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훈 '연민이 담긴 건달의 눈빛'에 대하여

  • 등록 2010-05-24 오전 7:57:04

    수정 2010-05-24 오전 7:57:04

▲ 박중훈

[이데일리 SPN 김용운 기자] 20일 개봉한 ‘내 깡패 같은 애인’(감독 김광식, 제작 JK필름)은 삼류 건달 오동철(박중훈 분)이 사는 반 지하 셋방에 지방대를 나온 취업재수생 한세진(정유미 분)이 이사 오면서 둘 사이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영화다. 제목만 보면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이지만 그 안에는 IMF 이후 각박해진 취업 때문에 희망을 잃어가는 우리 사회 20대, 소위 88만 원 세대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숨겨진 영화다.

박중훈이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받았던 것은 지난해 여름 ‘해운대’가 끝나고 나서였다. ‘해운대’의 김휘 박사는 박중훈의 필모그래피에 1000만 영화를 선사했지만 연기 논란도 함께 가져다주었다. 김휘 박사는 부산을 덮치는 거대한 쓰나미 앞에서 무기력한 인물이었기에 박중훈이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됐고 이것이 박중훈의 연기를 자유롭지 못하게 했다.

‘내 깡패 같은 애인’의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중훈은 동철의 캐릭터를 보자마자 “딱 맞는 옷 같았다”고 털어놨다. 이는 ‘해운대’의 김휘 박사가 남겼던 아쉬움을 상쇄했다는 의미였다.

박중훈은 80년대 후반 ‘우묵배미의 사랑’이나 90년대 ‘게임의 법칙’ 등에서 건달 역할을 누구보다 탁월하게 소화했다. 당시 박중훈은 반항적인 건달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허나 90년대 중반 이후 박중훈 표 코미디가 충무로를 휩쓸면서 그의 건달 연기는 보기 어려워졌다. 물론 90년대 후반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건달같은 우형사를 통해 반항끼를 되찾았지만 이후 ‘라디오 스타’에 오기까지 부침을 겪었다.

박중훈이 연기한 오동철은 그가 연기했던 건달의 계보와 맥을 같이 한다. 특히 7kg을 감량하며 만든 몸은 그의 40대 중반 나이가 무색하게 느껴지게 한다. 박중훈은 “영화에서 오동철의 나이가 가늠이 안 되게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감량을 자청했고 결과가 좋았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오동철은 이전의 박중훈 표 건달 연기와 또 다른 차별성을 보였다. 오동철의 옆집에 이사 온 취업재수생 세진(정유미 분)과 멜로 라인이 형성되면서 출세의 욕망에 들떠 있던 이전의 건달 연기와 달리 ‘연민의 눈빛’을 쑥스러워하는 순수함과 건달세계 특유의 ‘똘끼’를 자연스럽게 합성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 합성의 다면성이 ‘내 깡패 같은 애인’의 매력 중 하나다.
 
▲ 박중훈


아이러니한 것은 박중훈이 실제로는 유복하게 자랐다는 사실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말썽을 피우긴 했지만 적어도 ‘가난의 설움’은 맛보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의 건달 연기에서는 특유의 페이소스가 묻어나온다. 박중훈은 “경험해보지 않은 것을 마치 해봤던 것처럼 감정적으로 표현해 내야 하는 것이 배우고 그 과정은 극심한 감정노동이며 날이 갈수록 힘들다”고 말했다. 오동철 역시 박중훈에게 힘들었던 감정노동의 과정이었지만 문제는 그게 즐겁고 뿌듯했다는 것이다.

그는 “시나리오에 거품이 없었고 캐릭터들이 살아 있었으며 현장 분위기가 즐거웠고 배우들과의 호흡도 좋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시나리오 선택부터 영화를 완성할 때까지 관객에게 정서적인 울림을 줄 수 있는 영화라고 확신했다.

배우는 관객들에게 정서적인 울림을 주는 것으로 모든 고통이 상쇄된다. 박중훈은 오동철이 줄 수 있는 정서적 울림을 굳게 믿고 있었다. 가진 것 하나 없는 건달 오동철이지만 세진을 위해 무엇 하나라도 주려는 마음. 그 마음이 조금이나마 관객들에게 전달된다면 그 이상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 깡패 같은 애인’은 청춘을 느낄 수도 없을 만큼 각박한 사회를 살고 있는 지금의 청춘들에게 어깨라도 토닥거려주려는 마음이 담긴 영화”라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 2년간 ‘해운대’를 시작으로 ‘내 깡패 같은 애인’ 및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연출작 ‘달빛 길어올리기’의 촬영을 통해 휴식기 없이 달린 박중훈에게 향후 계획에 대해 물었다. 박중훈은 “조금은 재충전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재충전 하는 박중훈의 방법은 가족과 여행, 운동 그리고 독서였다. 최근에는 트위터도 포함됐다.

일전에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서재를 공개했던 것이 생각나 근래 읽었던 책 목록을 물었다. 그가 최근에 읽은 책은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 그리고 노무현의 ‘진보의 미래’ 등이라고 했다.

(사진=권욱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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