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아 홍콩!' 긴장감 가득했던 홍콩-중국 축구전쟁

  • 등록 2019-12-18 오후 6:25:20

    수정 2019-12-18 오후 6:43:17

18일 오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안컵 중국과 홍콩의 경기에서 중국 국가인 ‘의용군 진행곡’이 나오자 홍콩 응원단이 등을 돌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8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안컵 3.4위전을 마친 중국과 홍콩 대표팀 선수들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산=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최근 홍콩 시위로 인해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과 홍콩. 축구 경기장에서도 그같은 분위기는 여실히 나타났다.

홍콩과 중국은 18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3차전에서 맞붙었다. 결과는 중국이 2-0으로 승리했다. 전반 8분 지샹의 선제골에 이어 후반 26분 장시쩌의 페널티킥 추가골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두 팀의 경기는 그라운드 대결보다 관중들의 ‘장외 전쟁’이 더 관심을 모았다. 이날 주최 측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경찰 및 사설 경호원을 대거 늘렸다.

다행히 양국 팬들의 직접적인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홍콩 응원단은 300이 넘게 경기장을 찾아 내내 목이 터져라 응원을 펼쳤다. 반면 중국 응원단은 50여명 남짓이었고 그나마도 조용히 경기를 지켜봤다.

하지만 홍콩 관중들은 경기장에 입장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표현이 써있는 티셔츠를 입거나 현수막을 들고 들어오려다 제지를 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홍콩 팬들이 준비한 현수막에는 ‘광복홍콩 시대혁명(光復香港 時代革命)’이라고 써있었다. 티셔츠에는 ‘글로리 투 홍콩(Glory to Hong Kong)’이라는 문구가 써있었다.

홍콩 대표팀은 국제대회에서 경기를 할 때 빨간색 바탕에 5개 꽃잎이 달린 흰 난초를 형상화한 ‘양자형기’를 들고 나온다. 하지만 국가 연주 때는 중국 국가인 ‘의용군 진행곡’이 나온다.

이날 경기는 두 나라 국가가 같다보니 중국 국가가 한 번만 연주됐다. 이때 검은 마스크를 쓴 홍콩 관중들은 일제히 야유를 보냈다. 일부 팬들은 가운데 손가락을 세우는 제스추어를 취하거나 아예 뒤로 돌아섰다.

‘홍콩은 중국이 아니다(HONG KONG IS NOT CHINA)’라는 영어 현수막이 올라오기도 했지만 곧바로 보안요원에 의해 제지됐다.

경기가 시작되자 홍콩팬들은 ‘위 아 홍콩(We are Hong Kong)’, ‘레츠 고 홍콩(Let’s go Hong Kong)‘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선수들을 응원했다. 비록 경기가 종료된 뒤에도 응원을 멈추지 않고 홍콩 선수들을 격려했다.

중국은 이날 승리로 1승 2패 승점 3을 기록, 3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반면 홍콩은 3전 전패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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