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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김용운 기자] 롯데는 베르테르의 뜨겁지만 서글픈 눈빛을 보며 가슴이 요동친다. 성실하고 자상한 남편 알베르트에게 죄를 짓는 것인 줄 알지만 결국 베르테르를 끌어안고 입을 맞춘다. 사랑하지만 가질 수 없었던 롯데와의 짧은 입맞춤. 베르테르는 그것만으로도 인생의 최고 순간을 경험했다며 눈물을 흘린다.
지난달 22일 막을 올려 오는 11월30일까지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지난 2000년 한국의 창작 뮤지컬로 첫선을 보인 후 10년 동안 국내 뮤지컬 팬들에게 한결같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18세기 독일 낭만주의의 절정을 이뤘던 독일 문호 괴테의 동명 소설을 무대로 옮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흥겹고 해피엔딩 위주의 당시 뮤지컬과 달리 비극적인 결말과 비교적 정적인 무대로 이전의 뮤지컬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다.
이번 공연을 맡은 김민정 연출가는 이전의 `베르테르`와 달리 롯데와 베르테르의 키스신을 장면 속에 집어넣으며 두 주인공의 사랑을 한층 극적으로 만들었다. 이전의 공연에서 롯데에 대한 사랑이 베르테르의 일방적인 것으로 느껴졌다면, 이번 공연에서는 롯데 역시 베르테르의 순수한 사랑에 흔들리는 여자로 그려진 것. 김 연출가는 “삶의 찬란한 순간을 표현하기 위해 키스신을 넣게 됐다”고 밝혔다. 덕분에 관객들은 한층 더 베르테르의 비극적 사랑에 몰입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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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테르 역은 송창의와 박건형이 맡았다. 송창의는 `베르테르`의 원작 이미지와 가장 흡사한 모습을 보이며 사랑에 모든 것을 던지는 낭만주의자의 원형을 보여준다. 롯데와 키스를 한 뒤 떨리는 눈빛으로 독창하는 송창의의 모습은 대극장의 공간을 채우고 남는다. 박건형의 베르테르는 송창의의 베르테르보다 열정적이지만 베르테르 특유의 소심한 느낌은 묻혔다.
롯데 역은 `미스 사이공`에 출연했던 임혜영과 `김종욱 찾기`를 통해 얼굴을 알린 신예 최주리가 캐스팅 됐다. 이전 공연보다 한층 입체적이 된 알베르트 역은 민영기와 이상현이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