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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물류 부동산업계가 ‘쿠팡 화재’ 후속법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가 도입돼 경쟁력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물류창고 개발비용이 올라가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쿠팡 화재의 도화선‥지하층도 용적률에 포함해 규제
18일 국회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8월 임시국회가 시작되면서 국회를 중심으로 쿠팡 화재 후속법안이 본격 논의될 전망이다. 지난 6월 발생한 이천 덕평 쿠팡 물류센터 화재로 소방관 1명이 순직하면서 물류창고 안전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여론을 반영해서다. 매년 반복되는 물류창고 화재를 막으려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여당 소속인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축법 일부 개정안을 포함한 ‘화재안전 기준강화 5법’을 대표 발의했고, 야당에서는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소방시설법, 건축법, 기업규제완화법 개정안을 포함한 ‘소방기준 개선 3법’을 내놓은 상황이다. 송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관련부처와 협의가 끝나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토위 전체회의에 법안 상정요청을 한 상태다. 상임위 차원에서 법안이 본격 논의되면 백 의원의 법안과 병합심리할 가능성이 크다.
물류업계나 관련 부동산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백 의원이 발의한 건축법 개정안이다. 여기에 물류창고 지하층 면적도 용적률에 포함하는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다른 건축물과 마찬가지로 물류창고를 지을 때 지하층은 용적률을 계산할 때 빠지는데, 앞으로는 용적률에 포함하겠다는 것이다. 가령 대지면적이 1만 제곱미터(㎡)인 부지의 용적률이 100%라고 가정하면, 지하층과 바닥면적 5000㎡ 규모 2층짜리 창고를 지을 수 있는데 개정안이 시행되면 지상층만 지을 수 있다는 뜻이다.
백혜련 의원실 관계자는 “건축법에 따라 방화구역이나 피난 계단 같은 안전시설은 바닥면적 기준으로 돼 있다. 지하는 용적률에 산입하지 않아 안전 사각지대였다”며 “대형 물류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큰 피해가 불가피해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국회 논의과정에서 대형 물류창고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면 충분히 협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현실 모르는 규제‥고층서 불나면 15층 이상 짓지 말라는 것”
당장 관련 부동산 시장은 지하층 규제 가능성만으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하층을 용적률에 포함하는 방안은 효과도 없고 현실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법안이라는 것이다.
서광덕 삼정KPMG 재무자문부문 상무는 “(법안 발의 이후) 경사지 수요도 줄고, 가파르게 올랐던 물류창고 매매가격 상승폭도 주춤한 상황”이라며 “시장에서는 경사지 매입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아울러 비용이 더 들더라도 용적률 규제가 덜한 노후 산업단지나 공업지역으로 눈을 돌리는 투자자가 늘고 있는 분위기다.
물류창고 부지 공급이 줄면 임대료를 포함해 전체적인 물류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산업경쟁력 차원에서 물류 대응 능력을 떨어트리고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부담만 커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안전 측면에서도 물류창고 화재는 소방감지기 같은 방재 시설을 보강하는 게 효과적이란 지적도 많다. 쿠팡 화재 역시 관리자가 평소에 오작동하던 화재감지기를 일부러 차단해 화재를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감지기를 포함한 방재 장비의 성능이 형편없었고 규제도 헐거웠다는 것이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창고의 대형화재를 막으려면 소방관련 규제나 시설을 선진국 수준으로 확충하면 될 일”이라며 “고층 빌딩에서 불이 나면 15층 이상 건물은 짓지 말라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