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신 뉴딜 투자" 압박하는 정부…기관투자자 '우려'

정부, 연기금·공제회 부동산 투자 제한 메시지
"시중 유동자금, 뉴딜기업으로 흘러야" 강조
기관 "정부 자금 없는데 개입 과도"…손실 우려도
  • 등록 2021-01-27 오후 2:40:29

    수정 2021-01-27 오후 9:47:22

[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정부가 기관투자자의 투자에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정부가 연기금·공제회의 상업용 부동산 투자를 두고 부정적인 메시지를 연이어 내놓으면서 기관투자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가 메시지를 넘어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운용에 관여를 시도하게 된다면 전례 없는 개입이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지난 26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공보실장 이메일 브리핑을 통해 “연기금, 공제회 등 기관투자가가 상업용 부동산보다는 생산적인 부문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이후 시중에 풀린 유동자금이 뉴딜기업에 투자돼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기관투자자들은 정 총리의 이번 발언이 투자 과정에 일종의 ‘구두 개입’을 넘어서 실제 개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일 당정의 국가경제자문회의에서 시중의 부동산 자금이 뉴딜 투자로 흘러가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발언이 나온 데 이어 총리마저 비슷한 메시지를 연달아 내놓았기 때문이다.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연기금, 공제회, 대기업이 투자하는 오피스빌딩은 최근 공실률이 늘어나고 임대료 수입이 줄어드는 반면, 가격은 서울 강남 기준으로 2년 동안 35%나 뛰었다”며 “금융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연기금 및 공제회는 이를 자산운용지침 등에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기관투자자들은 실제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고 운용 과정에 반영된다면 전례 없는 수준의 정부 개입이 될 것이라고 보고 경계하는 태세다. 유망한 투자처를 발굴하고 자체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투자 프로세스의 독립성이 침해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기관투자자의 의사결정은 자산시장에 전문성을 가진 최고투자책임자(CIO)와 운용역들이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한편, 실제 공제회에 돈을 납부하는 회원들로 구성된 대의원회가 중요 의사결정에 함께 참여하는 구조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우리가 굴리는 자금은 기본적으로 회원들이 낸 돈이고 정부 자금은 들어있지 않은데 개입하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전했다.

김 의원이 가이드라인을 언급한 만큼 기관투자자의 상업용 부동산 투자 비율을 제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방향성을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주요 연기금과 공제회의 소관 부처가 기관투자자와 개별 협의하는 방식으로 실제 투자에까지 적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례로 가장 규모가 큰 국민연금공단은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고 있어 정부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진다면 이를 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또 다른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투자 결정을 했을 때 수익률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거나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어떻게 책임진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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