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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서울 소재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이한수(가명·27) 씨는 지난해 12월 이른바 ‘취포생(취업포기생)’이 됐다. 하반기 공채시즌 때 입사 원서 100여개를 넣었지만, 면접까지 간 곳은 단 3곳에 불과했다. 최종 합격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그는 “취업 눈높이가 높은 것도 아닌데 막상 취업 전선에 뛰어드니 일할 수 있는 기회조차 열리지 않았다”면서 “당분간 입사 지원은 하지 않고, 스펙을 쌓으면서 취업시장이 좋아지길 기다리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 씨처럼 일할 의지와 능력이 있어도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구직단념자’가 다시 50만 명을 넘어섰다. 구직단념자의 상당수는 청년층(15~29세)에 쏠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문이 바늘구멍이 된 지 오래된 상황에서 취업 자체를 포기한 젊은이들이 늘고 있는 현실이다.
구직단념자는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02년 12월 3만9000명에 불과했다. 이후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2010년 20만명대를 돌파했고 2014년에는 40만명대로 올라섰다. 그러다 지난해 8월 53만9000명으로 최고치를 찍었고, 이후 다시 40만명대 중반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해 12월 다시 50만명대로 올라선 것이다.
정확한 통계는 공개되고 있지 않지만, 구직단념자 중 절반가량은 청년층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관계자는 “절반을 넘지는 않지만 청년층의 비중이 구직단념자 중에서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학생 등 비경제활동인구가 적극적으로 노동시장으로 뛰어들긴 했지만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아 취업이 안 되고 구직활동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세가 작년보다 더 불확실한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구직단념자수와 실업자수는 더욱 급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