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코스피는 코스닥과 비교해서도 상대적 약세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내 기업들이 공급망 차질과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우려 속에 실적 추정치가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 ‘중형장대’ 산업 비중이 높은 코스피에 타격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대체불가능토큰(NFT), 메타버스 등 글로벌 투자 트렌드 흐름을 쫓는 코스닥 중소형주는 투자자 손길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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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거래일보다 0.08% 오른 2962.46에 강보합 마감했다. 이날 상승출발했다 이내 하락반전한 후 2949선까지 밀렸으나 마감 30분을 남겨놓고 상승반전, 겨우 플러스로 마감했다.
코스닥이 0.62% 오른 것 대비 상대적으로 약세다. 전일(8일)에도 코스피는 0.31% 하락했지만 코스닥은 0.11% 상승했다. 하반기 들어 국내 조정장 속에 코스피가 5거래일째 3000선을 하회한 반면 코스닥은 6거래일째 1000선을 지키고 있다.
코스피의 약세는 글로벌 증시에서도 부각되고 있다. 이달 들어서도 ‘신고점’ 랠리를 이어가는 미 증시의 하반기(7월1일 기준) 주요 지수 변동률을 살펴보면 다우존스는 5.2%,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8.8%, 나스닥은 10.1%다. 러시아 RTS는 12.0%에 이르고, 유로스톡50은 6.7%를 기록했다.
각국의 경기차와 기업 실적 흐름이 증시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3분기 실적 시즌을 맞아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견조한 실적 발표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은 러시아와 같은 자원 수출국에 호재로 작용했다. 2018년 미·중 관세 갈등 이후 중국 생산기지를 대체하며 미국 공급망에 속해 있는 인도·베트남도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증시의 약한 탄력은 실적 전망 변화 양상에 기인한다”며 “S&P500과 유로스톡600의 이익 전망치는 최근 3개월 간(11월 초)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됐고, 아시아 증시는 상대적으로 이익 전망 개선 폭이 약한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경기 영향 덜 받는 중소형 테마↑…“코스피, 中정책·인플레 변수”
코스닥에 비해 코스피가 유난히 더 부진한 이유로는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업종의 비중과 더불어 글로벌 투자 트렌드에 따른 쏠림 현상이 꼽힌다. 중국 경기 둔화 영향 가시권에 있는 우리나라의 기업 이익 전망치가 정체 국면에 맞닥뜨린 가운데 최근 투자자 손길을 이끌고 있는 메타버스, 게임, 엔터 등 중소형주는 상대적으로 경기 영향을 덜 받는다는 설명이다.
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해 POSCO(005490), SK하이닉스(000660), 현대차(005380) 등 주요 대형주가 견조한 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는 제자리 걸음이다. 이 역시 비용 상승 우려로 이익 눈높이가 지금보다 낮아질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으로 봤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세와 운임료 상승세를 감안하면 내년 초까지는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높아질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코스닥의 경우 최근 게임업계의 플레이 투 언(P2E), 대체불가능토큰(NFT) 사업 기대감이 확대되며 디지털 업종의 상승세가 부각되기도 했다. 비용 증가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롭고, 리오프닝과 신작 모멘텀 등으로 이익 추정치가 추가적으로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남아 있는 엔터, 게임 테마의 매력도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 코스닥의 코스피 대비 강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수출 증가율 둔화, 금리 안정세 등이 요인으로 꼽힌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통상 한국의 수출 증가율이 둔화하는 시기에 코스피 대비 코스닥이 강세를 보이는데, 내년 수출 금액 증가에도 증가율 둔화는 불가피할 것”이라며 “최근 장기물 금리 상승이 상단에 근접해 1분기 금리 안정화된다면 코스닥에 우호적일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코스피가 바닥에 이른 만큼 2900선 아래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이익·경기의 반등보다는 밸류에이션 반등을 견인할 수 있는 중국의 정책전환(완화), 내년 봄 인플레이션 우려 완화 등 요인이 반등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연준의 테이퍼링 선언과 유동성 흡수 우려가 바닥을 찍고 내년 하반기엔 경기 사이클도 반등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