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운송산업 전반에 `메스` …안전운임제 원점 재검토(종합)

원희룡 “고질적 문제 개선 논의할 것”
안전운임 넘어 지입제·허가제까지 손질 전망
화물연대 측 “무력화 개악 시도”…이봉주 위원장, 무기한 단식 돌입
  • 등록 2022-12-12 오후 7:26:30

    수정 2022-12-12 오후 7:46:02

[이데일리 박종화 황병서 기자] 정부가 최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사태를 계기로 화물산업 구조 전반을 들여다 볼 방침이다. 화물연대 파업의 불씨가 된 안전 운임제뿐 아니라 화물차 지입제 등 현행 물류 산업 구조의 근간까지 검토해 개선 방안을 찾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맞서 이봉주 화물연대 노조위원장은 `안전 운임제 개악 없는 입법과 품목 확대 국회 논의 기구 구성`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사실상 파업이 `빈 손`으로 끝난 탓에 정부 측을 압박할 마지막 카드를 꺼낸 셈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번 기회에 고질적으로 반복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운송 산업 구조 개선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국토부 주도로 조만간 운송 산업 개선을 위한 협의체를 꾸린 뒤, 늦어도 내년 초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12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화물연대 파업, 부동산 등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토부는 올해 말 일몰 예정인 안전 운임제 문제는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안전 운임제는 화물차 과속·과적과 운전자 과로를 막기 위해 정해둔 일종의 ‘최저 운임’이다. 화물연대는 일몰 폐지와 적용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파업을 단행했다. 정부·여당은 일몰 3년 연장·품목 연장 불가를 제안했지만, 화물연대가 집단운송거부에 돌입하자 “대규모 경제 피해가 발생한 만큼 앞서 제안한 일몰 기한 3년 연장도 무효”라며 태도를 바꿨다.

당정은 안전 운임제 폐지 카드까지 만지작 거리고 있다. 원 장관은 야권이 ‘3년 연장안’을 국회에서 단독 처리한 데 대해 “단순 연장안 통과 이후 국회 논의가 동력을 상실하면 3년 뒤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며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박민영 인하대 아·태 물류학부 교수는 “여당도 안전 운임제 3년 연장에 동의했던 만큼, 일단 제도를 연장하되 그 효과를 더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토부는 화물차 허가제·지입제 개편도 검토하고 있다. 2004년 화물차 허가제가 시행되면서 신차 등록이 제한되자 운송회사에 개인 차량을 등록해 일감을 받는 ‘지입제’가 성행했다. 운송회사가 과다한 수수료를 챙기는 지입제를 손 봐야 한다는 데에는 국토부와 화물연대 모두 공감하고 있다. 원 장관은 “다단계와 지입제 등 중간 이익을 취해가는 내부의 관행 구조 때문에 화주는 운임을 내는데 계속 운임 인상이 반복되고 차주는 정당한 보상을 못 받는다”고 지적했다. 화물연대 역시 지입제 폐지를 이번 파업의 명분 중 하나로 삼았다.

문제는 허가제와 지입제가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허가제를 풀지 않고 지입제만 손을 댈 경우 화물차 공급이 부족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허가제를 완화하면 웃돈을 주고 화물차 번호판을 산 차주들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박민영 인하대 교수는 “화물차 허가제와 지입제는 수십 년 간 고착화 한 관행인데 단기간에 건드리면 더 큰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며 “점진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화물연대본부 농성장을 방문한 박진(오른쪽) 국가인권위 사무총장이 현정희(가운데)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이봉주(왼쪽) 화물연대본부 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화물연대 측은 이날 성명을 내고 “총 파업 종료·현장 복귀 뒤에도 정부·여당은 안전 운임제 법안 처리에 나서지 않고, 안전 운임제를 무력화하기 위한 개악을 시도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어 “무리한 공정위 조사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반 헌법적인 업무개시명령 불응을 이유로 조합원 탄압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정부가 또다시 말을 바꿔 3년 연장안마저 거부하고 일몰 시한을 넘겨서라도 안전 운임제 개악을 추진하려는 데 분노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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