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핼러윈을 맞아 ‘오징어 게임’ 등 각종 코스튬(의상 분장)을 입고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지만 눈살을 찌푸릴 정도로 다소 선정적인 차림이 눈에 띄었다. 성별에 상관없이 노출이 심한 세일러복이나 교복을 입거나 속옷만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등 과한 옷차림이 불쾌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핼러윈이 원래 어린이를 위한 축제였지만 코스튬 문화가 합쳐지면서 성적 대상화 문제도 함께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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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핼러윈 데이를 앞둔 29일부터 3일간 2030 남녀들은 서울 이태원, 홍대, 강남 등으로 쏟아져 나왔다. 인파가 몰리면서 사람들은 어깨를 맞대지 않으면 이동할 수 없을 만큼 인산인해를 이뤘다. 특히 이태원 상점들은 모두 만석인데다 대기 줄도 길어 저녁 7시부터 강남이나 을지로 등 비교적 사람이 적은 동네로 넘어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최근 전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오징어 게임’ 속 일꾼 외에 가오나시(‘센과 치히로의 행방물명’의 악귀), 텔레토비 차림을 즐기는 이들 가운데 노출이 심한 세일러복이나 교복, 간호사 복장 등 다소 선정적인 코스튬도 적지 않았다. 술집과 라운지바 직원들은 짧은 치마에 가슴이 패인 옷을 입고 의자에 앉아 입구에서 손님을 맞아 성매매 업소를 방불케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국 축제도 아닌, 외국 축제에 너무 과몰입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왔다. “지금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티팬티를 입고 돌아다니는 무리가 있는데 백명 정도 되는 것 같다”, “헐벗은 여성들이 너무 많다”, “언제부터 이렇게 핼러윈을 챙긴 건가”, “코스프레 너무 부끄럽다” 등 불편하다는 반응의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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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핼러윈이 성인들에게도 확대되면서 코스튬 문화가 합쳐져 성적 대상화 문제도 그대로 유입됐다고 설명한다. 한국 사회가 장소에 따른 복장 문화가 엄격한 만큼 ‘핼로윈’이라는 축제를 계기로 입고 싶은 옷을 마음대로 입을 수 있겠다는 갈망이 표출되는 것이다. 과거엔 대관을 통해 지정된 장소에서만 코스튬을 하기도 했지만 최근엔 길거리 등 야외로 나와 대중적으로 확대됐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코스튬 문화는 국내에서 ‘서브 컬처’라는 하위 문화에 속한다”며 “회사나 제사 등에서 입는 옷이 정해져 있는 국내 문화에 대한 숨 막힘 때문에 코스튬 문화는 입고 싶은 대로 입어도 된다는 갈망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핼러윈은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바깥활동과 문화생활을 하지 못하면서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있었다. 여기에 ‘위드 코로나’까지 겹쳐지다 보니 해방감의 표시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며 “제약이 풀리면서 축제를 축하하는 일종의 상징적 의미로 더 노출이 있는 의상들을 입는 요인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