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입국제한, 일본 내에서도 비판.."아베 총리의 쇼"

아베, 벚꽃 스캔들에 코로나19 늑장대응으로 입지↓
"중국 입국 금지하라"는 지지층 요구에도 中눈치만
한국, 아무 소통없이 일방적 발표..양국갈등 재점화
  • 등록 2020-03-06 오후 5:03:00

    수정 2020-03-06 오후 6:17:46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번번이 뒷북·늑장 행보를 보인 아베 총리가 비판을 피하려고 내놓은 쇼다”

일본 언론들이 지난 5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내놓은 한국과 중국 입국제한 조치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한국과 중국에 발행된 비자 효력을 정지하고, 한국인이 90일 이내 단기 체류를 하는 경우 일본에 무비자 입국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일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한국과 중국에서 일본으로 입국할 경우 지정장소에서 2주간 대기하고, 이 경우에도 대중교통은 이용할 수 없게 했다.

日언론 “이제와 입국제한 실효성 없어”

한국과 중국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 기자회견 이후 일본 언론들은 여러 가지 분석을 내놨다. 아사히 신문은 “강한 단어를 선택한 것에 대해 지도력을 연출하려고 보이는 의도가 보인다”고 평가했고, 마이니치 신문은 “이미 미즈기와(水際·‘물가’라는 단어로 감염원이 국내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조치)는 무너졌고 국내에서는 2차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며 “실효성보다 강한 메시지로 강한 정책 자세를 보여주는데 초점을 둔 것”이라고 봤다.

일본에서는 지난 설 연휴 직후 중국 우한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자 중국인 입국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됐다.

특히 아베 총리의 정치적 지지기반인 자민당 보수세력은 중국 전역의 입국 금지를 강하게 주장해왔다. 그러나 2019년 방일 외국인 중 중국인이 차지하는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데다 4월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방일 등을 감안해 아베 총리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아베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좁아졌다. 국회 행사를 지지자들을 위한 사적인 목적으로 썼다는 ‘벚꽃 스캔들’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 측근들의 부패 혐의 등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고, 이 와중에 코로나19 확산 과정에서 정치 리더십을 보여줄 기회마저 잃어버렸다. 전국 초·중·고교에 휴교할 것을 권고했으나 독단적인 결정이라는 뭇매를 맞기도 했다.

결국 아베 총리가 한·중 입국제한이라는 초강수를 내놨지만 늦었다는 평가가 많다. 중국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증가세는 최근 둔화하고 있고, 이제 와서 중국 전역의 입국 금지를 내리는 것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5일 기준 중국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43명, 사망자는 30명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1일만 하더라도 신규 확진자 수가 573명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나흘 연속 1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 정부 내에서도 입국제한 결정이 내려진 이후 동요가 적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정부 관계자는 마이니치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놀랐다. 미즈기와 대책은 오히려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중국은 배려했지만..한국은 뒤통수

일본의 이번 입국제한 조치는 중국에 비해 한국을 전혀 배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중국인 입국 금지를 실행하라는 자민당 의원 요구에 아베 총리는 “외교적 배려가 아니다. 필요하다면 주저없이 실행하겠다”고 말했지만, 국내 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서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중국에 충분한 이해를 구했음은 여러 정황에서 드러난다. 우선 이번 조치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일이 연기된다고 발표한 뒤에서야 발표됐다. 중국은 이미 지난 1월 하순부터 자국민의 국내외 단체 투어를 금지하고 있는데 특히 감염자가 확산 중인 일본 등에 대해서는 입국 후 14일간 자가격리 조치를 취하고 있다. 특히 자오리지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조치는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며 크게 개의치않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별다른 이해가 없었던 한국이 뒤늦게 반발하면서 한·일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는 6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일본의 입국 제한 조치에 강한 유감을 표하고 상호주의에 입각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번 조치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은 이어지고 있다. 스가 장관은 5일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한국 입국자에 정부가 지정한 장소에서 2주간 대기하라는 법적 근거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후생노동성에 물어보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아사히 신문은 “경제와 사회에 혼란을 낳을 수 있는 조치인데도 정부 대변인이 구체적인 대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는 일본인들조차 곤혹스런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일본인 여성은 한국 내 휴교령이 길어지자 아이 둘을 일본에 있는 친정 부모님께 맡겼다. 이 여성은 당초 4월 신학기에 맞춰 아이들을 한국으로 데려올 생각이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일본 귀국도, 한국 재입국 가능 여부도 불확실해졌다.

일본 여당에서는 한국과의 관계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베 내각으로부터 사전 설명을 들은 여당 간부는 닛케이에 “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은 아직 일본에 대해 입국 규제를 강화하지 않고 있는데 일본이 먼저 나서는 것은 과도하다는 비판이다.

경제계에서도 관광수요 위축 장기화 등 경제적으로 악영향을 불러오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한·중 방문객이 줄어든 상황에서 입국 규제 조치로 타격이 심화되는 것은 물론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일본 호텔 관계자는 “이미 취소 전화가 빗발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상황이 악화돼서는 안된다”며 “교류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규제를 해제하는 시기를 적절히 검토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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