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미국인들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저축해 둔 ‘비상금’마저 꺼내 쓰기 시작했다. 월급만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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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무디스 애널리스틱은 미국인들이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 초부터 지난해 말까지 총 2조 7000억달러(약 3535조원)를 저축했으며, 이중 1140억달러(149조원)를 올 들어 꺼내 쓴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미국인들이 월급만으로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감당하기 어려워지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8.6% 급등해 1981년 12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저축액은 미 정부가 여러 차례 지급했던 코로나19 관련 재난지원금이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많은 미국인들이 팬데믹 기간 미래 불확실성 때문에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저축도 대폭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5월 미 가계 저축률은 5.4%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4월 34%보다 크게 쪼그라든 것은 물론, 최근 10년 평균치보다도 낮다. 저축률은 가처분소득에서 소비하고 남은 돈을 뜻한다.
다만 살인적인 물가 상승에도 대다수 미국인들은 생활고에 빠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크게 우려되는 저소득층의 경우에도 이들이 주로 종사하는 서비스 업계가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급여는 오히려 인상되는 추세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5월 레저 및 접객업의 평균 시급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3% 상승했다. 이는 전 직종 평균 인상률 5.2%의 두 배 수준이다.
무디스는 “올해 1분기 높은 인플레이션에도 소득 하위 20% 집단이 저축을 꺼내 쓰지 않았다. 이들은 대부분이 레저나 소매업, 헬스케어 등에서 일하고 있다. 임금이 오른 덕분에 상당수가 계속 저축할 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