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부동산 족집게 애널이라더니…빈수레만 요란했던 강연

  • 등록 2019-05-30 오후 4:26:19

    수정 2019-05-30 오후 5:52:27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이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부동산 시장 전망 및 투자전략’ 세미나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김성훈 기자)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요약하자면 마음의 여유를 가지세요. 여유를 갖고 시장을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한 시간 가까이 이뤄진 강연의 마지막 발언은 생각보다 심심했다. 평일 오후 시간을 쪼개 강연장을 찾은 500여명의 인파에게서 열기 대신 썰렁함이 느껴진 이유였다. 지난 29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부동산 시장에 대처하는 4가지 방법’이란 주제로 열린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의 VIP세미나를 찾은 소감이다.

채 연구원은 지난해 대세 상승장이던 주택 시장이 9·13 부동산 대책 이후 하락할 것으로 전망해 업계에서 주목을 받은 인물이다. 앞선 9·13 대책 이전까지 이어진 상승장까지 맞추면서 일약 부동산시장의 족집게 애널리스트로 떠올랐다.

채 연구원의 영향력은 주가 추이로도 확인할 수 있다. 채 연구원은 이달 27일 태영건설(009410)에 대해 “환경부문의 급성장이 주가 상승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기존 1만7000원에서 2만2000원으로 29.4% 상향 조정하는 보고서를 냈다.

공교롭게도 이날 태영건설(009410) 주가는 16.34% 뛰면서 올해 1월 23일(16.44%) 이후 넉 달여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 나아가 부동산 업계에서 채 연구원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행사에도 채 연구원의 강연을 듣기 위해 시작 전부터 수 백명의 인파가 운집했다.

기대를 모은 강연은 언론과 이전 강연에서 다뤘던 내용이 주를 이뤘다. 주택 하락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무주택자는 청약을 노리고 다주택자는 절세 전략을 짜야 한다는 원론적인 것들이었다. 강연 초반 “강연만 수 백번을 해서 큰 걱정이 없다”는 발언에 이목을 집중한 청중들 입장에서는 맥 빠지는 순간이었다.

강연 후반부에는 느닷없이 해외 주식 이야기가 나왔다. 채 연구원은 “(우리나라 세법상) 투자를 하게 된다면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우리나라 주식은 (과세를 할 때) 손익을 따지지 않는데 해외 주식은 손익을 더한다. 수익을 났을 때만 과세를 하니까 지극히 합리적이다”며 해외 주식 예찬론을 펼쳤다.

그러면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모두 다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안 하는 상황에서 해외 주식을 활용한 자산 포트폴리오를 수립하면 어떨까”라고 덧붙였다. 최근 글로벌 증시 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는 회사 사정은 차치하더라도 며칠 전 국내 건설사 종목을 추천했던 사실이 묘하게 스친 순간이었다.

한정된 시간에 눈이 번쩍뜨일 투자 전략을 바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일지 모른다. 그러나 족집게 애널리스트의 강연을 놓치지 않겠다며 한자 한자 적어내려가던 몇몇 청중이 강연 중반 펜을 내려놓던 광경은 한 번쯤 진지하게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재탕 발언에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고 강연장을 찾은 청중은 없었을 테니 말이다. 족집게 부동산 애널리스트의 VIP 초청 세미나가 유난히 공허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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