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위협 현실화 車·전자 ‘발등의 불’

  • 등록 2017-01-09 오후 4:49:36

    수정 2017-01-09 오후 4:49:36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왼쪽 두번째) 7일(현지시간) 멕시코 누에보 레온주 페스케리아시에서 열린 ‘기아차 멕시코 준공식’에서 일데폰소 구아하르도 비야레알 연방경제부장관(왼쪽)과 함께 K3에 서명을 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보경 윤종성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멕시코에 공장 건설 계획을 갖고 있는 기업들에게 관세 철퇴를 내리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자 한국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일본 도요타 자동차의 멕시코 공장 건설 계획에 대해 막대한 세금을 메기겠다고 엄포를 놨으며,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가 멕시코로 자동차 생산시설을 이전한 것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러한 압박에 포드는 총 16억달러 규모의 산루이포토시 소형차 생산공장 설립 계획을 취소하고 미시간에 7억달러를 들여 공장을 짓겠다고 밝혔다. 멕시코에 공장을 두고 있는 피아트 크라이슬러(FCA)도 2020년까지 1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미시간주와 오하이오주의 공장 설비를 교체하고 2000명을 추가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낸 로렌스 서머스 하버드 대학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대해 “기업가들이 공장을 오하이오주에 짓든 멕시코에 짓든, 멕시코가 이미 20% 저렴하다”며 “이는 미국의 이해에 역행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기아차 피해 우려…“이미 공장 완공, 생산량 적어 피해 덜하다”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가동을 시작한 기아자동차의 멕시코 공장에도 피해가 우려된다. 기아차는 1조원을 들여 멕시코 북동부 누에보레온주 몬테레이에 공장을 짓고 작년 5월부터 K3(현지명 포르테)를 양산하고 있다.

작년까지 이 공장에서 연간 10만대의 K3를 생산했던 기아차는 올해는 25만대로 생산목표를 늘렸으며 신형 프라이드(현지명 리오)도 생산할 방침이다.

기아차는 이 공장의 생산량 60%를 북미로, 20%는 중남미로 수출하고, 20%는 멕시코 현지 시장에서 판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아차가 올해 글로벌 판매량 목표를 전년보다 5만대 증가한 317만대로 늘린 것도 멕시코 공장의 생산량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지금과 같은 기조를 유지하며 공약대로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에 관세를 매길 경우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기아차 관계자는 “멕시코 공장 운영이나 북미 수출 계획에 아직까지 특별한 변동은 없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아차는 다른 글로벌 업체들과 상황이 다르다고 판단하고 있다. 포드나 도요타가 공장 설립계획을 취소하도록 압박을 받았다면 기아차 공장은 이미 완공돼 가동에 들어갔다.

또한 관세가 매겨진다 하더라도 생산량이 더 많은 미국 자동차 ‘빅3’보다 피해가 덜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 빅3는 2015년 197만대(GM 72만대, 포드 64만대, 피아트-크라이슬러 61만대)를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해 139만대를 미국으로 들여왔다.

삼성전자·LG전자 美 공장 설립 검토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위협’에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들이다.

조성진 LG전자(066570) 부회장은 지난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컨벤션 센터(LCVV)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 상반기 중에 미국 내 생산공장 건설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미국에 첫 생활가전 생산공장을 짓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유력 후보지로는 테네시주가 거론된다. LG전자는 현재 멕시코 레이노사에서 TV를, 몬테레이에서 냉장고를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미국내 가전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투자 금액 등 구체적인 계획은 잡혀있지 않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고압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미국 공장 설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에 삼성전자 생활가전공장을 짓기 위해 여러 공장 후보지를 놓고 조율하고 있으며 상당 부분 의견을 좁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다른 관계자도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진척된 사항은 없지만, 미국내 생활가전공장 건설을 검토 중인 것은 맞다”고 부연했다.

삼성과 LG는 어차피 공장을 지어야 한다면 서둘러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미국내 제조공장 없이 미국에서 제품 판매를 고집하다가는 유·무형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성진 부회장은 “미국의 현지 제조업체에 비용적인 페이버(혜택)를 준다는 얘기도 나온다”며 “수입해 판매하는 사람은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넋 놓고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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