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 "자유의 상징 그라나도스처럼 이젠 음악 즐기고 싶어"

새 앨범 '그라나도스-고예스카스' 19일 발매
40년전 뉴욕서 처음 접한 뒤 감동 받은 음악
"해석도 연주도 자유롭게 하며 새로운 경험"
내달 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서 리사이틀
  • 등록 2022-09-19 오후 4:54:50

    수정 2022-09-19 오후 9:42:39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나이가 들다 보니 음악과의 싸움도 이제 편해지는 걸 느껴요. 음악과 내가 서로에게 더 호의적이 돼간다고 할까요. 이제는 음악을 하면서 나도 좀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건반 위의 구도자’ 피아니스트 백건우(76)가 40년 만에 자신의 꿈을 담은 앨범과 리사이틀(독주회)로 관객과 만난다. 19일 세계적인 클래식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새 앨범 ‘그라나도스-고예스카스’를 발매하고 이를 기념하는 리사이틀을 다음 달 8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개최한다.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스타인웨이 갤러리에서 열린 ‘그라나도스-고예스카스’ 앨범 발매 및 공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백건우는 이날 서울 서초구 스타인웨이 갤러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음악을 공부하다 보면 인생에서 음악적으로 예술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 있는데, 뉴욕에서 그라나도스의 음악을 만난 때가 그랬다”며 “언젠가 꼭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을 숙제처럼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새 40년이 흘렀다”고 털어놨다.

이번에 녹음한 ‘고예스카스’는 스페인 작곡가 엔리케 그라나도스가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전람회를 본 뒤 받은 영감을 음악으로 구현한 작품으로 총 7곡으로 구성돼 있다. 백건우는 40여 년 전 뉴욕에서 머물던 시절 피아니스트 알리시야 데 라로차의 카네기홀 공연을 통해 ‘고예스카스’를 처음 접했고 큰 감동을 받았다. 그는 “늦가을과 초겨울 사이 굉장히 추웠을 때였는데 ‘고예스카스’를 들으며 카네기홀에 햇빛 쬐는 듯한 따뜻함을 느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백건우는 그라나도스의 ‘고예스카스’를 “자유의 상징”과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클래식은 형식을 따르게 되는데, 그라나도스의 음악은 색깔도 다채롭고, 화려하고 세련돼 더 인간적이다. 즉흥적이라 열정적으로 느껴졌다”며 “‘고예스카스’는 자유를 상징하는 곡인 만큼 해석도 연주도 자유롭다. 새로운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스타인웨이 갤러리에서 열린 ‘그라나도스-고예스카스’ 앨범 발매 및 공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백건우는 앨범 발매에 앞서 고야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스페인 마드리드 산 페르난도 왕립미술원에서 리사이틀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라나도스의 ‘고예스카스’를 녹음하고 연주하며 이제야 음악을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지금까지 음악인으로 생활하며 스트레스도 많았어요. 활동 초창기의 음악계도 그렇고, 한국이라는 나라가 갖고 있는 위상도 지금과 많이 달랐으니까요. 한 개인으로서 세계 음악계와 싸우는 것이 벅차기도 했고, 커리어를 만들기 위해 불가능한 일정도 소화해야 했죠. 이제는 조금 더 음악을 즐기고 싶어요. 여유롭게, 하고 싶은 곡을 할 수 있는 스케줄에 맞춰 하는 게 저에게 맞는 것 같아요.”

이번 앨범 표지 제목은 백건우의 손글씨로 적었다. 백건우가 직접 찍은 사진도 앨범에 함께 담았다. 뉴욕에서 지내던 15세 때부터 사진을 찍었다는 그는 “나는 음악을 하지만 굉장히 시각적이기도 하다”며 “사진전을 하자는 제안도 많이 받는데, 사진이라는 예술적 표현을 사랑하는 것이지 사진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예술의전당을 비롯해 울산중구문화의전당(23일), 제주아트센터(27일), 마포아트센터(10월 1일), 남한산성아트홀(10월 6일) 등에서도 열린다. 70분간 인터미션(중간 휴식시간) 없이 앨범 수록곡 전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백건우는 “‘고예스카스’는 나중에 오페라로 탄생할 정도로 극적인 음악이기에 한 번 빠지면 처음부터 끝까지 가야 한다. 다만 (인터미션 없이 연주하는데) 체력적으로 힘든 점은 없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19일 도이치 그라모폰을 통해 발매한 새 앨범 ‘그라나도스-고예스카스’ 커버. (사진=유니버설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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