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 살 돈이 없어서"…베네수엘라 살인물가에 범죄마저 줄었다

FT "2013년과 비교하면 GDP 5년 만에 47% 줄어"
마두로 정부 “3년간 살인 사건이 39% 급감" 발표
범죄자 "총알 한발에 1달러, 쏠수록 손해" 토로
  • 등록 2019-05-30 오후 5:29:12

    수정 2019-05-30 오후 5:33:47

거리에서 ‘엘 네그리토’로 불리는 24세의 한 베네수엘라 범죄자가 지난 13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서 두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한 손에는 총을 든 채 AP통신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NBC방송 홈페이지 캡쳐)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베네수엘라 경제가 5년 만에 반토낙 났다. 살인적인 물가상승률 등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는 베네수엘라에선 범죄자들조차 “먹고살기 힘들어졌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은 29일(현지시간) 국내총생산(GDP), 물가 등 일부 주요 경제지표를 발표했다. 작년 GDP 성장률의 경우 마이너스(-) 18.7%를 기록했다. 공공부문 소비가 9% 줄었고, 제조업과 소매업은 22.5%, 34.1% 각각 뒷걸음질쳤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013년과 비교하면 GDP가 5년 만에 47% 쪼그라든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경제학자들이 추정한 것과 유사한 수준”이라며 “2014년 이후 후퇴하기 시작한 GDP가 2015년 말부터 매분기 최소 10% 이상 감소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GDP를 공개한 것은 2015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간 식량난이나 정전사태, 의약품 부족 등 인도주의 위기와 관련된 지표들을 의도적으로 숨겨왔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영아 및 산모 사망률이 공개된 직후 보건부 장관을 즉각 해고한 적도 있다”면서 “공개하길 꺼렸던 경제지표를 돌연 발표, 그 배경에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국가 경제가 붕괴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매우 ‘희귀한’ 자료”라고 평가했다.

GDP가 반토막 난 것은 경제 버팀목인 원유수출이 급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4월 현재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103만배럴로, 10년 전 320만배럴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있다.

CNN은 “2013년 3분기부터 2018년 3분기까지 국가 GDP가 52% 하락했다”면서 “베네수엘라 경제는 석유산업에 크게 의존하는데, 원유 수출량이 2013년 850억달러에서 2015년 350억달러, 작년엔 300억달러까지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물가상승률은 2017년 863%, 지난해 13만60%로 각각 집계됐다. 다만 그대로 믿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야당에서 발표한 170만%, IMF가 추정한 2017년 93만%, 2018년 137만% 등과 비교하면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편 베네수엘라 경제난은 범죄마저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두로 정부는 최근 “지난 3년간 살인 사건이 39%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비영리단체인 베네수엘라 폭력감시기구(VOV)도 같은 기간 살인 건수가 20% 줄었다고 거들었다.

AP통신은 지난 13일 24세 길거리 범죄자와의 인터뷰를 보도하며 “베네수엘라에선 범죄자들조차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다”고 전했다. 거리명 ‘엘 네그리토’라는 이 범죄자는 인터뷰에서 “총알 한 알에 1달러다. 총을 많이 쏠수록 그만큼 지출이 많아진다. 반면 거리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난으로 범죄로 생계를 이어가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권총을 잃어버리거나 경찰에게 압수당하면 800달러가 사라진다. 탄창 하나를 다 비우면 15달러다. 총을 쏘는 것조차 이제는 사치”라고 설명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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