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人]불과 1년 전까지 아버지 넘지 못했던 아들 “이젠 챔피언”

스릭슨 챌린지 투어 7차전 정상에 오른 김재승, 주니어 시절 방황...20세 돼서야 골프 본격 시작... 아버지와 함께 프로 테스트 참가하기도 
  • 등록 2017-07-27 오전 9:52:35

    수정 2017-07-27 오전 9:52:35

김재승이 스릭슨 KPGA 챌린지 투어 7차전 2라운드 도중 아이언 샷을 날리고 있다.  사진=조원범 기자 

[이데일리 골프in 김세영 기자]“작년까지만 하더라도 골프 스코어로 아버지를 이긴 적이 없어요.”

26일 전북 군산의 군산 골프장. 뜨거운 태양 아래 펼쳐진 18홀 라운드가 끝난 뒤 김재승(24.스릭슨)은 동반자들로부터 시원한 물세례를 받았다. 캐디 역시 물 한 바가지를 기분 좋게 끼얹었다. 김재승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번졌다.

김재승은 이날 한국프로골프(KPGA) 스릭슨 챌린지 투어 7차전에서 정상에 올랐다. 폭염 속에 치러진 이틀간의 혈전에서 그는 14언더파를 기록해 1타 차 우승을 거뒀다. 그의 챌린지 투어 첫 우승이다.

김재승은 중학교 3학년 시절 처음 골프채를 잡았지만 본격적으로 골프를 시작한 건 이제 5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아버지가 골프를 시켜서 그냥 했어요. 당연히 재미가 없었죠. 연습도 안 하고 매일 게임에만 빠져 살았어요. 중고연맹 시합에 거의 나가본 적도 없고요.” 김재승을 주니어 시절부터 지도했던 김민재 코치는 “재승이는 야생마 같았지만 골프에는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다”고 했다.

김재승은 어린 시절 높이뛰기 선수로 활동했다. 시·도 대회에서 10여 차례 우승도 했다. 덕분에 유연성이 뛰어났다. 180cm의 당당한 체구와 결합돼 300야드 안팎의 장타를 펑펑 날렸다. 하지만 정확성은 그에 미치지 못했다. 세미프로 테스트에도 번번이 떨어졌다. 급기야 그의 아버지가 ‘함께 테스트에 나가자’고까지 했다.

“아버지 골프 실력이 굉장히 뛰어나요. 베스트 기록이 8언더파쯤 되실 거예요. 그런데 저는 프로테스트에서 매번 떨어졌어요. 얼마나 답답하셨는지 4년 전에는 함께 테스트에 나가자고 하더라고요. 첫날 아버지는 1오버파를 쳐 컷을 통과했는데 저는 10오버파를 쳐서 탈락했어요. 창피하기도 하면서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화도 나고요. 그 일로 골프를 그만 두겠다는 마음으로 일주일 동안 채를 손에 잡지도 않았어요.”

이 때 그를 잡아준 게 김민재 코치였다. “코치님이 ‘다시 처음부터 하자’고 하더라고요. 아마 명령조로 말을 했다면 더욱 반항했을 텐데 제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설득해 주시니 그때부터 연습에 다시 매진하면서 샷을 가다듬었죠.”

그로부터 1년 뒤 김재승은 3부 투어 격인 프론티어 투어에 참가해 우승을 거뒀다. 그러나 불과 며칠 뒤 불행이 찾아왔다. 강한 샷을 날리다 클럽이 딱딱한 지면에 걸리면서 손목의 인대가 끊어졌다. 1년 동안 클럽을 손에서 놓을 수밖에 없었다.

버디를 잡은 후 캐디와 주먹을 부딪히며 기쁨을 나누고 있는 김재승.  사진=조원범 기자 

부상에서 회복한 그는 지난해 드디어 KPGA 정회원 자격을 획득했다. 그래도 부상 후유증은 여전하다. “지금도 연습을 많이 하면 손목이 아려요. 원래 롱 게임을 좋아하는데 하루에 드라이버나 아이언 샷을 200회 이상은 못 휘두르죠. 그 덕에 어쩔 수 없이 쇼트 게임 연습을 많이 하지만요(하하).”

김재승의 1차 목표는 일본 정규 투어 진출이다. 현재 일본 2부 투어를 뛰고 있는 그는 “국내 챌린지 투어에서도 한 번 더 우승을 하고, 올해 일본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해 내년부터 그곳에서 뛰었으면 한다”며 “시합 나가는 것 자체가 재미있다. 평생 골프만 했으면 한다”고 했다.

“아버지께 우승 소식을 전했냐”고 묻자 김재승은 “‘아빠 아들 우승했다’고 자랑했다. 정말 좋아하시더라”고 했다. 

불과 1년 전까지 아버지를 뛰어넘지 못했던 아들은 비록 2부 투어지만 이제 ‘챔피언’이 됐다. 그리고 또 다른 도전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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