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승 후 준우승만 9번’…박현경, 910일 만에 통산 4승 성공

2년 5개월 만에 KLPGA 투어 통산 4승
연장전에서 이소영 제치고 감격 우승
3승 이후 준우승만 9번 기록 ‘준우승 전문’ 오명
“처음으로 갤러리 앞에서 우승해 뜻 깊다”
  • 등록 2023-10-30 오전 12:10:00

    수정 2023-10-30 오전 12:10:00

박현경이 29일 열린 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눈물을 보이고 있다.(사진=KLPGA 제공)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지난 2년 반 동안 아홉번 준우승하면서 내가 그렇게 기회를 못 잡는 선수인가 의심이 들었다. 단 한순간도 쉽지 않았지만 저를 믿고 응원해주신 분들 덕분에 잘 이겨낼 수 있었다”

박현경(23)이 ‘준우승 전문’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910일 만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통산 4승을 이뤄낸 뒤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박현경은 29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SK네트웍스·서경 레이디스 클래식(총상금 8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이소영(27)과 연장 2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공동 선두로 마지막 날 경기를 시작한 박현경은 같은 조였던 이소영과 막판까지 접전을 벌였다. 3타를 줄인 박현경과 4언더파를 친 이소영은 마지막 18번홀(파4)까지도 승부를 가리지 못해 연장전에 접어들었다.

18번홀에서 이뤄진 첫 번째 연장전에서는 박현경이 10m가 넘는 버디 퍼트를, 이소영은 3m가량의 버디 기회를 남겨 이소영이 더 유리한 상황을 맞았다. 먼저 퍼트한 박현경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크게 휘는 까다로운 브레이크를 잘 읽어 공을 굴렸다. 어려운 상황에서 두 번의 퍼트를 해 파로 잘 마무리한 박현경은 이소영의 결과를 기다렸다. 이소영은 경기를 끝낼 수 있는 상황에서 버디 퍼트가 홀 오른쪽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버디 기회를 놓쳤다.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면서 두 번째 연장전은 싱겁게 끝났다. 이소영이 티샷을 벙커로 보낸 데 이어 두 번째 샷을 그린 앞 연못에 빠트렸기 때문이다. 박현경은 이 홀에서 파를 기록해 더블보기에 그친 이소영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 2021년 5월 메이저 대회 크리스F&C KLPGA 챔피언십을 제패한 이후 통산 4번째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꼬박 2년 5개월이 걸렸다. 통산 3승을 따낸 뒤 무려 9번이나 준우승에 그쳤고, 올해도 3번이나 준우승을 기록하면서 ‘준우승 전문’이라는 오명을 썼던 박현경은 우승 후 그동안 마음고생이 떠오른 듯 눈시울을 붉혔다.

박현경은 중계 방송사와 인터뷰에서도 북받치는 감정에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박현경은 “최근에 샷은 굉장히 좋았기 때문에 기술적인 문제보다 제 마음을 어떻게 컨트롤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오늘 경기를 시작했다”며 “4번의 우승을 같이 만들어 주신 아빠께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제주도 바람, 어려운 상황, 특히 퍼트 라인을 읽을 때 아빠와 함께하면 든든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박현경의 아버지는 프로골퍼 출신인 박세수 씨다. 박현경의 캐디를 전담으로 맡으며 4번의 우승을 합작했다.

무엇보다 박현경은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무관중 경기에서 우승한 지난 3승과 달리 이번 우승은 처음으로 갤러리 앞에서 달성해 더 뜻깊다고 말했다. 박현경은 “팬들 앞에서 우승하는 모습을 수백 번, 수천 번 상상했다. 이렇게 이뤄져서 정말 기쁘다”고 덧붙였다.

우승 상금 1억4400만원을 받은 박현경은 상금랭킹 5위(8억3867만원)로 올라섰다.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뽑아낸 황정미(24)가 3위(5언더파 283타)에 올랐고 임진희(25), 방신실(19), 성유진(23), 이채은(24), 배소현(30)이 공동 4위(4언더파 284타)에 이름을 올렸다. 이예원(20)은 공동 34위(3오버파 291타)에 그쳤지만 대상, 상금, 평균타수 1위를 지키면서 ‘트리플 크라운’ 전망을 밝혔다.
박현경의 우승 트로피 키스(사진=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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