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능력 안배 속 세대교체 방점…바이든과 소통할 '미국통' 급 올렸다

최경식 세트부문 북미총괄사장 승진 눈길
검사 출신 김수목 사장, 준법경영 역할 부여
전략통 최윤호, '야전사령관' 삼성SDI 배치
  • 등록 2021-12-07 오후 6:12:27

    수정 2021-12-07 오후 8:52:42

[이데일리 김상윤 함정선 기자] 예상을 깬 파격이었다. 삼성전자는 7일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부회장과 김현석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 고동진 IT·모바일(IB)부문 사장 등 대표이사 ‘빅3’를 모두 교체하고 한종희 부회장, 경계현 사장 ‘투톱’ 체제로 재편하는 내용을 골자로 회장 승진 1명, 부회장 승진 2명, 사장 승진 3명, 위촉업무 변경 3명 등 총 9명 규모의 사장단 정기인사를 단행했다. 코로나 상황에서도 역대 실적을 올린 공을 고려해 안정 속 변화를 꾀할 것이라는 예상이 빗나간 셈이다. ‘성과’와 ‘능력’을 바탕에 두되, 미래개척을 위한 세대교체에 방점을 찍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발(發) 이른바 ‘뉴삼성’ 인사라는 분석이 나온다.

(좌측부터) 최경식 세트부문 북미총괄사장, 박용인 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김수목 세트부문 법무실장 사장, 박학규 세트부문 경영지원실장, 강인엽 DS부문 시스템 LSI사업부장
‘바이든과 소통’ 최경식-‘준법경영 지휘’ 김수목 승진

7일 발표한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는 반도체, 가전, 모바일 등 3개 사업 부문 수장을 모두 교체했다는 점에서 ‘미래 준비’를 위한 세대교체 인사로 평가할 수 있다. 올해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이 예상되고 있지만 미·중 갈등, 글로벌 공급망 문제, 4차산업혁명 등 글로벌시장 판도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이를 통해 새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속내가 녹아든 것으로 해석된다. 이 부회장은 최근 미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와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와 마음이 무겁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위기를 대처할 사장은 철저하게 ‘성과’와 ‘능력’을 바탕으로 발탁됐다. 승진한 최경식(59) 세트부문 북미총괄사장은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미국통’이다. 구주총괄 무선담당, 무선사업부 북미PM그룹장과 전략마케팅실장을 역임한 영업 전문가다. 2020년 12월부터 북미총괄 보직을 맡아 역대 최대 매출을 이끌어 내며 북미지역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한 점을 인정받았다. 특히 반도체사업 정보제공 요청과 대규모 미국 반도체공장 투자, 해운물류대란 사태 해소 등 여러 미국 현안이 터졌을 때 미국 바이든 정부 핵심 인사와 소통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이 연말 쇼핑 대목 맞아 주요 소매업체와 소비재 생산업체 사장과 만난 자리에서 유일하게 외국계 인사로 참석하기도 했다. 미 행정부 연락망 역할을 하면서 미지역에서의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승진한 박용인(57) 신임 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도 실력을 인정 받은 케이스다. 동부하이텍 대표 출신인 그는 2014년 삼성전자로 옮긴 후 LSI개발실장, 센서사업팀장, 시스템LSI 전략마케팅실장 등 시스템LSI사업부내 주요 보직을 역임하며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센서 사업 성장을 주도했다. 박 사장은 비메모리 사업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차기 먹거리’인 시스템 반도체 수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법무실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김수목(57) 법무실 송무팀장은 세트부문 법무실장(사장)으로 승진했다. 검사 출신인 그는 2004년 삼성그룹에 옮기면서 옛 구조조정본부·미래전략실 법무 담당 임원을 맡는 등 삼성그룹 주요 법무 이슈를 도맡았다. 미전실 해체 당시 잠시 물러나 있었지만 2020년 9월 삼성전자 법무실 송무팀장으로 복귀하는 등 이 부회장의 핵심 측근 중 한명이다. 이재용의 ‘뉴삼성’ 선언에 따라 그간 쌓은 법무전문성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준법경영’ 강화에 더욱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박학규(57) DS부문 경영지원실장은 세트부문 경영지원실장 사장으로 옮겼다. 그는 삼성전자 VD사업부지원그룹장, 무선사업부 지원팀장, SDS 사업운영총괄,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지원실장 등을 역임했다. 삼성전자 내 핵심사업과 부서를 두루 경험하면서 전체 사업에 대한 폭넓은 안목을 보유했다는 평을 받는다.

강인엽(58) DS부문 시스템 LSI사업부장은 DS부문 미주총괄 사장을 맡는다. 대표적인 시스템반도체 전문가인 그는 삼성전자에서 추진력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인정받는 인사다. 1996년부터 2009년까지 퀄컴의 기술 부사장으로 셀룰러 모뎀 개발을 주도했고, 2010년에는 삼성전자 DMC 연구소 입사한 후, 부사장으로서 셀룰러 베이스밴드/RF 칩셋의 개발 및 상용화를 이끌었다. 2017년 시스템LSI사업부장으로 보임된 이후 5G 모뎀, AI 지원 모바일 프로세서, 1억화소 CMOS 이미지 센서 등 삼성 시스템반도체를 성장 이끌어왔다. 미주총괄 담당사장을 맡으면서 미국 제2파운드리 공장 건설을 주도하는 등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을 차질없이 이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좌측부터)최윤호 삼성SDI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남궁범 에스원 사장
◇삼성전자 핵심을 계열사 ‘야전사령관’으로…최윤호 주목


계열사 사장 인사는 ‘삼성전자’ 출신들이 대거 자리를 잡았다. 삼성전자 주요 핵심인사들을 계열사 사장을 보내 ‘야전사령관’을 맡아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등 현장경험을 쌓도록 역할을 부여한 것으로 읽힌다.

삼성SDI 신임대표로는 삼성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최윤호(58) 사장을 임명했다. 삼성전자 대표적 ‘전략통’인 최 신임 대표는 그룹의 핵심 인사로 손꼽히는 인물 중 하나다. 1987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과거 미래전략실, 사업지원TF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특히 최 대표는 그룹 내 주요 조직이 만들어졌을 때 합류하며 능력과 역량을 인정 받았다. 2010년 미전실이 출범했을 때 임원으로 3년 넘게 근무했고 2017년 사업지원TF가 구성됐을 때 역시 참여했다. 이 부회장이 부재 상황에서 꾸려진 ‘삼성 비상경영체제’ 속에서 삼성전자 안살림을 챙겼고, 지난해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회의 기구를 이끄는 등 리스크 관리를 맡은 핵심 ‘브레인’이다.

무엇보다 최 대표는 경영지원실장을 맡아 그룹의 전반적인 성장전략과 함께 투자전략을 구상해왔기 때문에 앞으로 삼성SDI의 배터리 사업에 대한 전략적인 투자지원이 진행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터리 사업에 대한 그룹의 지원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삼성전기 신임 대표이사에는 장덕현(57)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센서사업팀장(부사장)이 승진해 임명됐다. 장 사장은 대표적인 반도체 개발 전문가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솔루션개발실장, 시스템 LSI사업부 LSI개발실장, SOC개발실장, 센서사업팀장 등 주요 요직을 맡았다. 장 사장은 삼성전자 DS부문장으로 옮겨간 경계현 사장을 대신해 삼성전기가 주력하고 있는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와 고사양 반도체 패키지 기판 개발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임 남궁범(57) 에스원 사장도 삼성전자에서 줄곧 재무 업무를 담당한 재무전문가다. 그는 1989년 경리팀을 시작으로 경리그룹장 등을 거쳐 2013년 12월부터 재경팀장으로 재직했다. 2015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남궁 사장은 전자 분야 사업경험과 글로벌 경영 경험을 접목해 종합 안심솔루션 기업으로서 에스원을 키워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그간 삼성전자에서 주요 역할을 한 인사를 이번에 야전으로 보내 현장경험을 쌓게하면서 삼성전자의 주요 포스트로 육성하기 위한 차원의 인사로 분석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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