하고, 미래 먹거리 확보에도 주력하겠다는 포석이다.

이와 함께 구본무 LG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상무가 임원 대열에 합류하면서 4세 경영 체제가 윤곽을 드러냈다는 점도 특징이다.

◇조준호·하현회 사장 역할 교대…수익 확대 박차

LG전자(066570)는 27일 단행한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는 박종석 MC사업본부장(사장)의 후임으로 조준호 (주)LG 대표이사 사장을 선임했다. 조 사장은 LG의 차세대를 이끌 선두 주자로 그동안 그룹 살림을 책임지다가 이번 인사를 통해 핵심 사업을 이끌게 되면서 영업력을 입증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엔지니어 출신인 박 사장과 달리 조 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수료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을 받은 ‘G3’를 비롯해 스마트폰 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고 이를 수익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최적의 인사를 고른 것으로 풀이된다.

조 사장이 떠난 자리는 하현회 사장이 이어받게 됐다. 하 사장은 LG디스플레이(034220)(LGD) 재직 시절 전략기획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여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눈에 들었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LG전자의 TV 사업을 책임지는 HE사업본부장으로 발탁된 것도 구 부회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다.

하 사장은 지난 2012년부터 2년 간 (주)LG 시너지팀장을 맡아 혁신 기술 개발 및 사업 간의 시너지 창출 업무에 깊이 관여했다. 시장 경쟁 격화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시급한 상황에서 해결책을 제시할 적임자라는 평가다.

하 사장 후임으로는 이번에 승진한 권봉석 부사장이 선임됐으며, 국내 가전 시장 1위 등극에 기여한 최상규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구광모 임원 승진…경영승계 가속화

이와 함께 구본무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주)LG 시너지팀 부장이 상무로 승진하면서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 상무는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아들이 없는 구본무 회장이 지난 2004년 양자로 입적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MBA를 취득하고 LG전자 뉴저지법인에서 근무하다가 지난해 1월 귀국해 HE사업본부와 MC사업본부 등 현장경험을 거친 뒤 지난 1월부터 그룹 내 핵심부서인 (주)LG 시너지팀 소속으로 바뀌었다.

현재 구 상무는 (주)LG 지분 4.75%를 보유해 구본무 회장(10.79%), 구본준 부회장(7.57%), 구본능 회장(5.03%)에 이은 4대 주주다. 친부인 구본능 회장의 지분을 합치면 2대 주주 자리에 오르게 된다.

◇미래기술 육성·시너지 창출 주력

LG그룹은 LG디스플레이의 글로벌 패널 시장 1위 유지와 OLED 기술력 강화에 기여한 여상덕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구 회장이 강조하는 시장 선도 기술 확보에 더욱 힘을 쏟아달라는 주문이다.

LG전자도 신사업 발굴 및 추진을 위해 ‘이노베이션사업센터’와 ‘에너지사업센터’를 신설하고 안승권 CTO와 이상봉 생산기술원장에게 각각 센터장을 맡겼다.

또 조직개편을 통해 생활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와 에어컨 및 공조 사업을 맡고 있는 AE사업본부를 ‘H&A사업본부’로 통합하고 조성진 사장을 신임 본부장으로 선임했다. 두 사업본부는 제품과 기술에 유사한 점이 많은 만큼 조직을 통합해 규모를 키우고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한 조치다.

LG화학(051910)도 기존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에서 재료사업부문을 분리시키는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전자소재사업에서 OLED 물질 등 재료 부문을 떼어내 미래 먹거리로 키우기 위해서다.

◇차세대 CEO 후보군 두터워졌다

LG그룹은 지난해 부회장 1명, 사장 6명, 부사장 9명, 전무 30명, 상무 79명 등 총 125명을 승진시켰다.

이날 인사를 실시한 (주)LG,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상사, LG이노텍 등의 승진자는 사장 2명, 부사장 6명, 전무 25명, 상무 56명 등이다. 28일 인사를 실시할 계열사에서도 전무와 부사장급 인사가 주를 이룰 것으로 예상돼 차기 CEO 후보군이 두터워질 전망이다.

LG 관계자는 “체질 강화와 미래 준비 여부에 대한 성과주의 인사로 동기를 부여하고 전략과 실행력을 겸비한 인재를 전진배치했다”며 “주요 사업에서 중국 기업의 거센 추격 등 도전적인 경영환경에서 지속적인 성장과 시장 선도를 가속화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하면 된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구본무 LG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주)LG 상무, 하현회 (주)LG 사장, 조준호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 최성규 LG전자 한국영업본부 사장, 여상덕 LG디스플레이 사장, 권봉석 LG전자 HE사업본부 부사장. L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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