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이젠 옛 추억이 된 한국 야구 국제대회 영광

  • 등록 2021-08-05 오후 11:14:09

    수정 2021-08-05 오후 11:14:09

5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패자 준결승전 한국과 미국의 경기. 9회 마지막 타자로 나선 양의지가 아웃당해 경기에 패한 뒤 무거운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국제무대에서 맹활약하며 국민들을 즐겁게 했던 한국 야구는 더이상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5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끝난 2020 도쿄올림픽 패자 준결승에서 미국에 2-7로 패해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려났다.

이로써 2008 베이징 대회 전승 우승 기적 이후 9년 만에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복귀한 야구에서 2연패를 이루겠다는 한국 야구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이스라엘에 2승을 거두고 도미니카공화국에게 끝내기 역전승을 거두는 성과를 이루긴 했다. 하지만 정상 도약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했던 일본과 미국에 잇따라 패했다.

4일 일본과의 승자 준결승에서 2-5로 패한 데 이어 미국에도 연패를 당하면서 결승 진출이 무산됐다. 7일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이겨야만 그나마 동메달을 수확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다.

한국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올림픽 등 야구 국가대항전이 본격화된 2000년 이후 올림픽 무대에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였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3~4위전에선 ‘일본 킬러’ 구대성을 앞세워 일본을 이기고 사상 첫 동메달을 획득했다.

2006년 1회 WBC에선 4강에 진출하면서 일본과 미국을 잇달아 꺾는 저력을 보여줬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9전 전승을 거두며 기적 같은 금메달을 일궈냈다. 이듬해 2009년 2회 WBC에서도 일본을 두 차례나 제압하면서 준우승을 이뤘다.

2015년 1회 프리미어12 대회에서도 결승전에서 오타니 쇼헤이를 앞세운 일본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초대 챔피언에 등극했다.

하지만 이후 한국 야구는 국제대회에서 이렇다 할 결과를 내지 못했다. 2019년 2회 프리미어12에선 일본과 두 차례 맞붙었지만 모두 완패했다. 2013년과 2017년 WBC에선 연속으로 본선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맛봤다. 두 차례 WBC에선 일찍 떨어지는 바람에 일본, 미국과 대결해보지도 못했다.

KBO리그에서 수십억원 몸값을 기록하며 날고 긴다고 하는 선수들도 국제대회에 나서면 계속 고개 숙였다. 가장 비싼 FA 몸값을 자랑하는 KBO리그 최고의 우타자 양의지(NC)도 이번 올림픽에선 1할대 타율에 그쳤다. FA 몸값 88억원의 황재균(KT), 50억원의 오재일(삼성)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올림픽에선 과거 이승엽(은퇴)이나 이대호(롯데) 같은 국제용 ‘애국자’가 등장해주길 기대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나마 이정후(키움), 강백호(KT), 김혜성(키움) 등 20대 초반 젊은 선수들이 가능성을 보인 점은 작은 희망이다. 하지만 이들도 이번 대회를 통해 진정한 국제용이 되려면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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