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현대글로비스·이노션 걸려

대기업 상장사도 총수 지분율 20% 통일
신영선 부위원장 "정치적 고려 없다"
  • 등록 2017-03-27 오후 5:32:43

    수정 2017-03-27 오후 5:59:05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를 금지하는 규정(일감몰아주기 금지법)과 관련해 계열사 상장사도 총수 지분율을 30%에서 20% 기준으로 낮추는 것은 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풀이된다.

기준이 강화되면 현대글로비스, 이노션 등 총수 일가 지분이 30%에 조금 못미치는 상장사들이 모두 규제망에 들어오게 되면서 그룹 계열사간 내부거래가 엄격하게 통제된다.

현대글로비스 등 법망 피해간 대기업 계열사 걸려

일감몰아주기 금지법은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기업그룹 계열사들이 총수 일가 지분이 20%(상장사는 30%)이상인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부당하게 사업 기회를 넘겨주는 행위(회사기회 유용)를 규제한다. 2013년 신설된 일감몰아주기 금지법은 신규 거래에 한해서는 이듬해 2월부터 시행했고, 기존 거래에 대해서는 1년의 유예를 두고 2015년 2월부터 법을 적용하고 있다.

문제는 일감몰아주기 규제와 관련해 이미 대기업은 대거 규제망을 피해 나갔다는 점이다. 상장회사에 대한 총수일가의 지분율 요건(30%)을 비상장회사(20%)보다 높게 설정하면서 대기업이 문턱인 30%보다 근소하게 지분을 낮추는 등 규제 회피 사례가 나타나면서 실효성 논란이 끊임없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물류회사 현대글로비스(086280) 지분 52.17%를 보유하던 현대차그룹 총수 일가는 지분 매각을 통해 규제 기준인 30%에 약간 못 미치는 29.9%로 지분을 줄였고, 광고회사 이노션(214320)도 29.9%로 맞추면서 규제 대상에서 벗어났다. 공정위가 2015년 1차 점검을 벌여 지난해 현대, CJ, 한진 등 3개 그룹에 대해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제재를 하긴 했지만, 실제 총수 승계와 관련된 주요 거래는 제재할 방안이 없는 상황이다.

공정위는 상장사 지분율 문턱을 낮추는 배경을 공시 제도 기준과 맞추기 차원이라고 설명한다. 대기업집단은 총수 일가 지분이 20%이상인 계열사와 분기별로 50억원(또는 자본금 또는 자본총계 중 큰 금액의 5%이상) 이상의 상품 용역거래를 할 경우 미리 이사회 의결 후 공시를 해야 한다. 신 부위원장은 “공시 기준과 규제를 맞출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적극 검토하고 있다”면서 “총수 일가에 귀속되는 이익이 얼마나 되는지 판단하는 기준인 만큼 상장사 비상장사 구분할 필요가 없어 맞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관련법 발맞추나

그간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와 관련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보였던 공정위가 입장이 돌아선 것은 정치권에서 불고 있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움직임과도 무관하지 않다. 야권을 중심으로 일감몰아주기 강화 관련법은 3건이 상정돼 있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요건을 상장사와 비상장사 구분없이 지분 20%로 규정하는 법안이고, 김동철 국민의원은 이보다 훨씬 강도 높게 지분요건을 10%로 한층 더 강화하는 방안을 제안한 상태다.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분요건은 20%로 하되 총수 일가가 다른 계열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간접지분율까지 포함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 움직임에 동조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삼성 순환출자규제 특혜와 관련해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특검에 참고인 조사를 받는 등 영(令)이 안 서는 상황에서 전속고발권 폐지 등 공정위 권한 축소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는 등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 이 때문에 공정위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면서 본연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도 새 정부에 발맞춰 입지를 넓히는 차원이라는 해석이다.

양금승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정위가 그간 사실상 반대 스탠스를 보이다가 갑자기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를 검토한다는 것은 정치권 눈치보기 일환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신영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공정위는 정치권 상황을 생각하면서 일하는 조직이 아니다”면서 “제도가 시행된 지 3년이 지난 만큼 실효성 여부를 따져보겠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계열사 225개사 실태조사도 나서

공정위는 아울러 45개 대기업집단 계열사 225개 중 총수일가 지분이 많은 기업을 상대로 내부거래 실태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지난 2014년에 1차로 점검한 이후 두번째다. 이번 점검 대상에는 현재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대상인 185개사 이외에도 제도가 시행된 2014년 2월 이후 단 한 번이라도 규제 대상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기업들까지 모두 포함됐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 가치네트 삼성석유화학,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노션 현대글로비스 현대엠코 SK그룹은 SK, SK앤티에스, LG그룹은 지흥, LG 등이 점검 대상이다.

공정위는 일감몰아주기 행위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거래 단계를 만들어 총수일가를 위한 이른바 ‘통행세’를 편취하는 행위 등 신종 유형도 집중 점검하기로 했다. 법 위반 혐의가 포착된 기업에 대해 직권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신 부위원장은 “실태조사는 업무보고에서 발표한 것에 따라 스케쥴대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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