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놓고 병원 가다간 보험료 4배…실손보험 확 바꾼다(종합)

'비급여' 보험금 기준 할증·할인하는 4세대 실손보험
비급여 아예 안타는 72.9%는 다음해 보험료 5% 할인
"자기부담금 높아 병원 갈수록 부담…月 보험료는 낮아져"
기존 가입자, 4세대로 갈아타지 않으면 할인·할증 적용 없어
  • 등록 2020-12-09 오후 5:28:26

    수정 2020-12-09 오후 9:27:55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4세대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이 내년 7월에 등장한다. 자동차보험처럼 할증과 할인 개념이 들어가는 게 특징이다. 많이 쓰면 보험료가 비싸지고, 안쓰면 보험료가 싸지는 구조다. 과도한 의료 이용을 막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비급여 보험금을 한번도 받지 않았을 때 내려가는 보험료는 5%인 반면, 300만원 이상 비급여 보험금을 받았을 때 보험료는 4배까지 늘어난다. 보험료 인상의 폭이 크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나올 수 있다. 또 4세대 실손보험은 현재 실손보험보다 보험료가 10%가량 싸지만 본인이 내야 하는 자기부담금도 늘어나는 점도 부담이다.

4세대 실손보험 할인·할증제도[금융위원회 제공]
자동차 보험처럼…비급여 많이 받으면 보험료 최대 4배

9일 금융위원회는 실손보험 구조 개편안을 내고 내년 7월 ‘4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도수치료나 MRI 같은 비급여 진료에 대한 보험료 부담을 높여 과잉 진료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현재 실손보험은 성별과 연령, 상해등급으로만 보험료가 정해질 뿐, 의료 이용량은 반영되지 않는다. 아무리 많이 병원에 다녀도 보험료는 똑같다. 하지만 내년 7월부턴 사고를 많이 낸 사람이 할증을 적용받는 자동차보험처럼 차등제를 적용한다. 차등의 기준은 국민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지 않는 ‘비급여 진료’다.

할인과 할증은 비급여 보험금 지급액에 따라 5단계로 나뉜다. 비금여 보험금을 1년간 100만원에서 150만원 미만으로 타간 가입자는 그 다음해 보험료가 2배(100%할증)로 높아진다. 150만원에서 300만원 미만으로 타간 사람의 보험료는 3배(200% 할증), 300만원 이상의 보험금을 타 간 사람은 4배(300% 할증)로 뛴다. 금융위에 따르면 비급여 보험금을 1년에 100만원 이상 타 간 사람은 전체 가입자의 1.8% 정도다.

반면 비급여 영역에서 100만원 미만의 보험금을 타간 사람들은 보험료가 유지되고, 1년간 비급여 보험금을 아예 신청하지 않으면 보험료가 5% 줄어든다. 금융위는 비급여 청구가 1년간 한번도 없는 가입자가 전체의 72.9%에 달하는 만큼, 대다수는 할인 혜택을 볼 것이라고 기대했다. 단, 암질환이나 심장질환을 앓고 있거나 치매환자인 고령자 등은 차등제에서 제외된다.

할인과 할증은 매년 초기화된다. 올해 비급여 보험금을 300만원 이상 탔다고 해도 내년 비급여 의료 이용이 없다면 다음해 할증 보험료는 없어진다. 다만 할인과 할증은 충분한 데이터가 필요한 만큼, 4세대 실손보험 출시 후 3년 뒤인 2024년 7월께부터 적용한다.
새로운 실손과 기존 실손과의 40세(남자) 기준 보험료 예시 비교[금융위원회 제공]
병원 자주 가는 사람 부담 늘지만 月 부담금 싸져

가입자가 진료를 받을 때마다 부담하는 자기부담금은 급여 10~20%에서 20%로, 비급여 20%에서 30%로 올라간다. 소액 청구 남발을 막기 위한 조치다. 통원공제금액도 외래 1만~2만원, 처방 8000원에서 급여 1만원(상급·종합병원 2만원), 비급여 3만원으로 오른다. 병원을 자주 오가는 가입자 입장에선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다만, 매월 내는 보험료는 기존 실손보험보다 낮아진다. 2017년 4월 이후 나온 착한 실손(3세대)에 가입한 40대 남성의 월 평균 보험료는 1만2184원이지만, 4세대 실손보험에 가입하면 이보다 10% 저렴한 1만929원만 내면 된다. 착한 실손 이전에 나온 보험과 견주면 보험비는 50~70% 저렴해진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 1~3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130% 이상에 달해 보험료 인상 가능성이 크다”면서 “보험료 격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4세대 실손은 급여 진료를 주계약으로, 모든 비급여 진료를 특약으로 분류한다. 현재는 비급여 중 일부(도수치료, 비급여주사, MRI 등)만 특약으로 분류하고 있다. 재가입주기(보장내용 변경주기)는 현재 15년에서 5년으로 줄어든다. 새로운 질환이 발생하면 신속하게 보장하고 건강보험과의 정책 시차를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만일 2021년 7월 4세대 실손보험에 가입하면 2026년 보장내용이 바뀌는 식이다.

1~3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직접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지 않는 한, 할인·할증제는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당국은 보험금 청구를 잘 하지 않거나 병원에 자주 가지 않는 가입자들이 갈아타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최대한 무심사로 전환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착한실손 도입 3년 만에 또 개편…‘형평성’에 초점

금융당국이 3년 만에 또다시 실손보험 개편에 나선 것은 보험사들의 적자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손보험 손해율은 133.9%, 코로나19 확산으로 의료 이용량이 줄어든 올해 상반기 마저 131.7%에 달한다. 100원의 보험료를 받고 130원이 넘는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뜻이다. 2017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인 ‘문재인 케어’를 시행하며 비급여 진료를 급여로 전환했지만, 비급여 진료를 택하는 병원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 손해보험사에 청구된 영양제 목적의 비급여 주사제 청구액은 2018년 보다 36% 늘어난 950억 수준에 달할 정도다.

이에 2017부터 2020년까지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적자는 6조2000억원에 달한다. 보험사 30곳 중 11개사가 아예 판매를 중단했고 남은 19개사도 실손보험자에게 각종 검사를 요구하는 등 신규가입의 벽을 높이고 있다. 일부 보험사에서는 50대 조차 신규가입을 거절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실손보험을 개편하지 않으면 ‘제 2의 건강보험’인 실손보험의 가입 자체가 힘들어 지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인식했다.

금융위는 “3800만명에 이르는 실손보험 가입자 중 의료이용량이 많은 가입자 3.4%가 전체 보험금의 56.8%를 받아가고, 가입자의 65.7%는 보험금을 신청하지도 않는다”면서 “많이 받는 사람이 많이 내는 형평성을 제고해 실손보험의 합리적인 소비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4월까지 보험업 감독규정과 시행세칙 등을 개정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보험업계는 내년 7월 4세대 실손보험 상품을 내놓는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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