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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팬데믹과 OTT가 바꿔놓은 한국 영화 위상
코로나19 이전까지 영화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부담없이 시간을 때울 수 있는 문화생활로 인식됐다. 하지만 넷플릭스 등 코로나19 기간과 함께 성장한 OTT(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 산업은 소비자들의 시청 패턴을 바꿔놓으면서 한국 영화는 위기에 빠졌다.
극장 티켓값도 1만 5000원(주말 기준) 수준까지 올랐다. 줄어든 관객과 불어난 손실을 메우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다. 한 달 치 OTT 구독료보다 비싼 돈을 지불해야 극장에서 작품 한 편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영화계 관계자는 “그래서언지 최근 관객들은 OTT로 작품을 볼 때보다 훨씬 까다로운 잣대로 극장 영화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제작사 및 투자사들이 영화가 어렵다고 OTT 콘텐츠로 투자 방향을 전향하는 것은 영화의 씨를 더욱 말리는 일”이라며 “더 과감하게 좋은 영화에 투자해야 관객들이 극장에 갈 이유가 생긴다”고 조언했다.
10주에서 4주로 무너진 ‘홀드백’
극장 영화를 보호하는 안전장치였던 ‘홀드백’(극장 개봉 이후 OTT 등 온라인 공개 전까지 갖는 기간)마저 위태로운 추세다. 영화계는 극장 개봉 후 온라인 공개까지 통 10주 정도 기다림의 기간을 가졌다. 최근에는 길어야 8주, 적게는 4주만 기다리면 OTT나 IPTV로 영화를 시청할 수 있다. 급기야 쿠팡에서 제공하는 OTT 서비스인 쿠팡플레이가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를 ‘홀드백’을 거치지 않고 무료 공개하는 서비스(‘쿠플시네마’)를 계획 중이란 소식이 업계에 퍼지면서 영화인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
한국수입배급사협회 대표인 정상진 엣나인필름 대표는 “한국 영화가 위기를 맞은 건 극장 티켓값이 오른 것보단, 조금만 기다리면 티켓값보다 훨씬 싼 가격에 OTT로 영화를 즐길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긴 탓도 크다”며 “감독이나 작가, 배우 등 창작자들이 점점 사라지는 ‘홀드백’ 관행을 지키기 위한 목소리를 직접 낼 필요성이 있다. 모니터로는 누릴 수 없는 스크린 영화 감상의 가치를 창작자가 먼저 지키려는 마음으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영진위는 영화계 해결 방안 모색을 위해 지난 3월부터 투자배급사와 제작사, 감독 등 분야별로 업계 관계자들 간담회를 열고 있다. 빠르면 이달, 늦어도 6월초 출범을 목표로 ‘한국 영화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협의체’ 구성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