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돈 받고 일 안합니다"...추석 '알바대란'에 편의점주 '한숨'

추석 앞두고 시급 높은 아르바이트 찾아 이동
"최저임금 줄거면 일 더 못한다"
편의점주 "법대로 주는 것…차라리 알바 안 써"
최저임금 오르면 알바 '미스매칭' 심화할 수도
  • 등록 2017-09-29 오후 4:36:20

    수정 2017-09-30 오전 1:47:53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서울 관악구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최병렬(47·가명) 씨는 추석이 다가오며 고민에 빠졌다. 요즘 들어 부쩍 ‘알바’(아르바이트) 구하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3개월 전부터 일을 하던 학생은 최근 취직이 됐다며 자리를 비웠다. 일손이 바쁜 추석기간에만 일할 아르바이트 학생을 뽑으려하지만 구직자들이 원하는 높은 시급을 줄 형편이 못되는 게 문제다.

경기 성남시에 사는 대학생 김하민(23·가명) 씨는 추석 연휴 동안 일할 알바 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 대학 학자금을 벌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다. 다행히 물류센터나 이삿짐센터에서 시급 1만원 이상의 ‘고액 알바’를 구하고 있어 지원했다. 기존에 일하던 편의점 주중 알바 자리는 이번 연휴 전 관뒀다. 시급은 적은데 일이 생각보다 힘든 게 문제다.

추석연휴를 앞두고 알바를 구하기 어렵다고 토로하는 편의점주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다가오는 추석, 적지 않은 편의점주들이 알바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방캉스’(방에서 바캉스를 즐기는 것)를 보내는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휴무일 없이 매장을 운영할 계획이지만, 연휴기간에 보다 많은 시급을 노리고 일을 관두는 알바 탓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것.

서울 종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환구(47·가명) 씨가 고용했던 알바도 지난 주 일을 관뒀다. 알바를 하던 학생은 “추석 기간 다른 마트에서 시급 1만5000원짜리 일자리를 구했다. 만약 사장님이 이 정도 금액을 보장해주지 못하시면 일을 관둬야 할 거 같다”며 갑작스레 연락을 끊었다. 평소 일을 도와주던 아들도 취직이 돼 지방으로 내려간 탓에, 김씨는 이번 추석연휴 기간 꼼짝없이 내리 가게를 지켜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김씨는 “예전에는 추석 때면 일을 하고 싶다는 학생들이 제 발로 가게를 찾았는데 요즘은 ‘이 정도 돈 받고 일 안하겠다’며 갑작스레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자영업자는 추석 때 가게를 닫으면 손해가 막심하다. 꼼짝없이 한 주 내내 부인과 돌아가며 가게를 지키게 됐다”고 토로했다.

김씨와 같은 처지에 놓인 편의점주들이 부지기수다. 그러나 정작 올 추석 전체 ‘알바시장’은 구직수요 열기가 뜨겁다. 아르바이트포털 알바몬이 총 1592명의 직장인과 대학생, 알바생들을 대상으로 ‘추석연휴 아르바이트’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참여 대학생 65.7%, 직장인 54.9%가 ‘추석 연휴기간 중 단기 아르바이트를 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29일 ‘알바몬’에 편의점 구직공고 게시물이 줄을 잇고 있다.(사진=알바몬 캡쳐)
알바시장의 열기에도 편의점이 ‘회피 업종’으로 전락한 이유는 휴일근무수당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기 때문이다. 추석연휴에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첫 번째 이유로 꼽힌 게 ‘휴일 수당 등 평소보다 급여가 높을 것 같아서(38.9%)’다. 그러나 상당수 편의점 알바생들은 연휴 기간 최저임금(6470원)만 받고 일을 한다. 인터넷에 올라온 추석연휴 편의점 알바 구인 게시글의 대부분이 시급 6500원 내외를 내걸었다.

그렇다면 편의점주가 추석에 최저임금만 지급하는 것은 불법일까. 근로기준법은 휴일에 근로할 경우 사용자가 통상임금의 1.5배를 추가로 지급하거나 보상휴가를 제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근로기준법상 휴일은 근로계약서 상 근로의무가 없는 날로, 공휴일이 곧 근로기준법상 휴일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즉 편의점주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추석을 휴일로 정하지 않았다면 추가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이 같이 더 많은 임금을 원하는 알바와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는 편의점주 간 ‘미스매칭’의 골은 갈수록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6470원에서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되면서,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진 탓이다. 실제 증권업계는 내년 최저임금 상승으로 편의점 가맹점주의 순수입이 10~14%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자발적으로 ‘알바 없는 편의점’ 운영을 원하는 점주들고 생겨나고 있다.

편의점사 한 관계자는 “업주들이 가맹 상담 과정에서 갈수록 커지는 인건비 부담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는 지를 물어오는 경우가 많다. 현재로선 뚜렷한 해법은 없는 상황”이라며 “편의점의 근무 강도가 여타 업종보다 크다고 보지는 않는다. 그렇다보니 점주 입장에선 추석이라고 해서 시급을 갑자기 올리기에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어 “이런 애로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본사차원의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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