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회의록’ 공방…변수될까 '촉각'

문제 회의록 4가지 법원 제출 이상 無
법원 10일까지 서류 마감 내주 항고심
전공의 907명 헌법소원심판 등 제기
  • 등록 2024-05-08 오후 4:22:01

    수정 2024-05-08 오후 4:25:39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의-정 갈등이 회의록 공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논의하면서 회의록을 남기지 않았다고 전공의 등 의사단체가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된 논란이 의대 증원의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8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문제 삼은 회의록은 크게 4가지다. 지난 2월 증원을 심의한 보건의료정책심의회와 산하 의사인력 전문위원회, 의료현안협의체와 교육부의 의대 정원 배정위원회다.

복지부는 앞서 2000명 증원 규모를 결정한 보정심과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록이 있는지를 두고 번복을 거듭하다 전날 “회의록을 작성·보관하고 있다”면서 회의록을 법원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의대 증원분의 대학별 배분을 결정한 ‘배정위원회’ 회의록 제출 여부를 밝힐 수 없다면서도 해당 회의록은 ‘요약본’으로만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배정위원회는 ‘비법정위원회’, 즉 법에 근거를 둔 회의체가 아니기 때문에 회의록을 작성할 법적 의무도 없다는 설명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첨단, 보건 등 정원 관련 위원회는 비법정위원회로 별도의 회의록 작성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히포크라태스 동상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공공관리기록물에 관한 시행령(제18조 제2항)은 회의록에 회의의 명칭, 개최기관, 일시 및 장소, 참석자 및 배석자 명단, 진행 순서, 상정 안건, 발언 요지, 결정 사항 및 표결 내용에 관한 사항이 포함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모두 충족하는 회의록 작성은 없었다는 뜻이다. 복지부 역시 대한의사협회가 함께 한 의료현안협의체는 법적 협의체가 아니라 양측 협의로 녹취와 속기록을 작성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의료계는 즉각 공세에 나섰다. 이들 주장은 회의록 작성 의무가 없다는 정부 입장이 현행 공공물기록관리법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조석주 부산의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일본의 소방 및 후생노동성의 자료의 경우 회의의 이름을 검색하면 홈페이지에 들어갈 필요도 없이 회의자료와 의사록 즉 회의발언록을 내려받을 수 있는 점을 예로 들었다. 조 교수는 “회의록은 트집을 잡히지 않기 위해 작성을 기피하고 감춰야 하는 것이 아니다”며 “회의자료와 회의록의 적극적 공개가 사회 갈등을 줄이는 가장 좋은 수단 임을 우리는 여러 선진국의 예에서 배워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오는 10일까지 각 부처에 관련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다. 이 자료를 검토해 이르면 다음주 항고심 결정을 낼 예정이다. 법원은 또 결정 전까지 각 대학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의대 증원을 반영해 제출한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승인하지 말라고도 요청했다. 만약 법원이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승인할 경우 각 의대는 증원 없이 올해와 같은 규모로 신입생을 선발하게 된다.

한편 의정 갈등이 잇따른 소송전으로 번지고 있다. 전날 복지부 장·차관과 교육부 장·차관 등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데 이어 이날 사직전공의 907명은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행정소송 및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사직 전공의 1050여명은 이번 주 또 다른 보건복지부의 행정명령인 ‘업무개시명령’과 ‘진료유지명령’에 대해서도 행정소송 및 행정심판을 제기할 예정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집단으로 비우는 불법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 대상의 고소·고발과 소송이 난무한 지금의 모순된 상황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의료 공백 문제를 해소하고 병원의 운영 상황이 회복될 수 있도록 전공의들은 조속히 집단 행동을 중단하고 의료 현장으로 돌아와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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