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판에서 벌어지는 ‘경우의 수’는 우주에 있는 원자 수보다도 많다. 이 때문에 바둑 기사들은 직관에 의존해 판세를 가늠하고 바둑돌을 놓는다.
바둑계에서는 바둑은 여전히 인간의 창의성과 직관이 발휘되는 기계 밖 영역이라고 보고 있다. 알파고가 하루에 3번씩 1000년간 대국을 할 수 있다고는 하나 인간의 직관을 따라 잡을 수 없다는 얘기다.
바둑계 “인공지능, 인간의 직관 넘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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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바둑의 재능을 기재라고 부른다”며 “이 재능을 가진 사람은 보통 11살에 프로가 되고 20살 이전에 세계 타이틀을 딴다”고 말했다. 기재가 없는 사람이 1000년을 대국한다고 해도 실력 향상은 없다는 뜻이다.
박 부총재는 “알파고는 천재급은 아니다”고 단언했다. 알파고가 대부분의 사람들을 이길 수 있겠지만 이세돌 9단 같은 천재를 넘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 바둑을 두는 기사들은 현재 방어나 공격을 위해 바둑돌을 바둑판에 놓지만 몇 수 뒤의 판세를 주도하기 위해서도 돌을 놓는다. 이 같은 판단은 전략적인 근거가 아니라 ‘감각’에 기반을 두고 있다. 박 총재는 “기계는 감각이 없다”며 “모든 수마다 근거를 댈 수 있다면 그 존재는 진정 바둑의 신”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딥마인드 측은 이같은 직관도 기계는 모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인간이 직관으로 낸 바둑 수마저 알파고는 데이터로 저장해 응용한다.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MBA 주임교수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알파고는 기존 인공지능과는 다른 범용 프로그램으로 한 단계 위 버전”이라고 말했다. IBM 인공지능 프로그램 왓슨과 달리 이기는 방법을 스스로 연구하고 분석한다는 뜻이다.
이를 반영하듯 알파고의 ‘이기는 바둑 실력’은 급상승 중이다. 구글의 인공지능 자회사 딥마인드가 2014년 첫 선을 보인 이후로 수십만 대국을 하며 진화중이다. 이세돌 9단도 “지난해 10월까지만해도 아마 9급 정도의 실력이었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분명 발전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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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사비스 CEO는 알파고의 머신러닝(기계 학습) 방식이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범용화된 인공지능 기계가 목표다. 알파고처럼 바둑만 두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바둑도 두고 퀴즈도 맞추고 대화도 하는 식의 인공지능이다. 사람을 닮은 인공지능이다.
하사비스 CEO는 인공지능이 인류의 발전과 현안 해결에 도움을 줄 것으로 믿고 있다. 그는 “범용화된 인공지능은 헬스케어나 로봇, 스마트 시스템 등에 적용할 수 있다”며 “의료보건 분야가 가장 관심이 가는 분야”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진이 기계학습과 AI를 활용하면 더욱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진짜 사람과 같은 인공지능은 언제 나올까. 하사비스 CEO는 물론 국내외 인공지능 전문가들도 수십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알파고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하사비스 CEO는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도 ”인공지능이 완벽히 구현되려면 인간처럼 생각하고 판단해야 하는데 아직 그 근처에도 못갔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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