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N명예기자석]그들이 말하는 근성...그것이 바로 롯데 야구

  • 등록 2007-05-11 오후 2:13:44

    수정 2007-05-11 오후 7:02:01

[이데일리 SPN 고남욱 명예기자]롯데 팬들만큼 시끌벅적하고, 보는 이들로 하여금 눈길을 끄는 응원을 하는 팬들은 많지 않다. 응원문화가 다양함은 물론, '마약야구'라고 할 만큼 팬들의 중독성 또한 강한 것이 바로 롯데야구다.

어제 져도, 오늘은 이기겠지 라는 심정으로 야구가 있는 날이면 유니폼과 기타 응원도구는 그들 잠자리 머리맡에 있다. 다음날 아침이면 본능적으로 사직 야구장 주변에서 할머니들이 손 내미는 김밥 한 줄과 음료를 가지고 야구장으로 향하는 롯데 팬들. 응원 피켓은 기본이고 갖가지 의상과 메이저리그에서도 볼 수 없는 응원도구들은 롯데 경기에서 주기적으로 선을 보인다. 그러던 중에 롯데 열혈 팬이라고 자부하는 세 명의 팬들을 만날 수 있었다.

부산, 경남의 롯데 팬들은 야구가 종교라는 말에 대해 등호를 넣고자 한다. 그리고 응원 문화 자체를 하나의 흥이며, 즐기는 문화라고 받아들인다. 지금은 고향을 떠나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강치만(32)씨는 롯데 응원 문화에 대해서 이렇게 말한다. “아무나 롯데 팬일 수 있었다면 저는 안했을 것입니다. 우승이요? 우리가 언제 우승하라고 했습니까. 오늘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게임 하면 됩니다. 내 자식 같은 선수들 실수 하나 하는 것 까지 앞에서는 한마디 하겠지만, 정말 감정이 담겨서 뭐라 하겠습니까. 그냥 롯데가 좋고, 선수들이 좋습니다. 그게 다입니다. 사직 야구장에 62명 중 한명이 저에요. 선수들 의욕도 없어 보이고, 팬들은 정말 지치고, 야구가 가장 재미있는 스포츠에서, 가장 재미없는 스포츠로 바뀌는 순간이었죠. 정말 농담조로 몸에 사리가 쌓이는 줄 알았습니다.(웃음) 롯데 야구가 어떻게 가야하는지는 이미 여러 번 보여주었죠.”

롯데 팬들의 열성은 이미 여러 번 보도된바 있다. 그리고 그런 열성을 무더운 날 도심 한복판의 분수에서 화려하게 분출 시키는 곳에는 용병들도 한몫했다. 모두 좋은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팬들의 좋은 활약을 음미하고도 남았다. 검은 갈매기 호세(42)를 비롯해, 존갈(29), 브라이언 마이로우(31), 라이언 잭슨(35) 등 외국인 선수들은 부산 야구팬들만큼 열광적인 팬들은 없다고들 입을 모은다. 특히 라이언 잭슨과 존 갈은 롯데 팬들의 문화를 자신의 캠코더에 담으면서, 고국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인터뷰 도중 부산, 경남 지역과 연고지가 전혀 없지만 롯데의 열혈 팬이라고 자처하는 김시종(26)씨도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저는 롯데를 응원하게 된 계기가, 삼성, 해태 팬들이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롯데는 상대적으로 약체였구요. 롯데 자이언츠는 참 매력적인 팀입니다. 아시겠지만 무조건 사직에서 전날 이기면 다음날 5천명 이상은 더 오는 것 같습니다. 선수들은 팬들의 아들 같은 존재입니다. 선수들도 그걸 알아요. 그러니 야구장에서 실력과 상관없이, 노력을 안하는 선수는 내보내기가 코칭 스탭진들 사이에서도 미안해하지 않나 싶어요. 롯데 팬들 또한 게임에서 이기는 거 중요하죠. 그런데 이기는 것도 이기는 거지만, 선수들 자세를 보거든요. 눈빛과 근성만 있다면 그 선수는 1군 선수입니다.”



롯데는 2007년 시즌 개막과 동시에 현대를 제물로 연승가도를 달렸다. 당시 이런 분위기를 타던 롯데 팬들은 사직은 물론, 잠실, 인천 등 각지에서 그들의 흥을 배출했다. 호탕하면서도, 속 깊은 강한 정을 가지고 있는 롯데 팬들은 구장 안에서 부산갈매기를 함께 목청껏 부르면서 서로 친구가 되어 있는 경우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롯데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서부터 한국 프로야구의 개선 방향까지 그들의 대화에서는 야구에 대한 열정이 한 움큼 배어난다.

팬들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 롯데 팬들이 강조하는 것은 다름아닌 '근성'이다. 삼성과 해태같은 강팀을 만나서, 종이거인으로 매번 패배하던 롯데 팬들에게는 그날의 승리도 중요하다. 그러나 상대팀의 발목을 잡아서라도, 다시는 우리팀을 얕보지 못하게 해야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들을 더 많이 언급하곤 한다. 그러기에 최동원 같은 불세출의 투수가 자이언츠 팬들에게는 소중할 수 밖에 없었고, 쓰러질 때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을 것 같은 또 다른 철완 윤학길, 금테 안경을 만지며 인터뷰 하던 염종석, 그리고 악바리 박정태로 이어지는 선수들은 팬들에게 소중함 그 이상이었다.

강치만 씨와 동향 친구라는 민병덕(31)씨가 바톤을 이어받았다.“응원은 1등 할 수 있습니다. 하는데 까지 해보면 되지 않겠습니까.(웃음).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뛰기만 하면 됩니다. 선수들 보러 운동장에 오지요. 부산에서 학교 다니신 분들 고3때 조마조마 하셨을 겁니다. 롯데가 4강가는 해이면, 부산에 고등학교 3학년생들은 대거 재수하는 해니까요. 사직에 가서 응원하면 전율이라는 것이 무언지 정말 느낄 수 있죠. 저는 최동원의 향수에 젖어서 야구장에 왔습니다. 아마 지금 한화에 계신 최동원 2군 감독님이 다시 오시기를 바라는 롯데 팬은 저 뿐만이 아닐 꺼에요. 마해영, 전준호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대전 구장에 걸려있던 롯데 플래카드처럼 롯데팬이라면 순위가 위에 있던 아래에 있던 우리의 마음은 항상 그 자리일 것입니다.”

인터뷰 내내 취재 분위기를 즐겁게 해주신 강치만 씨는 쓴 소리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야구 이기고, 마시는 맥주 한잔의 맛은 야구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모를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도 밤늦게 가끔씩 술 마실 수도 있고, 놀러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들에게 야구란 것이 생업인데, 지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너무 기분 푸는데 시간 투자는 많이 안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디에 누가 나타났다, 저기에 누가 나타났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부산에서는 선수들 얼굴 다 알기 때문에, 훈련 안하는 야구 선수가 누구인지 다 압니다. 그 다음날 야구장 가서 그런 부분 때문에 졌다라고 생각하면 가슴도 아프고, 기분도 안 좋죠. 술도 우리가 대신 마셔주면 되려나.(웃음)”



이들은 롯데 선수들이 부산에서 운동하는 동안 경남, 부산을 연고로 하는 지역 어디든지 운동만 잘하고, 성실하다면, 밥걱정, 차비 걱정은 없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한다. 그만큼 팬들의 열성은 사직을 떠나가게 질러대는 함성만큼 대단하다. 요새는 고교에서 예전만큼 특급 선수들이 배출되지 못하지만, 경남권 지역에는 야구 명문학교 들이 즐비하다. 롯데의 에이스인 염종석, 손민한이 그랬고, 4번 타자 이대호가 그랬다.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야구 선수의 꿈을 키운 이들이 현재 롯데의 간판이며, 열성적인 팬들의 가슴이다. 그러기에 그들이 신발 끈을 한 번 더 묶는 것일지도 모른다.

김시종 씨가 인터뷰 끝으로 덧붙였다. “프로야구팀들 모두 선수들에 대한 처우가 합당하게 이루어진다고 말할 수 없지만, 롯데는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롯데라서 그런 대우를 받는다라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정말 야구밖에 모르는 순수한 선수들이 부산, 경남을 떠나기 싫어서 헐값에 계약하고, 힘든 환경에서 운동하고, 이런 부분 이제 팀에서 개선해주어야죠. 삼성이 돈으로 무얼 한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투자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잘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로 볼 수도 있어요. 운동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을 충족시켜줘야지 선수들의 기량 발휘가 극대화 됩니다. 롯데가 운동하기 가장 열악한 팀 중에 하나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잖습니까.”

경기 내내 롯데 선수들에게 주문이라도 거는 듯이 펼쳐지는 '신문지 응원''주황색 비닐 봉투 응원'까지 그들의 응원 레퍼토리에는 굳이 파도타기와 어우러지지 않아도 한계가 없어 보인다. 사직구장을 사수한 3만 여 팬들의 응원가 '부산갈매기'는 해운대와 송정 앞바다를 비롯한 부산의 명소들을 외면하고 먼저 찾아오는 외국인들에게 갈증을 해소시켜준다. 그리고 이 귀한 명소로 찾아오는 손님에게는 롯데자이언츠 라는 명함을 헤어지기 전에 웃으면서 건낼 수 있는 이미지로 각인 되었다.

많은 팬들도 마찬가지이지만 선수들과 함께 호흡한 롯데 팬들은 선수들 플레이 하나 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리고 그들의 애정을 혹여나 선수들이 부담스러워 할까봐 조심스러워 하기도 한다. 파울볼이 날아와 어른이 잡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구장 곳곳에서 외쳐지는 '아주라(애 줘라)'와 상대팀 투수가 1루 주자를 슬쩍 바라보며 견제할 때 짧게 '마!'라고 외치기까지, 타 팀 선수들이나 타 팀 팬들에게도 자신의 심장이 살아있음을 일깨워 주는 이들이 바로 롯데 팬들이다.

오늘 져도, 그 다음날 스포츠 뉴스와 신문을 꼬박 챙겨 본다는 롯데 팬들, 2007년 가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부산 갈매기'를 부르면서 파도타기를 해야 하지 않을까. 최소한 내가 만난 세 명의 롯데 팬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가을에 야구 하는 날이 온다면, 만사를 제치고 야구장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 롯데 팬들에게 가을이 독서의 계절일지, 야구의 계절일지 매년 느끼는 거지만 바라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이지 않나 싶다.

<사진-이재석,전능표>
인터뷰에 응해주신 롯데 자이언츠 팬 강치만, 민병덕, 김시종씨에게 감사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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