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블로그] 우리는 왜 엔씨소프트에 열광하는가

  • 등록 2011-02-10 오후 12:52:59

    수정 2011-02-10 오후 12:52:59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한국 프로야구가 잠시 겨울을 잊었다. 너무 보수적이고 규제 많은 선수 이동 문화와 환경, 여기에 스프링캠프마저 모두 해외에 차려지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때문에 한국 프로야구의 스토브리그는 늘 찬바람 부는 소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 겨울, 한국 프로야구가 달라졌다. 각종 언론은 물론이고 게시판까지 연일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9구단의 주인을 자청하고 나선 이후 생긴 변화다.

‘개 업빨’이란 말이 있다. 흔히 음식점을 처음 문 열때 쓴다. 음식의 질을 떠나 일단 개업을 하면 호기심 때문에라도 손님이 모여든다는 의미다. 진짜 흥행 여부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검증된다. 문 열자마자 손님이 몰려든다도 반드시 대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엔씨소프트도 일단 ‘개업빨’을 누리고 있는 것 만은 분명하다. 쌍방울 이후 십여년 만에 처음으로 프로야구가 외적 성장을 꾀할 수 있게 됐다는 호재가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엔씨소프트 열풍을 단순히 호기심의 틀 안에 가둬둘 수는 없을 듯 하다. 엔씨소프트와 그들의 홈구장이 될 창원시가 만들어 내고 있는 바람은 새롭고도 강력하기 때문이다.

팬들은 왜 9구단에 열광하고 있는 것일까.

답은 크게 두 가지 테두리로 나눌 수 있을 듯 하다. 열정과 자신감, 그리고 겸양과 인정이다.

9 구단은 시작부터 남다른 행보를 보여줬다. 우선 연고지인 창원시. 창원시는 기존의 마산 구장 개.보수를 넘어 새 구장 건설도 약속했다. 1200억원 이상의 재원도 스스로 마련하겠다고 했다. 여기에 바다가 보이는 구장 등 듣는 것만으로도 설레이는 소식들을 연일 전해왔다.

기존 지자체와는 차원이 달랐다. 60년대 지어진 구장 탓에 선수들이 다치고 팬들의 발길이 멀어져도 그들은 그저 예산 타령만 했다.

창원이 상대적으로 든든한 재정을 가진 지자체인 것만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규모 특혜가 불가피한 돔구장 등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라 현실적은 대안을 내놓고 있다는 점이 달랐다.

여기에 창단 기업에 임대료를 최소화 한 장기 임대 및 운영권 지원 등 청사진도 제시했다. 야구단을 돈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닌 동반자로 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진심으로 9구단 유치를 원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었다.

엔씨소프트도 효과적으로 발을 맞추고 있다. 야구장 부지에 호텔 건설 등 비전을 함께했다.

또 김택진 대표의 창단 취지는 듣는 이들의 가슴에 큰 울림을 남겼다. “우리 회사는 그동안 청소년들을 방으로만 끌어들였다. 이제 야구장으로 그들을 불러내 호연지기를 키울 수 있도록 돕겠다.”

간결하지만 진정성 있는 말이었다. 야구를 사랑하고 야구를 통해 기업의 사회 공헌을 추구하겠다는 구단주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동안 우리네 야구단 구단주에게서 이처럼 진심이 뚝뚝 베어나오는 간절한 소망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제 기업에게 야구가 어쩔 수 없는 천덕꾸러기가 아니라 절실한 하나의 목표일 수 있음을 그들은 보여줬다.

겸 양과 인정의 태도도 신선했다. 엔씨소프트는 9구단 우선 협상자로 선정된 뒤 “창단과 관련해 각계 각층에서 보여 주신 절대적인 성원을 결코 잊지 않겠다. 프로야구를 현 위치 까지 발전시키고 끌어오신 기존 구단들에 대한 존경심을 잃지 않고 창원은 물론 전체 프로야구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의 9구단 창단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알려진 사안이었다. 하지만 KBO 이사회는 한차례 승인을 유보한 바 있다. 2차 이사회 전까지만 해도 승인 여부는 미궁 속에 있었다.

게다가 롯데 구단의 경우 엔씨소프트의 기업 규모를 들먹이며 정면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업계 최고를 다투는 기업 입장에선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전 사례에 비춰봤을 때 이 정도 텃세는 창단의사를 접게 만들기 충분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끝까지 냉정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까지 어렵사리 프로야구를 지켜 온 선배 구단들에게 존경의 뜻을 보내며 예를 다했다. 롯데를 향해서는 “진심어린 조언이라 생각하며 감사한다”고 까지 했다.

그 동안 프로야구는 이기고 지는, 치열한 전쟁터로만 여겨졌다. 서로를 밟고 일어서려는 경쟁만이 너무 부각돼 왔다. 하지만 엔씨는 겸손함을 잃지 않고 있다. 남다른 시도를 통해 더 높게 날겠다는 욕심은 감춘 채 생동감 있는 막내의 모습만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중요한 것은 엔씨소프트가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지금의 열정과 태도라면 충분히 성공을 거둘 수 있으리란 믿음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엔씨소프트와 창원시가 만들어낸 열풍은 기존 8개 구단과 지자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떻게 하면 팬과 시민들의 환영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보여준 좋은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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