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부터 정식으로 영업을 시작한 트러스트부동산(이하 ‘트러스트’)는 공인중개 자격증 없이 변호사가 부동산 매물 등록·알선·거래 과정에서 법률 자문을 제공한 것이 논란의 발단이 됐다. 그러나 법원은 1심 판결에서 부동산 중개와 법률자문 서비스를 분리해 변호사가 이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사실상 결론내렸다. 만약 대법원에서도 이변없이 판결이 확정될 경우 변호사와 공인중개사의 영업 다툼이 치열해지며 공인중개업계의 지각 변동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쟁점① “중개수수료 내려갈까”
트러스트는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영업을 지속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1심에서 쟁점으로 부각되진 않았지만 공인중개업계에서 변호사가 부동산 거래 업무에 뛰어든다는 것 이상으로 민감하게 반응한 것 중 하나가 중개보수(중개수수료) 체계였다.
‘변호사 복덕방’으로 알려진 트러스트는 매매 거래금액이 2억 5000만원(전·월세는 3억원) 미만이면 45만원, 그 이상이면 99만원을 받는 2단계 보수 체계를 내놓고 있다. 주택 가격이 2억 5000만원이든, 10억원이든 한 건당 보수는 99만원이다. 이는 거래 금액에 따라 요율이 높아지는 공인중개업계 수수료보다 훨씬 저렴하다. 10억원 짜리 집을 매매할 때 중개수수료(8억원 이상 0.9% 상한요율)는 최대 900만원인데 트러스트에 맡기면 10분의 1 수준인 99만원만 내면 되기 때문이다. 결국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만큼 공인중개사 역시 자발적인 중계수수료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이번 판결로 온라인을 통한 부동산 직거래 시장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금도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한 부동산 직거래는 있다. 그러나 부동산 권리 분석은 일반인이 쉽게 할 수 없다는 점과 만에 하나라도 사고가 발생하면 큰 금전적 피해를 입게 돼 많은 이들이 공인중개사무소를 이용해왔다. 그러나 부동산 중개와 법률 자문 서비스를 따로 분리하게 된다면 임대차 계약과 매매 계약 등을 인터넷을 통해 스스로 체결하고 이에 따른 법률적 자문 등은 따로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미 시장에서는 이런 형태의 거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보증금이 적은 월세 계약 등은 상당수가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이뤄지고 있고, 개인간 거래(C2C) 플랫폼 ‘헬로마켓’과 부동산 앱 ‘두꺼비세상’ 등도 운영되고 있다. 최근에는 국토교통부가 개발한 ‘부동산 전자계약’ 시스템 사용을 부동산 직거래 계약자와 법무사에게도 허용해달라는 요구가 나오기 했다. 부동산 전자계약을 사용하면 공인중개사 없는 직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다.
쟁점③ 업계 불문율 ‘공인중개사법’ 건드릴까
이에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서비스산업 발전 방안’을 통해 주택임대관리업·중개업·감정평가업 등 업역 간의 칸막이를 유지하면서 연계와 공동책임을 통해 종합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가 현실적으로 효과가 있을 지는 회의적이다.
전문가들은 중개업소 대표인 개업공인중개사가 모든 거래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현행 ‘공인중개사법’ 조항만 고쳐도 많은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 관리업을 하더라도 현행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반드시 회사 대표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보유하도록 돼 있어 중개 기능을 위한 별도 법인을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며 “외국 같은 경우는 이런 조항이 없어 부동산 중개·컨설팅·임대관리를 한 회사가 모두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글로벌 부동산종합서비스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