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내분일 수도 있지만,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생태계의 핵심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암을 둘러싼 분쟁은 많은 해석을 낳고 있다.
암 이사회 “암 차이나 회장·CEO 해임”…암차이나 “용납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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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이사회는 “직원 규정을 어기고 이익이 상충하는 상황을 공개하지 않는 등 심각하게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며 해임사유를 밝혔다. 우 회장의 사임에는 암 차이나의 주요 주주 가운데 하나인 호푸 인베스트먼트도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음 날 암 차이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위챗 공식사이트에 “암 차이나는 중국 법률에 근거한 독립한 회사로, 우 회장은 회장직과 CEO직을 모두 지속할 것”이라며 “모든 업무가 평소처럼 진행돼 중국 고객기업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본사 이사회와 주주가 결정한 경영진 교체 결정에 대해 회사가 정면 반발한 것이다.
링크드인에 따르면 미국 시민권을 보유하고 있는 우 회장은 스탠퍼드대를 졸업하고 2014년부터 암 홀딩스에서 중국 사업을 이끌어왔다. 2018년 암 차이나 설립 직후부터 회장과 CEO를 맡아왔다.
반도체 생태계 핵심 ‘코어’ 암…中반도체 굴기 달려있어
암 차이나를 둘러싼 논쟁이 단순한 내부 분쟁으로만 비춰지지 않는 것은 암이 반도체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지위 때문이다. 암은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스마트폰 프로세스 중추를 담당하는 ‘코어’ 설계에서 압도적인 점유율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세계 반도체 설계 시장 90% 점유율을 자랑하는, 사실상 독점 회사다.
특히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는 상황에서 암은 중국에 더욱 중요한 존재가 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린 뒤 미국 기업은 물론, 미국산 기술을 활용한 기업들이 거래를 할 수 없도록 금지시켰다. 인텔 등 미국 기업에 더이상 반도체를 공급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화웨이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암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체 반도체를 개발하는 것이 유일하다. 화웨이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자체 모바일 반도체 ‘기린’ 역시 암의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문제는 암이 영국계 회사지만 미국과 뗄레야 뗄 수 없는 회사란 점이다. 영국은 미국의 혈맹인 ‘파이브아이즈’(five eyes)의 일원이며 암 역시 상당수 미국의 원천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규제가 발표되자 암은 화웨이와의 거래를 일시 중단, 법적 검토를 마친 후 화웨이와의 거래를 재개했다.
이런 상황에서 암 차이나를 통한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암 경영진이 암 차이나를 통한 기술 유출을 우려, 소프트뱅크의 요구에도 중국에서의 사업 확장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이 가지고 있던 기술 라이센스를 중국 기업에 판매하는 업무를 주로 했던 암 차이나의 업무에서 기술 개발 분야는 점점 강해지고 있다.
닛케이에 따르면 2018년 4월 말 기준 341명이었던 암 차이나 소속 직원은 600명까지 늘어났다. 이 중 500명이 기술 인력인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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