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무서워하던 소년, 패럴림픽 역사를 바꾸다' 수영 3관왕 조기성

  • 등록 2016-09-18 오후 1:36:14

    수정 2016-09-18 오후 1:36:14

장애인 수영선수 조기성이 18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수영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패럴림픽 남자 자유형 50m(장애등급 S4) 시상식에서 손가락으로 3개를 표현하고 있다. 조기성은 한국 선수로서 최초로 패럴림픽 수영 최초 3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물을 무서워하던 하반신 마비 소년 조기성(21)이 한국 스포츠 역사를 다시 썼다.

한국 장애인 수영 간판스타 조기성은 18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수영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패럴림픽 남자 자유형 50m(장애등급 S4)에서 39초30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9일 100m에서 첫 금메달을 획득한 데 이어 14일 200m에서 두 번째 금메달을 차지한 조기성은 이로써 이번 대회 수영 3관왕에 등극했다. 패럴림픽에서 한국 선수가 수영 3관왕에 오른 건 조기성이 처음이다.

원래 50m는 조기성의 주 종목이 아니었다. 대회전까지 메달을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100m, 200m 금메달을 통해 올라간 자신감이 조기성에게 초인적인 힘을 선물했다.

조기성은 “3관왕을 해야 한다는 부담은 조금 있었다. 3관왕이 돼 매우 기쁘다”라며 “오늘 아침에 일어났는데 몸의 느낌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뇌병변장애로 하체를 쓰지 못하는 조기성은 이번 대회를 통해 ‘패럴림픽의 펠프스’로 우뚝 섰다. 하지만 어렸을 때는 유독 물과 안 친했다. 물에만 들어가면 온몸이 경직됐다. “물에 들어가면 세상에 혼자 던져진 느낌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대인기피증이 심했다.

하지만 “수영을 하면 걸을 수 있다”고 한 지인이 무턱대고 던진 말이 조기성의 인생을 바꿨다. 그 말에 귀가 번쩍 뜨인 조기성은 2008년 재활센터를 찾아가 수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만큼 ‘스스로 걷고 싶다’는 바람이 간절했다.

여전히 조기성은 그 꿈을 이루지 못했다. 대신 누구보다 두 팔로 빠르게 헤엄칠 수 있는 선수가 됐다. 왜 살아야 하는지 이유를 찾을 수 없었던 조기성에게 수영은 삶의 이유가 됐다.

조기성은 “수영 이전에는 내게 꿈이 없었다. 그저 시간이 흐른다는 느낌 뿐이었다. 하지만 수영을 하게 된 이후 내게도 삶의 목표의 목적이 생겼다”고 말했다. 가족들의 헌신적인 희생도 조기성의 목표의식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리우에서 최고의 자리에 등극한 조기성은 벌써 4년 뒤 도쿄를 바라보고 있다. 도쿄 패럴림픽에선 4관왕에 도전하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패럴림픽 역사상 한국 선수가 4관왕에 오른 경우는 딱 한 번 있었다. 1988년 서울 패럴림픽 육상에서 손훈이 금메달 4개를 쓸어담은 적이 있다. 일반인 선수도 쉽지 않지만 신체적인 한계가 있는 선수들이 참가하는 패럴림픽에선 더욱 불가능에 가까운 기록이다.

조기성에게도 4관왕은 쉽지 않은 목표다. 4관왕을 이루기 위해선 150m 혼영 종목에 도전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배영을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선 150m 혼영에 참가하지 않았다.

조기성도 완전히 마음을 굳힌 것은 아니다. 냉정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는 “내 장애등급 경기 중 안 뛴 종목은 (혼영) 150m뿐이다”며 “아직 도쿄대회는 많은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곰곰이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변에선 성공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장애인 수영대표팀의 곽만재 감독은 “조기성은 4관왕을 충분히 할 수 있다. 도전해볼만 하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조기성은 이번 패럴림픽을 통해 금메달 3개를 쓸어담으면서 정부 포상금으로만 1억8000만원을 받게 됐다. 조기성은 포상금을 어머니에게 드릴 생각이다. 어머니는 조기성을 위해 인생을 모두 바쳐 뒷바라지한 주인공이다. 오늘날 조기성의 성공은 본인의 노력과 어머니의 희생이 만든 합작품이다

조기성은 “어머니의 희생은 마음속에 깊이 남아 있는 빚이다. 그동안 고생하신 어머니께 보답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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