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SK하이닉스 화웨이 매출 비중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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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날 선 제재에 맞서 중국 정부도 미 최대 통신장비·보안시스템 업체 시스코를 포함한 ‘중국판 블랙리스트’ 작성으로 맞불을 놓은 가운데 미 반도체회사인 인텔과 AMD가 화웨이에 일부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허가를 미 정부로부터 받아 주목된다. 미·중 양국 간 극한 갈등 속에 이뤄진 조처로, 그간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에 차질을 빚어왔던 한국 반도체 기업들도 숨통이 트일지 주목된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인텔과 AMD가 화웨이에 반도체 수출을 공급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미 정부가 화웨이의 반도체 공급망을 옥죄는 제재를 단행한 이후 나온 첫 수출 허가 사례로, 자칫 인텔 등 미 기업의 시장 지위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만만찮게 나오자, 이례적으로 거래를 허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AMD는 스마트폰이 아닌 노트북용 프로세서 공급 수출에 대해 허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 측은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됐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인텔 측은 “화웨이의 노트북 사업과 관련해 공급체인을 가동할 계획”이라고만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5월 국가안보를 이유로 화웨이를 ‘블랙리스트’로 지정해 미 기업들의 수출 등 거래를 전면 차단했다. 화웨이 장비가 중국 당국의 스파이 행위에 활용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미 상무부는 지난 15일부터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미국의 소프트웨어나 장비·기술을 조금이라도 활용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공급할 경우 미 당국의 사전 허가를 받도록 했다. 사실상 미국 기술이 반영되지 않은 반도체가 없다는 점에서 화웨이를 고사시키려는 조처라는 평가가 나왔다.
미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 등 다른 나라의 반도체 기업들도 인텔과 AMD의 전철을 걷게 될지 주목된다. 현재 한국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대만 반도체 업체인 TSMC, 매크로닉스 등은 미 상무부에 화웨이에 대한 반도체 제품 수출 승인을 요청한 상태다.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를 공산이 있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도 미 상무부의 수출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외교가 일각에선 이번 조처를 미국이 양국 간 극한 대립에서 한 걸음 물러선 것으로 해석하며, 미 기업에 대한 ‘중국판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본격적인 보복을 준비 중인 중국 정부도 이에 부응해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