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K'PD가 직접 밝힌 달콤+살벌 6개월

  • 등록 2009-10-13 오전 11:28:55

    수정 2009-10-13 오후 6:26:08

▲ '슈퍼스타K'

 
[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슈퍼스타K'가 남긴 것은 1위를 한 서인국(22) 씨만이 아니었다. 케이블 음악채널 엠넷 '슈퍼스타K'는 방송가의 오디션 프로그램 시청률 '필패'(必敗)공식을 깨고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다. 도전자만 71만 3,502명. 도전자들만큼이나 시청자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지난 9일 '슈퍼스타K'가 기록한 마지막회 시청률은 8.47%(TNS미디어코리아). 한국 케이블 방송 사상 최고의 시청률이었다. '슈퍼스타K'는 참여와 관심도를 종합해봤을 때 오디션 프로그램 그리고 케이블 방송이 낳은 명실공히 '슈퍼스타'가 됐다.

지난 4월 도전자들의 전화 오디션을 시작해 10월9일 6개월 여의 대장정을 마친 '슈퍼스타K'. "이제는 도전자들에게 더 해줄 것이 없어 아쉽다"는 김용범 PD였지만 '슈퍼스타K'의 6개월 항해는 그에게 더없이 고된 여정이었다. 전국을 오가고 밤샘 편집의 압박 속에 빠진 체중만 10kg. 하지만 악재는 혼자 오지않는다. 그는 '슈퍼스타K'의 빠듯한 방송일정때문에 여자친구와도 헤어졌다. 오호통재라. 그리고 다음과 같은 절규가 이어졌다.

"내년에는 절대 제가 '슈퍼스타K' 연출 안할거에요."

하지만 13일부터 휴가를 떠난다는 김 PD의 얼굴에는 미소가 만연했다. 11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김 PD를 만나 '슈퍼스타K'의 달콤 쌉싸름한 제작 후일담을 들었다.

-'슈퍼스타K'가 드디어(?) 끝났다.

▲ 9일 생방송 무대를 마치고는 너무 시원했는데 막상 1등이 결정되고 나니 허탈하더라. 떨어진 친구들 생각에 안타까우면서도 애뜻한 마음도 들고. 무엇보다 도전자들에게 무엇인가 더 해줄 게 없다는 생각이 아쉽다.

김 PD는 '슈퍼스타K' 도전자들을 무척이나 챙겼다. 9일 생방송 무대를 마치고 다음날 새벽까지 제작진 그리고 쫑파티를 해 몸이 고됐을텐데도 그는 서 씨의 우승 소감 인터뷰 자리를 11일 찾기도 했다.

-역대 케이블 방송 최고의 시청률이다. 예상했나?

▲ 시작 전 목표시청률은 2%였다. 프로그램 제작비 투자 대비 그정도는 나와야한다는 게 윗선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하지만 '오디션 보다가 도전자가 총에 맞아 쓰러지지 않는 한 그 정도 시청률은 안나온다'고 생각해 '나는 못한다'고 죽는 소리를 했다. 그런데 첫 방송을 3%로 시작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놀랍고도 감사할 뿐이다.

-인기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 보통 기획사들은 20대 이상의 가수 지망생들을 뽑지 않는다. 그런데 '슈퍼스타K'는 나이제한을 두지 않고 전국민을 상대로 오디션을 진행했다. 또, 폴 포츠, 수전 보일 등 어려운 환경을 딛고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이 주는 감동에 시청자들은 열광한 바 있다. 한가지 목표를 위해 달려드는 사람들과 그들의 굴곡진 삶이 프로그램에 반영돼 인간미가 자연스럽게 버무려졌는데 이 점이 주요하지 않았나 싶다.
▲ '슈퍼스타K'

-힘든 점은 없었나?

▲ 솔직히 처음에는 프로그램 스폰서가 잘 안잡혀 제작에 고생을 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워낙 안통하니 관심갖는 사람도 적었고. 무엇보다 도전자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이 몰려 예선 행사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컸다. '악동클럽'이 1만 여명이 몰려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 중에는 최다 인원을 동원한 케이스라 그에 맞게 예산을 짜고 예선 장소를 섭외했는데 72만 여명이 몰리니 감당이 안되더라. 생각해봐라. 사소하게 심사위원에게 돌려야할 심사지만해도 A4지 70만장이 넘었으니.

-인순이, 이승철, 윤종신, 양현석, 이효리 등 심사위원 섭외도 십지 않았을 것 같다.

▲ 무엇보다 가수들이 누군가를 평가한다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또 우리나라에서 오디션 프로그램 성공 사례도 없으니 당연히 섭외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성공과 실패를 떠나서 음악 관련 전국민을 대상으로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기회라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이 작곡가, 프로듀서 등 제작자 위주로 심사위원 구성됐던 것과 비교하면 이효리 등은 파격적인 섭외인 것 같다.

▲ 보통 오디션 프로그램은 권위를 위해 제작자를 주로 심사위원단으로 구성했다. 하지만 도전자들이 가수를 꿈꾸고 있는 사람인만큼 직접 필드에서 뛰고 있는 슈퍼스타에게 평가받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도전자가 누구 앞에서 노래를 부르느냐 그리고 심사를 받느냐도 중요한 일 아닌가. 또, 인순이, 이승철 등 가창력에서는 탁월한 가수들이 도전자들에게 노래를 지적하면 어떤 거부감이 없이 자연스럽게 머리를 숙일 것 같았다. 이효리도 우리나라에서는 독보적인 여자 댄스 가수인만큼 여자 댄스 가수를 꿈꾸는 도전자들에게 최적의 심사위원이 됐을거라 생각한다. 또, 알렉스, 윤미래, 태진아, 현미 등 장르와 나이를 초월해 다양한 심사위원단을 꾸린게 '슈퍼스타K'의 장점이었다고 생각한다.

-제작비가 우승자 지원까지 포함해서 약 40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안다. 시청률 담보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한 이유는 무엇인가?

▲ 시작은 공익 차원이었다. 신인 육성을 통한 음악에 대한 관심의 활성화. 또 엠넷이 음악채널인만큼 구심점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되지 않겠느냐는 내부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기존에 패션, 리얼리티 프로그램 등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은 흥행했으나 음악프로그램 중 딱히 히트를 친 프로그램이 없기도 했고.

-심사기준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본선에서 심사위원 점수가 총 점수에서 10% 밖에 차지하지 않아 전문가들의 의견이 너무 반영이 안되지 않았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 심사기준 부분은 참 힘든 지점이다. 모든 사람의 입맛에 맞출수도 없고. 처음 심사위원 점수 반영 비율이 높을 때 '왜 네티즌의 의견을 좀 더 반영하지 않느냐'며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는데 후반에는 '심사위원 점수 반영 비율이 너무 적다'고 하더라. 제작진 입장에서는 심사 기준을 세우면 얼마나 그 기준을 투명하게 운영하냐는 면이 중요하다. 그리고 실제 본선에 오른 톱 10명의 실력을 거의 비슷하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슈퍼스타라면 대중의 관심의 크기도 갖춰야할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 '슈퍼스타K'


-인상깊었던 도전자도 많았을 것 같다.

▲ 정말 다양한 분들 많이 왔다. 지역 예선에서 '우리 애가 왔는데 왜 자리가 마련돼 있지 않느냐'며 막무가내이신 분도 있었고. 남자 친구하고 같이 온 트랜스젠더 분도 기억에 남는다. 또, 탈북자 할아버지도 있었고 최연소 도전자인 대전에 사는 9살의 친구도 기억에 남는다. 그 친구가 백지영의 '총맞은 것처럼'을 불렀는데 '너 이게 무슨 뜻인줄은 아니?'라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72만 여명의 도전자를 보고 느낀점은?

▲ 도전자 대부분이 팝송은 너무 잘부르는데 가요는 잘 소화 못하더라. 팝송 부를 때는 다들 에이미 와인하우스 같고 제이슨 므라즈 같은데 가요를 불러 인상깊었던 도전자가 드물었던 것 같다. 솔직히 처참해 보였다. 그래서 심사위원들이 도전자들이 팝송을 부르면 빨리 끊고 '팝송은 됐고 가요를 불러달라'고 요구한 경우가 많았다. '슈퍼스타K'는 한국에서 활동할 슈퍼스타를 뽑는 오디션이잖나. 아마 가수 데뷔 준비할 때 기교를 강조하기 위해 팝송을 자주 연습해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가요의 맛을 못살리는 도전자가 많았는데 다음 도전자들은 가요에 대한 공부도 좀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

-'슈퍼스타K'로 얻은 것은?

▲ 오디션 프로구램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사실, 노래 관련 프로그램 시청률이 잘 안나오는 편이다. 특정층만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악과 함께 도전자들의 인간적인 면도 함께 버무리면 오디션 프로그램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 '슈퍼스타K' 김용범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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