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워치독'…동아원, 개인투자자만 날벼락(종합)

신용평가사, 동아원 회사채 만기 직전에 급박하게 ‘투기등급’ 강등
예고된 위험에도 수개월째 투자적격 판단…등급전망 ‘긍정적’ 제시도
  • 등록 2015-12-18 오후 8:26:08

    수정 2015-12-18 오후 8:27:17

[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코스피상장 밀가루·사료업체 동아원(008040)의 300억원 규모 공모회사채 만기일인 18일 유동성리스크가 급부상하면서 신용평가사들의 ‘뒷북평가’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모회사 한국제분의 매각작업 난항 등 신평사들이 제어하기 어려운 변수들은 존재했지만 계열 리스크가 꾸준히 부각됐던 상황에서 채권 만기일 하루 전까지 투자적격등급을 유지해온 책임까지 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회사채시장에서 동아원 채권은 이미 기관투자자 사이에서는 투자를 꺼리는 대상으로 분류된 탓에 상당수는 고위험 추구펀드와 함께 개인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기일 전일까지 투자적격등급 채권 보유자였던 이들은 당일에서야 투기등급을 넘어 채무불이행 채권 보유자로 전락했다.

NICE신용평가는 17일 저녁 동아원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B+’로 4단계 내렸다가 18일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담은 ‘CCC+’로 추가 강등했다. 만 하루 만에 7단계를 하향 조정한 것이다.

한국신용평가도 17일 ‘BBB-’에서 ‘B-’로 6단계를 한꺼번에 내렸다. 특히 한신평은 지난 6월말 정기평가에서 ‘BBB-’를 부여했을 당시 등급전망(아웃룩)을 ‘향후 1~2년내 변동가능성이 낮다’는 의미로 통용되는 ‘안정적’(Stable)으로 제시한 이후 디폴트가 현실화되던 만기일 전날까지 이 등급전망을 그대로 유지해왔다.

결국 동아원은 만기도래한 무보증사채 원리금 303억9750만원을 상환하지 못했으며, 채권금융기관공동관리절차 개시 협조를 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처리기준상 법정관리 신청상태가 아니면 가장 낮은 ‘D’(채무불이행)등급을 부여하지 않지만 실제로는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것이다.

물론 동아원의 유동성리스크가 급부상한 것은 우선적으로는 신평사들이 제어하기 어려운 돌발변수 탓이 있다. 동아원 지분 53%를 보유한 모회사 한국제분 매각 작업이 암초를 만난 것이 결정적이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우선협상대상자로 JKL파트너스를 선정한 이후 매각협상을 벌여왔다. 자회사 동아원의 회사채 상환 조건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끝에 JKL파트너스는 인수를 포기했고 차순위협상자였던 신송홀딩스-한화자산운용 컨소시엄도 인수전에서 발을 빼기로 했다.

동아원이 산업은행에 요청한 자산유동화담보부대출(ABL) 발행도 만기일에 임박해 무산됐다. 회사 측은 전날까지도 대주주와 회사자금 일부를 활용한 회사채 상환계획을 제시했다가 돌연 계획 취소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그동안 동아원을 둘러싼 계열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었음에도 신평사들이 시장에 경고음을 울리는 ‘워치독’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회사 측이 주력인 제분사업과 동떨어진 수입차·와인·외식업 등을 무리하게 확장해왔으며 모회사 한국제분은 이미 2014년말 부채비율이 2000%에 달했다. 동아원도 사업확장 과정에서 자회사나 계열사에 자금을 빌려주거나 보증을 서주는 등 사실상 ‘내부금고’ 역할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일부 자금은 ‘못 받을 돈’으로 처리하는 대손상각 등 지속적인 손실을 보았다. 지난해말 기준 부채비율은 788%에 달했다.

동아원과 계열사의 자구노력도 실질적인 재무개선으로 이뤄지기는 어려웠다. 자기몸집과 가족의 형편을 모두 감당할 수 없었던 동아원은 올 들어 수입차딜러 자회사 FMK를 효성, 당진탱크터미널을 LG상사에 각각 매각했다. 모회사 한국제분 소유 포도플라자와 대주주 소유의 대산물산의 운산빌딩 등도 처분했다.

이러한 자구노력으로 동아원의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지난해말 5400억원에서 올 9월말 4200억원으로 1200억원 가량 줄어들었지만 부채비율이나 순차입금의존도와 같은 재무위험지표들은 좀처럼 개선되지 못했다. 부채 못지않게 자산도 같이 줄어든데다 일부 처분손실도 반영되면서 획기적 재무개선은 요원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이 신평사들에게 자구계획의 일환으로 밝힌 미국 와인농장(KODO Inc.) 매각도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 신용평가회사들이 건설·플랜트업체 등 대형 크레딧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한꺼번에 여러 단계의 등급을 강등하는 이른바 ‘신용절벽’은 자주 한계점으로 지적되어온 일이다. 다만 동아원 사례는 지속적으로 계열 리스크와 자구계획 진척에 따른 재무상황을 점검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명실상부 ‘뒷북평가’란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크레딧시장 전문가는 “통상 신평사들의 평가방법론에서는 독자적인 신용도 못지않게 계열관계에서 오고 가는 지원 부담도 중요한 요소”라며 “그동안 평가 과정에서 이러한 점을 상대적으로 간과하고 수개월째 투자적격등급을 유지해온 것은 분명히 문제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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