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의 휴가' 감독 "그리운 엄마의 냄새, 뒤늦게 깨닫는 부모 마음"[인터뷰]

  • 등록 2023-12-10 오전 7:00:00

    수정 2023-12-10 오전 7:00:00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책상에 앉아 고개를 돌리는데 엄마 냄새가 확 났어요. 거기서 어머니의 부재를 다시 한 번 실감했죠. 진주(신민아 분)가 시골에 돌아온 건 ‘복자’(김해숙 분)의 냄새가 그리웠어서가 아닐까요.”

약 4년 만에 영화 ‘3일의 휴가’로 돌아온 육상효 감독의 이야기다. ‘3일의 휴가’는 육상효 감독에게 창작자로서도, 개인으로서도 그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다. 육상효 감독은 바로 전작인 ‘나의 특별한 형제’(2019)부터 ‘방가? 방가!’, ‘달마야, 서울가자’ 등 우리 주변의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들로 따뜻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해왔다. 지금까지 주로 자신이 직접 쓴 각본으로 연출까지 한 육 감독이 타인의 시나리오에 마음이 움직여 메가폰을 잡은 건 ‘3일의 휴가’가 처음이다. 시나리오 속 주인공 모녀의 이야기에 많은 눈물을 흘리며 추운 겨울 강원도 정선에서 ‘3일의 휴가’에 모든 열정을 쏟았다. 개봉을 앞두고 모친을 하늘로 떠나보내는 개인적 아픔을 겪은 그는 극 중 진주의 마음에 더욱 공감하며 이 작품에 남다른 애정을 갖게 됐다.

육상효 감독은 영화 ‘3일의 휴가’ 개봉을 기념해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6일 개봉한 ‘3일의 휴가’는 하늘에서 휴가 온 엄마 ‘복자’(김해숙 분)와 엄마의 레시피로 백반집을 운영하는 딸 진주(신민아 분)의 힐링 판타지를 그린 영화다. ‘국민엄마’란 수식어를 보유한 명품 배우 김해숙과 데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러블리’의 대명사인 신민아가 처음 극 중 모녀로 호흡을 맞췄다.

육상효 감독은 ‘3일의 휴가’ 개봉을 앞두고 지난 7월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아픔을 겪었다. 그는 “아직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그 슬픔을 극복했다고 보기 어려운 상태”라며 “자꾸 어머니 이야기를 하면 눈물이 나 금기어가 됐을 정도다. 그렇게 마음이 약해진 상태에서도 개봉을 위해 영화를 정리하고 사운드를 만졌다. 내 감정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영화를 만들며 수도 없이 편집본을 봤지만, 극장에서 완성본을 보니 그때보다 더 울컥한 감정이 몰려왔다고도 털어놨다. 육 감독은 “저희 집사람도 영화보고 많이 울었다고 하더라”면서도 “아직 저는 어머님이 ‘3일의 휴가’를 오셨으면 좋겠다 생각할 단계까진 아닌 듯하다. 이제서야 어머니가 계시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는 단계같다”고 고백했다.

어머님의 집을 청소하고 유품을 정리하며 ‘3일의 휴가’ 속 진주의 마음에 더욱 공감하게 됐다고도 전했다. 그는 “어머님이 쓰시던 스카프를 버리지 못하고 제 방 스탠드에 묶어놨다. 책상에 앉아있다가 고개를 돌리는데 엄마 냄새가 확 나는 거다”라며 “진주가 엄마가 계셨던 공간에 다시 온 이유는 엄마 냄새가 그리웠어서가 아닐까. 엄마의 이불을 덮고 자고, 엄마가 사용했던 주방기구로 요리를 해먹고. 그렇게 3년을 지내며 그리워한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어머니를 추억하며 인터뷰 중간 눈시울을 살짝 붉히기도 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자신도 모르게 오열하는 모습을 보며 연출을 결심했다고. 그는 “딸과 엄마의 흔한 이야기일줄 알았는데, 이 시나리오의 무엇이 날 이렇게 자극해서 울게 하는가. 나 역시 연출자이기 전에 누군가의 자식으로서 우리 부모님의 쇠약해져가는 모습에 자극이된 것 같다”며 “그 당시 저희 부모님이 살아계셨지만 쇠약해지시는 걸 느끼던 때였다. 제게 딸 아이가 있는데 시나리오의 감정에 내가 딸아이를 보는 감정이 개입돼 특히 더 울었다. 우리 딸도 나중에 날 그리워하겠구나 싶더라”고 회상했다.

남성의 입장에서 극 중 모녀 관계의 연출에 주안점을 둔 부분에 대해선 “작가님이 모녀 관계를 딸의 관점에서 썼다면, 나는 아들로서 좀 더 보편적 시각에서 부모와 자식을 대표하는 관계를 생각하며 영화를 만들었다”며 “부모님의 생각과 자식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식이 부모님의 말을 반드시 따르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부모님들의 의도는 늘 자식을 염두에 두고 가족을 위한 행동이었음은 분명한 것 같다. 그걸 나중에서야 자식들이 깨닫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사람이 쓴 각본을 내 방식대로 소화하는 작업은 이 사람의 생각을 분명히 알 수 없다는 점에서 어렵고 어색했다. 다행히 유영아 작가와 많은 회의와 대화로 이해가 해결됐다”며 “대사를 줄이고 시각적인 면을 강조했다. 기억의 이미지를 통해 그리움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고도 부연했다.

‘국민엄마’ 김해숙과 배우 신민아의 모녀 연기를 옆에서 지켜본 소감도 밝혔다. 육상효 감독은 “김해숙 선생님이 표현한 어머니는 코믹과 슬픔의 양 사이드가 공존했다. 슬프지만, 중간중간 웃기는 호흡들이 많았다. 슬퍼야 하는 연기에선 오히려 너무 많이 우는 것을 자제하셨다”고 떠올렸다. 신민아의 연기에 대해서도 “신민아 씨는 그간 로코물부터 스릴러 등 장르물 등 다양하고 강렬한 캐릭터들을 많이 해왔는데 이런 정극에서의 감정 연기를 오히려 많이 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신민아의 캐스팅은 나에게도 도전이었다”면서도 “결과적으론 감정을 잘 절제해 표현해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필요한 연기를 하면서도 내가 곁에서 바라본 신민아 씨의 아름다운 모습이 많이 담기길 바랐는데 본인도 잘 담겼다고 만족하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앞서 김해숙과 신민아는 시사회, 인터뷰 등을 통해 극 중 모녀이지만 실제로도 모녀처럼 서로 닮은 구석이 많다고 털어놔 눈길을 끈 바 있다. 육상효 감독 역시 두 사람의 결이 비슷하다며 “배우로서 연기를 대하는 마음가짐, 각자가 부모와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가짐 등이 비슷하게 느껴졌다. 카메라 속에서도 두 분이 실제 모녀의 느낌이 났다. 촬영이 끝난 후 두 사람이 다정히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서로가 닮아보였다”고 말했다.

이 영화를 본 어린 아이들도 진주의 감정에 공감해 눈물을 흘렸다고. 육 감독은 “우리 딸이 초등학교 4학년인데 이 영화를 보고 엄청 울더라. 그 어린 애가 뭘 알고 그렇게 운 건지는 모르겠다”며 “친구들이 시사회 때 어린 자식들을 데리고 영화를 봤는데 그 아이들도 울었다고 한다. 이 아이들에게도 이 이야기가 동화같은 걸까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지난 작품 때부터 느낀 건데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려 영화를 시작했구나 생각이 든다”며 “봉준호, 박찬욱 감독님, 요즘 잘되는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님 등 대단한 분들이 많으시다. 저는 그분들이 만드는 영화보단 이런 가족 이야기를 하려 영화를 한 것 같다. 앞으로도 계속 휴먼 코미디, 휴먼 멜로 등 사람냄새 나는 작품들을 하게 될 것 같다. 그걸로 누군가가 위로 받는다면, 그것만으로 이 길을 걸어온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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