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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이유 있는 항변인가, 아니면 책임 모면을 위한 이기적인 발언인가.
SBS 드라마 ‘마녀유희’의 종영 후 여주인공을 맡은 한가인측이 공개적으로 연출자와 작가를 비난한 일은 당분간 큰 후유증을 낳을 전망이다.
한가인의 소속사 원오원엔터테인먼트(이하 원오원)는 14일 오후 언론사에 돌린 보도자료를 통해 "‘마녀유희’가 추락한 원인은 중구난방 스토리에 본래 캐릭터의 상실, 연출자의 미흡한 연출력, 작가의 자질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원오원측은 "방송 초기 한가인의 패션 및 독특한 말투, 재희의 코믹하고 자연스러운 연기, 감각 있는 대사들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지만 감독과 작가의 잘못으로 드라마의 인기가 하락했다"고 강조했다.
원오원측이 방송가에서 금기시되는 연출자와 작가에 대한 공개 비판을 나선 데는 시청률 부진의 책임이 한가인 개인에게 몰렸다는 피해의식이 크게 작용했다.
실제로 ‘마녀유희’는 방송 초기 작가가 교체됐고 이후 시청률이 하락세를 탔다. 원오원측의 한 관계자는 "이번 드라마를 위해 정말 열심히 했는데, 부진한 이유가 모두 한가인의 연기 부족이라는 식의 '마녀사냥'이 벌어졌다"며 "우리로서는 억울한 누명을 벗고 싶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연기경력 30년의 한 중견 연기자는 “드라마가 끝난 뒤 연기자와 제작진이 공개적으로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은 아름답지 못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연출자가 자신의 연출력을 과신해 성숙하지 못한 작가에게 대본을 맡긴 것이 ‘마녀유희’ 시청률 부진의 원인일 수 있다”고 말해 원오원측의 대응이 나름 이유있다고 평가했다.
◇"함께 고생했는데...", 결국 남은 것은 불신의 깊은 상처
특히 지명도 있는 스타가 주연일 경우는 방영되는 내내 'OOO의 드라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며 시청률 추이나 드라마 속의 모든 문제를 짊어지고 다녀야 한다.
요즘 드라마에서 심심치 않게 문제가 되는 스타 연기자들의 거액 출연료도 결국 이런 위험부담과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지불하는 것이다.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제작 관계자에 따르면 ‘마녀유희’에서 한가인이 받은 출연료는 회당 3000만원을 넘는다. '마녀유희'가 16부작이니 얼추 계산해 볼 때 약 4억8000만원의 개런티를 받은 셈이다.
즉, 그녀에게 5억원에 가까운 출연료를 준 것은 단순히 주인공으로 연기를 하는 것 외에 시청자의 높은 기대를 만족시키고, 드라마의 성패에 대해 짋어져야 할 무겁고 힘든 책임을 생각한 배려가 담겨 있다.
드라마를 하다 보면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원오원측의 주장대로 대본이 당초 기획과 달리 본인의 캐릭터를 충분히 못살릴 수도 있고, 연출자가 스타가 가진 매력을 100% 화면에 담지 못할 수도 있다.
정 제작과정에 불만이 있고 아쉬우면 다음에 그들과 함께 작업을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이를 "이런 저런 문제는 내 탓이 아니고 당신들 탓이다"고 시시비비를 따져봐야 결국은 함께 드라마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누워 침뱉기가 아닐까.
드라마가 기대 이하의 성과를 거둔 것에 대해 한가인측만 가슴 아프고, 다른 동료 연기자나 제작진은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가인과 신인 시절부터 친분이 두터운 한 연출자는 “드라마가 끝났으면 작품만 남는 것이지, 책임이 어디 있겠는가. 방송이 끝난 뒤에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함께 고생한 사람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고 개탄했다.
한번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이미 ‘마녀유희’ 제작진은 적잖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터이고 한가인도 이로 인해 비난의 대상이 돼 버렸다.
보도자료를 내게 된 이유야 어찌 됐든 양쪽 모두 손해를 봤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함께 일해야 하는 동반자로서 서로의 관계에 메우기 어려운 깊은 균열만 남긴 셈이 됐다.
드라마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애를 썼는데 욕을 먹거나 모든 문제의 책임을 진다는 것은 억울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억울함을 때로는 다른 작품에서, 다른 연기로 보여줄 때 스타의 진정한 가치가 빛난다.
결국 그걸 기대하고 제작사는 수억원의 개런티를 지불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