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th 천만영화②]윤제균 감독, "해운대 백사장 모래알 수만큼 감사"

  • 등록 2009-08-24 오전 6:46:47

    수정 2009-08-24 오후 5:04:24

▲ 윤제균 감독(사진=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1000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고 만난 ‘해운대’의 윤제균 감독에게 미리 '1000만 감독'이 된 소감을 물었다.
 
윤 감독은 “그저 고맙고 기쁘고 감사하다는 말 외에는 더 드릴 말씀이 없다”며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너무 평범한 말이라 다른 표현을 요구하자 윤 감독은 조금 생각하더니 “해운대 백사장의 모래알 수만큼 관객들에게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피서 철 100만 인파가 모이는 부산 해운대에 대형 쓰나미가 몰려온다.’는 한 줄의 문장에서 시작된 ‘해운대’는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어졌던 프로젝트 중에 하나였다. 할리우드에서만 가능한 장르로 여겼던 재난영화를 한국에서 시도하겠다는 것 자체가 도전이라기보다는 도박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2002년 데뷔작인 ‘두사부일체’와 ‘색즉시공’이 성공한 뒤 한창 자신감이 충만해져 있을 때 만든 '낭만자객'이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참패를 맛 봤습니다. 완전히 좌절한 상태에서 머리나 식힐 겸 혼자 어머니가 계신 해운대에 내려가 있었죠. 그때 어머니와 함께 뉴스를 보는데 동남아에서 쓰나미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보고 문득 '100만 인파가 모이는 해운대에 저런 재난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하는 막연한 상상을 했고, 그 상상이 영화 '해운대'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윤 감독이 ‘해운대’를 실제로 제작에 옮기기까지 약 5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윤 감독은 ‘낭만자객’의 실패를 딛고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의 제작자로 다시 기운을 차린 뒤 2007년 ‘1번가의 기적’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하지원과 임창정이 주연으로 나선 ‘1번가의 기적’은 '진정성‘이란 자신의 초심을 다지며 만든 작품. 결국 280만 관객을 불러들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1번가의 기적’을 만들 때 하지원이 선뜻 주인공을 해주겠다고 해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당시 ‘낭만자객’의 실패로 저와 일을 하겠다는 배우들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래서 ‘해운대’를 만들 때 여자주인공은 일체의 고려 없이 하지원을 염두에 두었지요. 또 설경구 선배가 ‘1번가의 기적’을 좋게 봤다며 ‘해운대’의 시나리오도 채 보지 않고 출연을 결정해 주었습니다.”

윤 감독은 직접 ‘해운대’의 프리젠테이션을 보이는 열의 끝에 결국 CJ엔터테인먼트로부터 100억대의 제작비 투자를 이끌어냈고 ‘해운대’의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갔다. 윤 감독은 ‘해운대’가 할리우드 재난영화의 외피를 빌려올 수 있지만 내용만큼은 한국적인 드라마가 주가 되기를 바랐다. 재난과 맞닥뜨린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휴머니즘을 ‘해운대’에 담고 싶어서였다. 그 지점이 ‘해운대’와 영웅이 나타나 사람을 구하는 할리우드 재난영화와의 차이점이기도 했다

윤 감독은 ‘해운대’의 흥행 원인에 대해 '해운대' 속 휴머니즘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분석했다.

“해운대를 만들면서 모든 세대가 저마다 공감할 수 있는 인물들을 영화 속에 집어넣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십대와 이십대, 삼십대와 사십대, 그리고 노인 분들도 ‘해운대’ 속 여러 인물중 누군가에게 감정이입을 하기를 바랐습니다. 감정이입을 한다는 것은 그 인물들의 정서에 공감을 하고 같이 희로애락을 경험하는 것이거든요. 그것이 영화를 보며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 효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믿었고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 윤제균 감독(사진=한대욱 기자)


윤 감독은 ‘해운대’의 아쉬운 부분에 대해 CG 부분을 꼽았다. 예산과 시간이 조금 더 있었더라면 CG의 양과 퀄리티를 조금 더 높일 수 있었지만 예산의 한계와 정해진 시간 때문에 다소 성에 차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는 것. 그러나 130억의 제작비로 ‘해운대’ 규모의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국가는 한국 밖에 없다고 확언했다.

10년 전인 1999년 윤제균 감독이 잘 다니던 대기업 계열 광고회사에 사표를 쓰고 영화판에 뛰어들었을 때 ‘1000만 관객 영화’라는 말은 한국 영화계에 존재하지 않던 단어였다. "앞으로 평생 1000만 영화감독이란 수식어가 붙어 다닐 것 아니냐?"고 묻자 윤 감독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직 실감은 나지 않습니다. 다만 '해운대' 1000만 관객은 제 힘으로 한 것이 아니라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고 힘을 합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번 '해운대' 1000만 관객 돌파가 저 뿐만 아니라 다른 한국 감독들에게도 또 다른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너무 교과서적인 답변인 것 같다고 채근을 하자 윤 감독은 “다른 것보다 집에서 아이들이 ‘아빠 집에 또 오세요’ 라고 인사 하지 않아서 좋다”고 너털웃음을 지어보였다.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중순까지 ‘해운대’ 때문에 집에 거의 들어가지 못한 바람에 아이들이 아빠 보기를 손님 보듯이 했다는 것.

윤 감독은 '해운대' 흥행 덕에 가장 흐믓한 일이 “사실은 가장으로서, 아들로서 ‘면목’이 선 일”이라고 작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 관련기사 ◀
☞[5th 천만영화④]'해운대' 촬영 뒷이야기와 옥에 티
☞[5th 천만영화③]설경구, 두 번째 1000만···흥행 배우 우뚝
☞[5th 천만영화①]'해운대' 오늘(24일) 1000만 돌파! 의미는?
☞'해운대' 中 프로모션에서 '기립박수'
☞700억원 대박 '해운대' 흥행 경제학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이런 모습 처음이야!
  • 이제야 웃는 민희진
  • 나락간 '트바로티' 김호중
  • 디올 그 자체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