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고궁박물관의 ’영건, 조선 궁궐을 짓다’ 특별전에서 전시한 ‘창덕궁영건도감의궤’ (사진=국립고궁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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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고려를 멸망시키고 새로운 나라 조선을 건국한 신진사대부들에게 ‘궁궐’은 단순히 왕이 머무는 공간이 아니었다. 유교의 이념을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장소가 바로 궁궐이었다. 따라서 조선은 궁궐을 짓고 수리하는 일을 각별히 여겼다. 조선왕조는 궁궐을 짓는 일을 ‘영건’(營建)이라 명해 궁궐의 건축과 수리를 체계적으로 관리했다.
국립고공박물관이 2017년 2월 19일까지 기획전시실과 궁궐실에서 여는 ‘영건, 조선 궁궐을 짓다’ 특별전은 조선왕조의 상징중 하나인 궁궐을 짓고 수리하는 과정을 세세하게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전시에서는 보물 제1901-2호인 ‘창덕궁영건도감의궤’을 비롯해 경희궁을 그린 보물 제 1534호 ‘서궐도안’, 고종연간 경복궁 중건에 관해 기록한 ‘영건일감’, 덕수궁 중건 공사에 대한 문서 묶음인 ‘장역기철’ 등 문서 자료 외에도 조선 시대 건축 도구와 궁궐 내 쓰였던 벽지 등 180점의 유물을 선보인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전시물은 ‘창덕궁영건도감의궤’다. ‘창덕궁영건도감의궤’는 1833년 순조가 화재로 소실된 창덕궁 건물을 재건하는 과정을 기록한 문서로 공사 관리자의 명단과 직위와 건축의 주요 공정을 기록하였으며 각 건물의 입면도가 그려져 있다.
이 외에도 1865년 2월부터 1867년 12월까지 경복궁 중건 내용을 일기형식으로 기록한 책인 ‘영건일감’에는 돌을 다루던 석수들의 식사를 담당했던 식당주인 박학심이 미리 지급한 식비를 떼어 먹고 도망갔다는 일화 등이 기록돼 있다. 또한 은색 비단에 정자체로 쓴 경복궁 교태전 상량문도 공개한다. 길이가 14m에 달하는 상량문에는 나라와 왕실에 상서로운 기운이 깃들기를 바라는 내용이 담겼다.
김연수 국립고궁박물관장은 “조선은 유교적인 통치철학을 펼치는 장으로 궁궐을 지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영건을 책임진 관리와 현장에서 공사를 한 장인들이 이룩한 대역사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