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귀성표 확보…20·30 '광클릭' Vs 50·60은 '밤샘 줄서기'

  • 등록 2017-01-10 오후 3:17:45

    수정 2017-01-10 오후 10:36:05

설 연휴 기간 열차승차권을 구매하려는 시민들이 10일 오전 8시 30분 서울역에서 예매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유태환 기자)
[이데일리 유태환 유현욱 기자]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 “경부선 승차권 예매가 곧 진행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오자 툭툭 자리를 털고 일어난 강모(78)씨는 지갑을 꺼내 들었다. 전날 오후 2시에 나왔다는 그는 서울역에서 꼬박 밤을 지새웠다.

이날 두 번째로 경부선 승차권을 구입한 강씨는 “가족들과 함께 명절을 쇠러 27일 부산 물금으로 가는 표를 예매했다”며 “컴퓨터를 잘 다루지 못해 명절 때마다 역으로 와 직접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 연휴 귀성길 ‘예매 전쟁’의 막이 올랐다.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층은 홈페이지가 열릴 시간을 기다려 ‘광(光)클릭’으로 표를 구한 반면 온라인 예매가 어색하고 불편한 장년층과 노년층은 전날부터 매표소 앞을 지키며 밤샘 줄서기로 귀향길 기차표 구하기에 나섰다.

대합실 500여명 장사진…대부분 중장년층

설 연휴 기간 열차 승차권 예매가 시작된 이날 오전 서울역 매표소 앞은 기온이 영하 4도까지 떨어진 날씨에도 전날부터 매표소 앞에서 줄을 선 시민 500여명이 장사진을 이뤘다. 10, 11일 이틀간 오전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코레일 홈페이를 통해, 역과 판매 대리점에선 이날부터 이틀간 오전 9시부터 오전 11시까지 승차권을 예매할 수 있다. 첫날 경부선·경전선·동해선·충북선 등의 승차권이 판매됐고 11일에는 호남선·전라선·장항선·중앙선 승차권을 판매한다. 대상은 오는 26일부터 30일까지 5일간 운행하는 고속철도(KTX)와 새마을·무궁화호 등의 열차와 관광전용열차 승차권이다.

인터넷과 현장 매표소를 통해서 설 연휴 승차권 구매가 가능하다. 매표소가 있는 역 대합실은 인터넷 사용에 익숙한 20대는 찾아보기 힘든 반면 낚시용 의자와 깔개 등을 들고 밤새 줄을 선 중장년층이 대다수였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서 왔다는 주부 신연호(60·여)씨는 “아침 5시 30분부터 나와서 기다렸다”며 “평소에는 사위나 딸들이 인터넷으로 예매를 해줬는데 폐를 끼치기 싫어 직접 역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오는 27일 오전 9시 출발 부산행 KTX표 4장을 손에 쥔 이모(48)씨는 “회사에 반차까지 내고 나온 보람이 있다”며 “원하는 시간대의 가족들 표까지 모두 샀으니 시간이 아깝지 않다”고 웃었다.

다음날 시작되는 호남선 예매를 위해 하루 전부터 서울역에 나와 있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서울역은 ‘호남선 설 예매 대기장소’ 안내판과 대기를 위한 장소를 따로 마련했다. 김모(48)씨는 “원하는 날짜의 시간대 표를 구하려면 이렇게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 곁에는 약 10여명의 시민들이 다음날 예매를 기다리며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인터넷 예매 실패하자 뒤늦게 매표소 달려오기도

예매가 시작된 지 10분쯤 지나자 동대구와 부산·대전 등 일부 구간의 좌석이 매진되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매진되는 구간은 빠르게 늘어났다.

매진 구간 안내가 전광판에 나오기 시작하자 인터넷 예매에 실패해 뒤늦게 역으로 달려온 시민들이 표를 구할 수 없을까봐 발을 동동 굴렀다. 오전 9시 20분쯤 역에 나와 줄을 선 대학생 구태희(20·여)씨는 “학교 과제 때문에 30일에는 꼭 서울로 올라와야 하는데 인터넷 예매에 실패했다”며 “벌써부터 매진되는 구간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표를 못 구할까봐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황보경(19·여)씨는 “집에서 인터넷으로 예매를 시도한 어머니가 실패했다고 하셔서 부랴부랴 현장에 나오는 길”이라고 했다.

방학 기간이라 젊은 층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이지원(27)씨는 “버스 등 다른 교통편도 많아 굳이 열차표를 예매하러 서울역에서 기다리진 않는다”고 말했다.

명절 때마다 반복되는 ‘승차권 예매 전쟁’ 탓에 서울역에서는 대합실 바닥에 방한 매트를 깔고 난방에도 신경을 썼다.

서울역 관계자는 “명절 때마다 시민들이 몰리다보니 최대한 불편하지 않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50여명의 인원이 현장을 통제하고 시민들을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도시철도공사는 이번 설 연휴 전체 승차권 중 인터넷에 70%, 역 창구 및 판매대리점에 30%를 구매할 수 있도록 배정했다. 이번 인터넷 예매부터는 좌석이 매진될 경우 예약대기를 신청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인터넷으로 예매한 승차권은 11일 오후 4시부터 15일까지 결제하지 않으면 예매가 취소돼 주의해야 한다.

설 연휴 기간 열차승차권 현장 예매가 시작된 10일 오전 9시 10분 전광판에 일부 구간이 매진됐다는 안내가 나오고 있다. (사진=유현욱 기자)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좀비들 중 돋보이는 '미모'
  • 아이언맨 출동!
  • 아스팔트서 왜?
  • 한혜진 시계가?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