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빠진 韓美 2+2 공동성명…北은 원칙론만

한미 공동성명 "비핵화" 빠지고 "북핵·미사일 우선순위"로 갈음
"美 쿼드 참여 제안 안해"…"韓과 협력하겠다"
외교전문가 "美, 韓입장 상당 반영…동맹 약화는 우려"
  • 등록 2021-03-18 오후 11:20:00

    수정 2021-03-18 오후 11:20:00

정의용(오른쪽 두 번째) 외교부 장관과 서욱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1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 장관 회의에서 토니 블링컨(오른쪽 두 번째) 미국 국무장,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5년 만에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이 개최됐지만 정작 도출된 공동성명은 오히려 각론에 대한 한미간의 뚜렷한 이견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맹이 힘을 합쳐 중국 등의 반(反)민주주의 행위에 함께 대응해나가자는 미국의 요구에는 한국이 침묵했다. 또 싱가포르 선언을 계승해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이어나가자는 한국 측의 요구에는 미국 측이 즉답을 피했다.

“韓 신남방정책 연계해 美인·태 전략 협력”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서욱 국방부 장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1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공동성명을 채택·발표했다. 양국 외교·국방 장관은 “70년 전 전장에서 피로 맺어진 한미동맹이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 안보, 그리고 번영의 핵심축임을 재확인했다”며 “범세계적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확인했다.

블링컨 장관이 강조하던 중국과 미얀마(버마) 등의 반민주주의적인 행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대신 “한미동맹이 공유하는 가치는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를 훼손하고 불안정하게 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는 양국 공약을 뒷받침하고 있다”며 “한미는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합법적 교역을 방해하지 않으며 국제법을 존중한다는 공동 의지를 강조한다”는 원칙론을 재확인하는데 그쳤다.

아울러 성명은 “한미는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연계 협력을 통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 태평양지역을 만들기 위해 협력하겠다는 결의를 재강조했다”라는 말로 갈음됐다. 이는 앞서 지난 16일 있었던 한일 2+2 회담 공동성명에서 “중국의 강압적이고 안정을 해치는 행위를 반대하는데 전념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과는 대조적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공동성명에 특정 국가를 명시하는 사례가 오히려 이례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로 예견됐던 쿼드(Quad) 동참과 관련해선 구체적인 요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은 “쿼드 가입에 대한 직접적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고, 서 장관도 “미 측에서 우리에게 쿼드 국가와의 군사작전 공유나 합동훈련 제안도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블링컨 장관은 “쿼드는 비공식적 동조국들의 모임으로 여러 이슈에서 협력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쿼드서 다루는 이슈에 대해) 한국과도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탄도 미사일, 동맹의 우선 관심사”

대북정책에 대해 공동 성명은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문제가 동맹의 우선 관심사임을 강조하고 이 문제에 대처하고 해결한다는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원칙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북한·북핵 문제를 언급할 때 관례적으로 인용됐던 ‘북한(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 정착’이라는 문구가 빠져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 중 어느 것을 쓸 것인지 한미간 이견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외교부 당국자는 “급하게 정해진 방한인 만큼 짧은 시간 내 공동성명을 작성해야 하면서 빠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양국 장관은 “한반도와 관련된 모든 문제들을 한미간 완전히 조율된 대북전략 하에 이뤄져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후 이어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정 장관은 “지난 3년간 한미 양국은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에 계속 관여하면 비핵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며 싱가포르 합의 계승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블링컨 장관은 “대북정책과 관련해 압박 옵션·외교적 옵션도 검토하겠다” 정도로 말을 아꼈다. 그는 “굉장히 긴밀하게 한국과 일본과 조율을 거쳐서 진행 중”이라며 “수주 내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작전권 전환 문제도 양국의 온도 차가 엿보였다. 우리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오스틴 장관은 이와 관련 “조건들을 충족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이번 2+2회담에 대해 “우리 입장에서는 선방한 셈”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워싱턴포스트(WP)을 통해 이번 순방이 한미일 동맹이 힘을 합쳐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공동성명에서 중국에 대한 민감한 부분이 빠지는 등 한국의 입장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평가다. 다만 박 교수는 “당장 중국·북한과의 마찰은 피할 수 있었지만 해야 할 숙제를 미뤄놓은 것에 다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외교 전문가는 “동맹은 단순히 레토릭만으로 성립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대중·대북 전략에서 미국과 같은 목소리를 낸 일본과 비교되며 미국의 동맹 순위에서 한국이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한국을 떠나 미국 알래스카에서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담과 고위급 회담을 한다. 오스틴 장관은 19일 아침 인도로 떠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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