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능욕’ 그놈들 붙잡혔지만…SNS선 여전히 “합성사진 팝니다”

'n번방' 이후 디지털 성범죄 처벌 강화됐지만
SNS·채팅방에서 지인·연예인 대상 음란물 합성 여전
"제작자 처벌 부족…소지자 처벌·인터넷 규제해야"
  • 등록 2020-11-16 오후 5:15:34

    수정 2020-11-18 오후 4:52:33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 사태 이후 디지털 성범죄 처벌 기준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일반인과 연예인의 사진을 이용한 불법 합성물이 유포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에서 유포되는 ‘딥페이크(특정 인물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한 편집물)’ 등 불법 영상물을 막기 위해서는 유포·제작자뿐 아니라 소지자 처벌과 함께 인터넷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관련기사: 디지털 성범죄 잡을 '잠입수사', 6개월째 제자리 걸음

"예쁘다" 접근해 성착취물 요구…청소년 '온라인 그루밍' 무방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연예인을 대상으로 음란물을 합성하는 ‘딥페이크’ 게시물들이 버젓이 게시돼 있다. (사진=텀블러 캡처)
SNS서 “연예인·지인 합성사진 삽니다”…제재 없어

올해 초 텔레그램 디지털 성착취 사태가 공론화되며 채팅앱에서 성범죄물을 제작하거나 유포한 이들이 대거 붙잡혔다. 경찰은 9월 기준 디지털 성범죄 1549건을 적발, 총 1993명을 검거했다. 이들 중 딥페이크 디지털성범죄물 제작·운영자 65명과 유포자 340명이 덜미를 잡혔다.

그러나 경찰이 수사를 이어오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온라인에서는 불법 합성물이 유포되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이데일리가 텀블러·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인한 결과, 일반인과 연예인을 상대로 합성물을 제작해주겠다는 게시글이 여럿 포착됐다.

한 텀블러 계정은 딥페이크를 이용해 유명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사진을 나체 사진으로 편집해 게시했다. 해당 계정은 후원 방식으로 돈을 낼 경우 더 수위가 심한 사진들이 올라오는 ‘디스코드’로 입장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디스코드는 게임 특화 메신저로, 채팅방 내부자가 제공하는 초대 링크를 통해서만 입장이 가능하다.

프로필에 ‘실사와 딥페이크 합성사진을 다룬다’는 설명이 적혀 있는 또 다른 디스코드 채팅방에서도 연예인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물을 거래하는 채팅이 올라와 있는 게 확인됐다. 이날 기준 이 채팅방에는 2000여명의 이용자들이 대화에 참여 중이었다. 트위터에서도 ‘연예인이나 지인 음란물을 합성해주겠다’는 게시글들이 ‘지인능욕’이라는 해시태그까지 달고 버젓이 올라왔지만 게시글 삭제나 경고 등 별다른 제재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트위터(왼쪽)와 디스코드(오른쪽)에서 연예인 및 지인을 상대로 한 합성물을 거래하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사진=SNS 캡처)
처벌 강화에도 근절 X…“플랫폼 규제·소지자도 처벌해야”

연예인이나 지인의 사진에 음란물을 합성하는 딥페이크 범죄는 성폭력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정보통신망법으로만 처벌받다가 최근에서야 처벌 기준이 강화됐다. ‘n번방’ 사태가 불거진 이후 딥페이크 편집·유포자를 모두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는 처벌 규정이 담긴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 6월부터 시행됐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지난 9월 딥페이크 등 편집 영상물을 여러 번에 걸쳐 제작하는 경우 최대 징역 5년 7개월 15일까지 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한 양형 기준을 발표했다. 지난 4일에는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 아이돌의 얼굴과 나체사진을 합성해 만든 음란물을 판매한 남성에게 검찰이 징역 8년의 중형을 구형하는 등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처벌·양형 기준이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제작자 처벌뿐 아니라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성착취 영상물 공유 및 지인 능욕 등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사후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국내외 인터넷 사업자 공적 규제 강화, 인터넷상에서 발생하는 복잡·다양한 범죄유형을 포섭하기 위한 법 규정 신설 등 선제적이고 실효성 있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착취 영상물 소지자도 신상공개 및 보호관찰·교육의무를 부과하고 전자장치를 부착하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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