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 실전 배치를 앞두고 시험발사했다며 지난 30일 공개한 ‘초대형 방사포’ 사진을 두고, 조작설이 제기됐다. 국내외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의 발사체 시험발사 공개 사진에 대해 “미사일의 직경이 너무 크다”, “화염이 부자연스럽다”고 지적하는 등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독일의 미사일 전문가인 마커스 실러 박사는 31일 미국의소리 방송(VOA)에 “발사 직후 포착했다고 주장하는 북한의 사진을 분석해 보면 미사일의 직경이 발사대 크기와 맞지 않는다”며 미사일의 직경이 발사관에 탑재하기엔 매우 크고 길이 또한 길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동형 차량 주변의 먼지 발생이 인위적이고 미사일 끝에서 나오는 화염 주변의 조명도 부자연스럽다”고 주장했다. 발사 연기가 차량 전체를 휘감는 것이 아니라 뒤에만 일부 나타나고 있고, 매우 밝은 미사일의 화염이 사진 다른 부분에는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매우 부자연스럽다는 게 실러 박사의 분석이다.
| 북한이 30일 전날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가 ‘초대형 방사포’라고 밝히면서 관련 사진을 매체를 통해 공개했다. 사진은 북한 대구경 조종방사포(왼쪽)와 초대형 방사포 탄두부(사진=신종우 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국장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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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초대형 방사포와 대구경 조종 방사포를 동시에 개발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데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방어프로젝트 부국장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전반적 산업 역량을 고려할 때 복수의 팀이 동시 다발적으로 유사한 무기체계의 실험을 진행하는 점이 매우 수상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이는 일반적인 무기 개발 표준에서도 벗어나는 행태이며, 상당히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이 독자적 무기 개발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과장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북 전문가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잇딴 군사훈련 지도는 모든 무기를 마치 동시에 독자 개발하고 있는 것처럼 의도적으로 드러내기 위함”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미 군 당국에 혼선을 주려는 의도가 있을 수도 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센터 소장은 현재 사진을 분석 중이기 때문에 조작 가능성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겠다면서도 “영상 공개가 제한적이어서 매우 수상한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일각에선 북한 방사포의 위협이 커지고 있다며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조언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맨스필드재단 프랭크 자누지 대표는 31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최근 발사는 초대형 방사포를 더욱 현대화하고 미사일 능력을 향상시키는 시험의 일환”이라며 “북한이 최근 170㎜자주포를 발사하는 차세대 대구경(Large Caliber) 다연장로켓(MLRS)을 비무장지대(DMZ) 인근에 배치해 서울과 주한미군기지에 대한 직접 공격을 위한 훈련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데이비드 맥스웰 선임연구원도 이 방송을 통해 “북한은 전시 상황에 바로 배치시킬 수 있도록 미사일을 개발하고 이에 대한 인력을 훈련시키고 있다”며 “북한은 이동식 발사대를 쓰고 있기 때문에 탐지나 공격이 어렵다”고 분석했다.
| 북한 매체가 지난 29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가 ‘초대형 방사포’ 시험사격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북한이 공개한 사진 속 무기는 작년 여름 북한이 쏘아 올렸다고 주장한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와 유사해 이날 발표를 두고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사진 위쪽은 북한이 작년 8월 공개한 ‘대구경 방사포’이며, 아래가 30일 공개한 사진(사진=노동신문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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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30일 전날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가 ‘초대형 방사포’라고 밝히면서 관련 사진을 매체를 통해 공개했다. 사진은 북한 6개 발사관 방사포(왼쪽)와 4개 발사관 방사포 비교(사진=신종우 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국장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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