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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라는 편견을 깨라
지난 3일 첫 방송한 MBC 월화극 ‘나쁜형사’은 영국 BBC 드라마 ‘루터’를 원작으로 한다. 거친 형사와 천재 사이코패스의 공조를 그린 범죄물이다. 첫 방송은 MBC에선 9년 만인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었다. 주인공 우태석(신하균 분)과 살인마 장형민(김건우 분)의 팽팽한 대립을 그렸다. 검거를 위해 불법도 서슴지 않고, 악인에게 처절히 응징한다는 점도 신선한 접근이었다. 시청자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으며 2회(이하 유사 중간광고 포함) 만에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다.
‘미니시리즈=16부작’이란 관행도 사라지고 있다. 케이블채널에 비해 편성이 자유롭지 않고, 광고 등을 이유로 얽매여 있던 지상파였다. 플랫폼의 다양화와 함께 광고 시장도 달라지면서 지상파도 자유로운 형태의 기획을 다수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MBC ‘죽어야 사는 남자’는 12부작, 지난 4일 종영한 SBS ‘사의 찬미’는 3부작, 방영 중인 KBS2 월화 미니시리즈 ‘땐뽀걸즈’는 8부작 드라마다. ‘땜빵용’이란 편견도 옛말이다. 한류스타 이종석이 노개런티로 참여한 ‘사의 찬미’는 신혜선·이지훈 등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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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남 작가도 돌아온다. 내년 1월 방송 예정인 KBS2 새 수목 미니시리즈 ‘왜그래 풍상씨’다. 중성 남성과 동생들의 사건 사고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는 기획의도다. ‘우리 갑순이’, ‘왕가네 식구들’, ‘수상한 삼형제’, ‘소문난 칠공주’, ‘장밋빛 인생’ 등으로 다양한 가족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문영남 작가가 극본을 맡는다.
김 작가와 문 작가 모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주중에서 보기 드문 작가진이었다.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일일극과 주말극이 줄줄이 폐지되고, 주중 미니시리즈가 만성적인 시청률 부진을 겪는 요즘이다. 업계는 시청률 보증 수표인 두 사람이 수목극으로 컴백한 배경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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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은 긍정적이다. 시청률이 이를 말해준다. ‘나쁜 형사’는 첫 방송부터 1위로 출발, MBC 월화극 잔혹사를 끊어냈다. 지난 13일 방송한 ‘황후의 품격’ 16회는 자체 최고 시청률 14%를 기록했다. 두 작품 모두 극 초반이란 점에서 그 이상을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 지상파 미니시리즈 최고 시청률은 지난 2월 방송한 SBS ‘리턴’ 14회(17.4%)였다.
시청률은 좋지만 시청 광고 시장은 어둡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6월 발표한 ‘2017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2017년도 방송사업매출 점유율에서 지상파 방송사는 2008년 39.4%에서 2017년 22.3%으로 감소했다. 수입원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광고 매출도 2016년 1조 6228억 원에서 2017년 1조 4121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여기에 tvN 인력 쏠림 현상은 점점 심화되고 있다. 2019년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송중기의 복귀작인 ‘아스달 연대기’, 이종석·이나영의 ‘로맨스는 별책부록’, 아이유가 물망에 오른 홍정은·홍미란(일명 홍자매) 작가의 신작 모두 tvN 편성이다.
한 지상파 드라마 PD는 “최근 변화들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라고 표현하면서 “요즘 시청자들은 모바일이나 OTT 등으로 콘텐츠를 소비한다. 짧고 임팩트 있게 가야 한다는 걸 방송국이나 제작진도 잘 알고 있지만 규제 등에서 상대적으로 제약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