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기금·공제회의 상업용 부동산 투자를 두고 부정적인 메시지를 연이어 내놓으면서 기관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가 메시지를 넘어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운용에 관여를 시도하게 된다면 전례 없는 개입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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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자들은 정 총리의 이번 발언이 투자 과정에 일종의 ‘구두 개입’을 넘어서 실제 개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일 당정의 국가경제자문회의에서 시중의 부동산 자금이 뉴딜 투자로 흘러가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발언이 나온 데 이어 총리마저 비슷한 메시지를 연달아 내놓았기 때문이다.
기관투자자들은 실제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고 운용 과정에 반영된다면 전례 없는 수준의 정부 개입이 될 것이라고 보고 경계하는 태세다. 유망한 투자처를 발굴하고 자체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투자 프로세스의 독립성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기관투자자의 의사결정은 자산시장에 전문성을 가진 최고투자책임자(CIO)와 운용역들이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한편, 실제 공제회에 돈을 납부하는 회원들로 구성된 대의원회가 중요 의사결정에 함께 참여하는 구조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우리가 굴리는 자금은 기본적으로 회원들이 낸 돈이고 정부 자금은 들어있지 않은데 개입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전했다.
일례로 가장 규모가 큰 국민연금공단은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고 있어 정부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다면 이를 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또 다른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투자 결정을 했을 때 수익률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거나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어떻게 책임진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