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 걸린 '경찰관 책임감면法'…과감히 실탄 쏘는 경찰 '엇갈린 시선'

국회 법사위 문턱 못 넘은 경직법 두고
경찰 내부선 적기 놓쳐 '아쉬운 탄식'
시민단체 결사 반대 “경찰권 남용 우려”
법안 둘러싼 찬반 논쟁 갈수록 거세질 듯
  • 등록 2021-12-09 오후 4:23:29

    수정 2021-12-09 오후 9:33:49

[이데일리 정두리 기자] 경찰관이 정당한 공무집행 과정에서 피해가 발생했을 때 형사책임을 감면해주는 내용의 ‘경찰관 직무집행법(경직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정기국회 내 입법이 무산됐다. 최근 ‘인천 흉기난동 사건’을 계기로 경찰관이 적극적으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수 있도록 법적 보장을 해줘야 한다는 기류가 확산했으나, 시민사회계에서는 경찰의 부당한 물리력 행사에 면죄부를 줄 것이라며 형사책임 감면 입법을 전면 중단하라는 목소리도 높다.

7일 충북경찰청에서 신임 경찰관이 테이저건 실사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사위 문턱 못넘은 경직법…경찰 내부 ‘조용한 탄식’

8일 국회 법사위는 전체회의에서 경찰관의 직무수행에서 형사책임 감면 조항을 신설하는 경직법 개정안 통과를 논의했으나, 여·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다음 전체회의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9일 본회의에 법안이 상정되지 않았지만, 이달 중 소집하기로 한 임시국회에서 다시 다뤄질 전망이다.

경직법 개정안은 경찰관이 긴박한 상황을 예방하거나 진압하는 과정에서 타인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피해에 대한 형사책임을 감경하거나 면제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달 15일 발생한 ‘인천 흉기난동 사건’으로 경찰의 부실 대응이 뭇매를 맞자 경찰관의 적극적인 현장 대응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법안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당초 경직법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여·야 이견없이 손쉽게 의결되면서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도 순탄히 처리될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에서 제동이 걸렸다. 공권력 남용 및 인권침해 가능성 등 법안의 구체성 부족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에 김창룡 경찰청장은 “공권력 남용 문제는 내부적으로 촘촘한 통제 장치를 마련하고 철저한 교육을 통해 적극적으로 관리하겠다”면서 “문구 수정 등에 대해서는 의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경직법 개정으로 공무집행 과정에서 형사책임 부담감을 덜 것으로 예상했던 경찰 내부에서는 법안 통과가 지체되자 아쉬움의 목소리가 새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경찰 관계자는 “최근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경찰 현장 대응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라지만, 현장 대응 과정에서는 과잉 진압과 인권 침해에 대한 비판도 따라오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경찰이 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과연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경찰에 무한책임을 씌워 놓고 현장 대응력 강화를 지시하면서 법을 넘어서는 부분까지 챙기지 않는다고 비판을 한다면 경찰은 갈수록 소극적으로 될 수 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박정은(왼쪽 세번째)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경찰개혁네트워크 주최로 진행된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 법사위 처리 반대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시민단체 “경찰권 남용 우려”…사회적논의 팽팽할 듯


반면 시민단체는 개정안이 충분한 논의 없이 책임 감면 부분을 포괄적으로 규정해 경찰권 남용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이날 참여연대는 경직법 개정안의 처리를 중단하고, 사회적인 논의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경찰은 ‘형사책임 감면’ 조항이 도입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듯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정작 경찰의 대응력이 비판받았던 사건들은 초동조치가 적절하지 않았거나 이어지는 수사가 부실해서이지 형사책임 감면 조항이 없어서 발생한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제됐던 현장 대응력을 개선하려면 전문성을 갖추고 현장에서 적법하게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교육과 훈련, 현장 인력 증원 등 조직적인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10개 시민단체가 모인 경찰개혁네트워크도 지난 7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권한 남용 소지에 대한 어떤 대안도 없는 포괄적 규정으로 경찰의 부당한 물리력 행사에 면죄부를 줄 수 있는 형사책임 감면 조항 신설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두고 시민들은 경찰이 적극적인 물리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입장이 다소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체인 기반 온라인 투표 시스템 ‘더폴’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 3만8551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한 결과 응답자의 62.29%(2만4012명)는 ‘진압 시 경찰의 총기 사용 권한을 좀 더 자유롭게 풀어줘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경직법 개정안이 경찰관의 형사책임에 대한 조건 없는 감면이 아닌 정상을 참작해 감면할 수 있다는 규정인 만큼, 사회적 편익으로 이어지는 방향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진단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의 현장대응능력을 높이기 위해선 매뉴얼과 함께 제도적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면서도 “과잉 입법 우려가 나오지 않도록 심도 있는 법령 정비와 함께 사회적 공감대가 무르익을 때까지 공청회를 거치는 등 사회적 논의도 충분히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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