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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지선우와 이준영(전진서 분)은 평온한 일상을 되찾았다. 과거의 상처들을 지워나가며 새로운 미래를 향해 발을 내디디고 있었다. 그러나 이태오의 존재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지선우는 내내 불안했다. 그러던 중 찢어 버렸던 가족사진이 다시 붙은 채로 지선우에게 배달되면서 불안은 가중됐다. 그리고 이태오가 고산을 떠나지 않고 망가진 채로 살아가고 있다는 소문이 지선우의 귀에 들어왔다. 지선우의 불안은 금세 현실이 됐다. 이태오가 이준영을 데리고 간 것.
지선우의 전화에 “준영이가 보고 싶어서,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랬다. 미안하다”라고 말하는 이태오는 위태로워 보였다. 지선우는 이태오에게 달려갔다. 마지막 인사라도 제대로 나누길 원했던 지선우의 바람과 달리, 이태오는 끝없는 집착과 미련을 드러냈다. “우리 새로 시작하자. 처음부터 나한텐 너뿐이었어. 한 번만 기회를 줘. 가족이란 게 원래 그런 거 아니야?”라는 이태오. 지선우보다 더한 환멸과 좌절을 느끼는 건 이준영이었다. 상처가 아물기 시작한 이준영은 다시 흔들렸다. “이제 와서 그런 소리 하면 뭐해. 아빠가 다 망쳤으면서”라고 소리쳤고, 지선우도 “우린 끝났다”며 “준영이 위해서라도 더는 부끄럽게 살지 마. 그게 당신이 준영일 위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후회와 미련이 가득한 이태오는 이준영에게 아빠처럼 살지 말라는 마지막 인사를 남기고 돌아섰다.
이태오를 바라보는 지선우의 심경도 복잡했다. 끝이 분명한데도 이태오가 트럭에 치일 뻔한 사고를 보자 가장 먼저 달려간 사람은 지선우였다. 알 수 없는 회한으로 두 사람은 서로를 품에 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준영은 지긋지긋한 상황에서 도망치듯 사라졌다. 그렇게 1년의 세월이 흘렀다. 손제혁(김영민 분)과 헤어진 고예림(박선영 분)은 홀로 섰고, 여다경도 자신의 꿈을 그려가고 있었다. 이태오는 재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선우는 하찮은 감정에 매달려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버렸다는 뼈아픈 각성과 함께 자신의 몫을 살면서 묵묵히 아들을 기다렸다. “저지른 실수를 아프게 곱씹으면서. 또한, 그 아픔에 사로잡히지 않으면서 매일을 견디다 보면, 어쩌면 구원처럼 찾아와줄지도 모르지. 내가 나를 용서해도 되는 순간이“라는 지선우. 이제 스스로를 용서해도 된다는 신호처럼 이준영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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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원작 ‘닥터 포스터’에서는 이태오 역에 해당하는 사이먼이 사고가 아닌 직접 차도에 뛰어들어 자살 소동을 벌였다는 디테일적 상황 빼고는 아들 톰이 그런 부모의 관계에 지쳐 가출을 택했고 그런 톰을 여주인공 젬마가 기다리는 열린 결말로 시즌 2가 막을 내렸다.
‘부부의 세계’는 다음 시즌이 없는 만큼 이준영이 돌아왔다는 암시를 둬 꽉 닫힌 결말로 마무리지으려 한 것으로 보이나, 그간 지선우가 15회까지 취해온 능동적인 행동들과는 정반대되는 선택을 담아낸 만큼 시청자들이 아쉬움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부부의 세계’는 보다 섬세한 연출과 대사, 주변 인물들의 서사로 시청자들의 기대와 궁금증은 한껏 끌어올리면서 원작의 고증에 누구보다 충실했다.
여다경의 망상을 깨뜨리고자 여다경의 부모를 만나 설득해 합심하는 장면들 역시 원작과 흡사한 모습들이다.
지선우를 제외한 주변 인물들의 심리 묘사나 캐릭터 묘사도 깊이있고 입체적이었다. 박인규(이학주 분)의 고산역 추락 사고를 변수로 둬 스릴러적 요소를 가미하는가 하면 원작에는 없던 김윤기(이무생 분)라는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 러브라인을 만들고 이태오와 긴장감을 자아냄으로써 원작과 다른 결말에 대한 기대감도 만들어냈다.
우리 정서와 다른 결말이 다소 아쉽다는 반응도 많지만 이 부분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연출력과 응용력, 배우들의 연기력과 더불어 화제성과 시청률을 다잡은 웰메이드 드라마였다는 평이다. 시청률에서는 특히 JTBC 역대 최고 기록을 남겼다.
1회 시청률이 6.3%(닐슨코리아 전국 유료플랫폼가구 기준)를 기록해 단 2회 만에 10%대에 진입했고, 12회에서 ‘SKY캐슬’이 기록한 역대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 23.8%를 넘어 최종회에서는 28.371%로 30%대에 가까운 최고 시청률 기록을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