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 확대경] 첼시, 개혁의 칼을 휘두르다

  • 등록 2008-05-26 오전 10:58:06

    수정 2008-05-26 오전 11:01:30


[이데일리 SPN 송지훈 객원기자] 2007-2008 유럽축구연맹(UEFA)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숙적’ 맨체스터Utd.에 패해 준우승에 그친 첼시 선수단이 심각한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기대 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한 데 따른 구단 수뇌부의 실망감이 날카로운 사정의 칼날로 변해 돌아온 까닭이다.

가장 먼저 희생된 인물은 다름 아닌 아브람 그랜트 감독이다. 첼시 구단은 지난 24일(현지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그랜트 감독의 해임을 전격 발표했다. 지난해 9월 조제 무리뉴 전 감독 사퇴 직후 지휘봉을 맡겼으니 채 한 시즌도 채우지 못한 상황에서 또 한 번 지도자를 갈아치운 셈이다.

당초 잉글랜드 언론은 흐트러진 팀 분위기를 다잡아 막판 분전을 이뤄낸 그랜트 감독의 공을 인정해 ‘유임’ 또는 ‘임원으로의 승진’ 등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경질’로 가닥이 잡혔다. 감독직을 빼앗는 데서 그친 것도 아니다. 올 시즌 초 갑작스럽게 사령탑에 오르기 전까지 줄곧 수행해 온 기술이사직으로의 원대복귀마저 거부하는 등 ‘완전한 결별’을 선택했다.

그간 그랜트 감독이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와 남다른 친분관계를 유지한 점을 감안하면 더욱 충격적인 결과다. 해임 통보를 받은 그랜트 감독이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강한 배신감을 느꼈다. 구단주를 고소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클럽을 맹렬히 비난한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선수들 또한 개혁의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초 영국 언론들은 “첼시가 시즌 종료 후 대대적인 물갈이 작업을 통해 10여명의 선수들을 내보낼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거명된 인물은 현재 재계약협상이 진행 중인 프랭크 램파드(MF)를 비롯해 디디에 드로그바, 안드레이 세브첸코, 플로랑 말루다(이상 FW), 클라우디오 피사로, 스티브 시드웰(이상 MF) 줄리아노 벨레티, 탈 벤 하임(이상 DF) 등 모든 포지션을 망라한다.

첼시가 끝내 기대했던 성적표를 받아 쥐지 못한 채 시즌을 마친 만큼 앞서 거명된 이름들 중 상당수가 여름 이적 시장 기간에 보따리를 싸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나 램파드, 드로그바 등 주전급 멤버들이 이탈할 경우엔 이들의 역할을 물려받을 대체재 확보여부가 새로운 관심거리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시즌이 끝나자마자 블루스 군단이 심각한 내홍에 빠진 건 역시나 성적부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기실 올 시즌 첼시의 발자취는 늘 ‘2% 부족한 수준’에 머물렀다. ‘아브라모비치의 보석상자’로 불리는 호화 스쿼드를 앞세워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동시석권에 도전했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뤄내지 못했다.

챔스는 물론, 정규리그와 칼링컵에서도 나란히 2위와 준우승에 그쳐 ‘준우승 트레블’이라는 가슴 아픈 이력을 남긴 것이 전부다. 정상 언저리에 꾸준히 얼굴을 내밀고도 ‘화룡점정’을 이루지 못해 승리자들의 들러리 역할에 만족한 셈이다. FA컵 무대에서는 8강에서 만난 2부리그 클럽 반슬리에 덜미를 잡혀 중도 탈락하는 망신도 겪었다.

‘마지막 승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승리해 유럽 정상 정복에 성공했다면 앞선 부진에 대한 아쉬움을 말끔히 털어낼 수 있었겠지만 승리의 여신은 끝내 첼시에게 웃을 기회를 허락하지 않았다. 챔스 결승전 이후 한동안 축구팬들 사이에서 회자된 ‘존 테리의 눈물’은 올 시즌 결정적인 순간에 번번이 패배의 아픔을 곱씹으며 돌아서야했던 블루스 군단의 쓰린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했다.

관련해 일찌감치 적극적인 개혁 의지를 드러낸 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03년 첼시를 인수한 이후 매년 지속해 온 특유의 ‘물량 공세’는 일단 올 시즌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영국 언론들이 “올 여름 첼시가 최대 1억파운드(1950억원)를 풀어 새로운 영웅 발굴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를 잇달아 내놓고 있는 것이 증거다.

문제는 자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여부인데, 현지에서는 “공격축구로의 변화를 갈망하는 구단주의 의중이 상당부분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아브라모비치는 “포지션별로 모자람 없는 전력을 갖춘 첼시가 수비적이고 소극적인 경기를 펼쳐야 할 이유가 없다”며 “화끈하게 밀어붙여 승리를 거두는 축구를 보고 싶다”는 뜻을 꾸준히 피력한 바 있다.

새 감독 후보로 프랑크 레이카르드 전 바르셀로나 감독, 거스 히딩크 현 러시아대표팀 감독 등이 물망에 오르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올 여름이 지나면 첼시는 어떤 모습으로 거듭날까. 새 감독과 뉴 페이스들을 앞세워 어떤 전술을 선보이게 될까. 실망스런 시즌을 보낸 후 극심한 성장통에 시달리고 있는 첼시의 부활 노력에 관심이 모아진다./<베스트 일레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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