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 부드러워지니 팀은 강해지더라

女프로배구 '꼴찌' 현대건설 황현주 감독 맞아 시즌 선두

"강성 이미지 바꾸려 노력"
  • 등록 2009-11-24 오전 8:26:05

    수정 2009-11-24 오전 8:26:05

[조선일보 제공] 프로배구 여자부 현대건설의 황현주(43) 감독은 별명이 '독사'다. 독기를 품고 사는 게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흥국생명 사령탑 시절 3년 사이에 두 번 잘리는 아픔을 맛봤던 그다. 모두 '잘나가던' 도중에 난데없이 옷을 벗는 바람에 '해고당한 1등'이라는 꼬리표까지 붙어 다녔다.

첫 경질은 2006년 2월이었다. 구단측은 리그 종료 한 달여를 앞두고 선두를 달리는 황 감독을 해임하고 호남정유(현 GS 칼텍스) 시절의 '우승 청부사' 김철용 감독을 영입했다. 흥국생명은 팀을 챔피언에 올린 김 감독을 내보내는 이해할 수 없는 행보 끝에 9개월 만에 다시 황 감독을 불러들였다. 하지만 황 감독은 팀을 1위로 이끌고 있던 작년 12월 '선수기용에 문제가 있다'는 구단측의 일방 통보에 다시 물러나야 했다. 대신 구단 모기업(태광그룹)이 운영하는 세화여고 배구부 감독으로 발령받는 수모를 받아들였다. 그는 23일 전화 통화에서 '왜 흥국생명과의 인연을 끊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땐 내가 가진 기술이 배구밖에 없었으니까요. 어린 후배들 가르치면서 재기를 별렀던 거죠"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다시 일어설 기회는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지난 두 시즌 동안 최하위권을 맴돌던 현대건설이 새 감독을 공모한 것. 현대건설은 황 감독을 비롯해 후보 둘을 놓고 저울질하다 한 사람이 다른 구단으로 가자 부랴부랴 황 감독을 잡았다. 현대건설이 제시한 계약기간은 고작 1년. 성적을 확실히 끌어올리지 못하면 재계약은 사실상 어려울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황 감독이 현대건설을 맡자 배구계에선 "선수들과 같은 배를 탄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처지가 비슷한 감독과 선수들이 함께 오기를 품지 않겠느냐는 반응이었다. 황 감독은 패배의식에 젖어 있던 선수들을 다그치지 않고 오히려 훈련시간을 하루 6시간에서 4시간으로 줄였다. "선수들이 부담을 갖지 않게 만들기 위한 방법이었다"고 했다.

다혈질 성격 탓에 코트에선 심판과, 장외에선 구단측과 부딪히는 경우가 잦았던 감독 본인은 부드러운 이미지로 변신하고 있다. 이기기 위해, 또 살아남기 위해서는 악을 쓰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깨달았다고 했다. "쉬면서 저 자신을 돌아봤더니 강성 이미지가 강하더라고요. 강약 조절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부드러워진 황 감독은 현대건설 선수들도 부드러운 방법으로 독하게 만들었다. 점수를 앞서 가다가도 막판에 무너지던 약한 정신력을 자극하기 위해 '5점 승부'라는 특별훈련도 도입했다. 20―20 상황을 가정하고 25점이면 세트를 따내도록 하는 훈련을 통해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그 결과는 성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리그 초반이지만 현대건설은 3연승 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25일엔 흥국생명과의 일전이 기다리고 있다. 황 감독이 현대건설 사령탑에 오른 이후 두 번째 대결이다. 7월 부산에서 열렸던 KOVO(한국배구연맹) 컵에서 처음 만났을 땐 3대0으로 이겼다. 황 감독은 "흥국생명은 꼭 이겨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강조합니다. 지난 시즌 챔피언을 꺾어야 선수들의 자신감이 높아질 테니까요"라고 했다. 그는 흥국생명과의 껄끄러운 관계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관련이 있는 걸 떠나서…"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황 감독의 절제하는 말 속에는 날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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