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진·김희선 '달짝지근해', 슴슴한 듯 강력한 중년의 힐링 로코[봤어영]

남녀 사랑으로 시작, 끝은 사람을 향한 따뜻한 시선
순수한 사랑의 기억 일깨우는 어른 동화같은 이야기
유해진, 디테일 살린 열연…김희선, 대체불가 매력
진선규, 한선화 등 사랑스러운 캐릭터 앙상블
  • 등록 2023-08-08 오전 9:50:26

    수정 2023-08-08 오전 10:24:15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내가 이해하는 모든 것은 내가 사랑하기 때문에 이해한다.”

세계적인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는 사랑을 이렇게 정의했다. 비뚤어진 시선으로 재단하지 않고, 나와 상대방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이해해주는 사랑. 모두 한 번쯤은 이런 사랑을 겪거나 꿈꿔왔을 것이다. 영화 ‘달짝지근해: 7510’(감독 이한)은 그런 순수한 사랑의 기억과 환상을 일깨우는 어른 동화다. 남녀 간 사랑으로 시작해 사람 그 자체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끝나는 순도 100% 착한맛 드라마. 모자란 듯 순수함이 귀여운 ‘너드남’ 유해진과 씩씩하고 긍정적인 ‘직진녀’ 김희선의 대체불가 순수 로맨스가 올여름 극장가를 힐링으로 물들일 전망이다.

오는 15일 개봉을 앞둔 ‘달짝지근해’는 과자밖에 모르는 천재적인 제과 연구원 치호(유해진 분)가 직진밖에 모르는 세상 긍정 마인드의 일영(김희선 분)을 만나면서 인생의 맛이 버라이어티하게 바뀌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사극부터 코미디, 활극, 누아르, 스릴러 등 장르 불문한 활약을 펼쳐온 충무로의 보물 유해진. ‘달짝지근해’는 유해진이 데뷔 후 26년 만에 처음으로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한 작품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또 원조 미녀의 아이콘이자 안방 여왕 김희선이 20년 만에 택한 스크린 복귀작으로, 처음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이 빚어낼 어른 로코 케미에 관심이 높다. 올 여름 성수기 극장가에 유일하게 출사표를 내민 로맨틱물이기도 하다. ‘완득이’, ‘증인’ 등 울림있는 작품들로 휴머니즘을 전했던 이한 감독의 새 작품이다.

유해진이 연기한 ‘치호’는 ‘과자’에 미쳐있는 제과회사의 천재 연구원이다. 치호의 일상 세계는 밥 대신 과자만 먹는 치호 자신의 편협한 식습관과 비슷했다. 집, 자동차, 회사, 다시 집. 지극히 단조로운 하루일과. 시간 단위로 쪼개진 그의 일과 계획엔 다른 사람들이 자리할 틈이 없다. 흥청망청 술을 먹고 도박을 일삼는 이복 형 석호(차인표 분)가 치호의 유일한 가족일 뿐이다. 1번이 석호 형, 2번이 즐겨 시켜먹는 통닭집인 그의 전화번호 단축키가 외로운 인간관계를 대변한다.



치호는 석호의 보증인으로 대출 빚 상담을 하러 간 곳에서 일영과 첫 만남을 갖는다. 이후 일영의 제안으로 하루에 저녁 한 끼를 함께하는 ‘밥풀’ 친구가 되면서 그의 세상은 점차 바뀌어간다. 영화는 치호가 ‘일영’을 만나 인간관계를 넓혀가며 세상의 다양한 ‘맛’을 배워가는 과정을 순수하고 사랑스럽게 그려나간다.

사실 치호는 작고 째진 눈 때문에 번번이 타인에게 오해를 산다. 그저 쳐다만 봤을 뿐인데 ‘왜 째려보냐’는 시비가 돌아온다. 째려본 게 아니라 이렇게도 쳐다본 것뿐이라 항변하다 사나운 아저씨의 맹추격을 받기도 한다. 석호는 그런 치호에게 ‘잘못했어요, 안 그럴게요’라고 답해야 네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핀잔같은 충고를 던지기도 한다.

일영은 극 내향형인 치호와 정반대의 극 외향형 인간이지만, 그런 치호를 누구보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이해해주는 사람이다. 누군가는 눈살을 찌푸리는 치호의 이해할 수 없는 습관도 일영은 치호 나름의 이유에 공감하며 이해해준다. 썰렁한 치호의 아재 개그에도 꺄르르 웃음을 터뜨린다. 치호는 그런 일영 덕분에 누군가와 함께 저녁을 먹고 일상을 공유하는 법을 배워나간다. 연애 상담을 계기로 회사 사람들과 말도 붙이며 서서히 친해지는 법을 익힌다.

일영도 치호를 만나 치유를 받는다. 대학생 딸을 둔 미혼모인 일영은 ‘미혼모’란 이유로 편견의 대상이 된 적이 많았다. 어렵게 미혼모란 사실을 털어놓는 자신을 치호만이 아무런 조건없이 감싸준다. 이토록 달짝지근한 두 사람의 관계는 금세 두 사람의 감정을 자신들의 시선으로 재단짓는 주변인들의 반대로 위기에 봉착한다. 그리고 서툴지만 순수한 두 사람이 비뚤어진 세상의 시선을 이겨내고 사랑을 지켜나가는 과정을 영화는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사실 ‘달짝지근해’는 요즘 극장가에 쏟아지는 대작들과 비교하면 제작비도 적고, 한없이 평범한 사람들이 주인공에 서사 역시 평범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배우들의 사랑스러운 열연과 이한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누구나 공감할 순수한 사랑에 대한 기억을 환기하며 힐링을 선사한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쯤엔 어느새 미소가 피어오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맵고 짜고 신 강렬한 맛들의 향연 속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슴슴한 평양냉면같은 매력이 돋보이는 로맨스다.

특히 유해진은 특유의 디테일을 살려 어눌고 순수한 ‘치호’를 우리 주변 어딘가에 살고 있을 듯한 친근한 캐릭터로 실감나게 그려냈다. 왜 우린 26년이나 유해진의 로코를 보지 못했을까 억울한 생각이 들면서도, 이제라도 그의 로코를 볼 수 있어 다행이란 안도가 고개를 드는 열연이다. 700만 흥행에 성공해 유해진을 처음 주연급 배우로 각인시킨 영화 ‘럭키’(2016) 이후 또 한 번 ‘주인공 유해진’으로서 존재감을 각인할 작품이 될 듯하다.

김희선 역시 유해진과 첫 호흡이 믿기지 않을 만큼 폭발하는 케미와 사랑스러움으로 대체불가 일영의 매력을 뽐낸다. 손편지 2장을 빼곡히 써서 그를 설득해야 했던 이한 감독의 간절한 캐스팅에 납득이 간다. 이밖에 치호, 일영에 대적할 또 다른 로맨스의 한축을 담당하는 진선규(병훈 역)와 한선화(은숙 역), 데뷔 이후 처음 못되고 찌질한 ‘하남자’로 변신한 차인표의 신선한 얼굴까지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의 앙상블을 감상하면 118분이 금세 지나간다.

“이 사람이 여기서 등장한다고?” 뜻밖의 순간에 등장하는 강렬한 카메오의 향연도 ‘달짝지근해’의 빼놓을 수 없는 관전포인트다. 임시완, 고아성, 정우성까지, 존재감 넘치는 톱배우들이 ‘달짝지근해’에서 어떤 예기치 못한 캐릭터로 등장할지 지켜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8월 15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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