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사령탑 시절 3년 사이에 두 번 잘리는 아픔을 맛봤던 그다. 모두 '잘나가던' 도중에 난데없이 옷을 벗는 바람에 '해고당한 1등'이라는 꼬리표까지 붙어 다녔다.
첫 경질은 2006년 2월이었다. 구단측은 리그 종료 한 달여를 앞두고 선두를 달리는 황 감독을 해임하고 호남정유(현 GS 칼텍스) 시절의 '우승 청부사' 김철용 감독을 영입했다. 흥국생명은 팀을 챔피언에 올린 김 감독을 내보내는 이해할 수 없는 행보 끝에 9개월 만에 다시 황 감독을 불러들였다. 하지만 황 감독은 팀을 1위로 이끌고 있던 작년 12월 '선수기용에 문제가 있다'는 구단측의 일방 통보에 다시 물러나야 했다. 대신 구단 모기업(태광그룹)이 운영하는 세화여고 배구부 감독으로 발령받는 수모를 받아들였다. 그는 23일 전화 통화에서 '왜 흥국생명과의 인연을 끊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땐 내가 가진 기술이 배구밖에 없었으니까요. 어린 후배들 가르치면서 재기를 별렀던 거죠"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황 감독이 현대건설을 맡자 배구계에선 "선수들과 같은 배를 탄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처지가 비슷한 감독과 선수들이 함께 오기를 품지 않겠느냐는 반응이었다. 황 감독은 패배의식에 젖어 있던 선수들을 다그치지 않고 오히려 훈련시간을 하루 6시간에서 4시간으로 줄였다. "선수들이 부담을 갖지 않게 만들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했다.
다혈질 성격 탓에 코트에선 심판과, 장외에선 구단측과 부딪히는 경우가 잦았던 감독 본인은 부드러운 이미지로 변신하고 있다. 이기기 위해, 또 살아남기 위해서는 악을 쓰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했다. "쉬면서 저 자신을 돌아봤더니 강성 이미지가 강하더라고요. 강약 조절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25일엔 흥국생명과의 일전이 기다리고 있다. 황 감독이 현대건설 사령탑에 오른 이후 두 번째 대결이다. 7월 부산에서 열렸던 KOVO(한국배구연맹) 컵에서 처음 만났을 땐 3대0으로 이겼다. 황 감독은 "흥국생명은 꼭 이겨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강조합니다. 지난 시즌 챔피언을 꺾어야 선수들의 자신감이 높아질 테니까요"라고 했다. 그는 흥국생명과의 껄끄러운 관계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관련이 있는 걸 떠나서…"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황 감독의 절제하는 말 속에는 날이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